산행기/2009년 산행기

당나귀, 눈밭에서 놀다 (배너미고개~벗고개, 12/6)

산무수리 2009. 12. 9. 22:56

‘무제’- 박재삼(1933~1997)

대구 근교 과수원

가늘고 아득한 가지



사과빛 어리는 햇살 속

아침을 흔들고



기차는 몸살인듯

시방 한창 열이 오른다.

애인이여

멀리 있는 애인이여



이럴 때는

허리에 감기는 비단도 아파라.


예전엔 무제(無題)라는 제목의 시, 그림 참 많았지요. 머리로 뭐라 규정하기도 전에 감흥이 먼저 가슴속으로 치고 들어왔기 때문에서였을까요. 이런 작품들엔 구구한 해석 자체가 사족(蛇足)일 터. 이럴 땐 사과빛 어리는 햇살 속 깨끗한 아침 몸살인 듯 달아올라 먼 애인을 향해 달려가는 그리움, 사랑병 한번 시인과 똑같이 앓아보시길. <이경철·문학평론가>

 

산 행 일 : 2009. 12. 6(일,맑음), 당나귀 18명

코스개관 : 배너미고개(3.4km) - 유명산(1km) - 소구니산(1.7km) - 농다치고개(5.6lm) - 옥산 - 말머리봉 - 된고개(1,6km) - 청계산(2.7km) - 벗고개    16km, 약 8시간 (9:30~17:30) 경기도 양평군 옥천면, 양서면

멤버: 당나귀산악회 18명.

날씨: 전날 내린 눈 덕분에 하루종일 눈을 밟을 수 있었다. 날씨도 염려와는 달리 바람이 자서 영하의 날씨인데도 산행하기엔 좋았던 날.

 

 

 

 

 

 

 

 

 

 

 

 

 

 

 

 

 

 

 

 

 

 

 

 

 

 

 

 

 

 

 

 

한강기맥이 2번만 하면 끝이라고 한다.

마지막 3주는 4시간 이내라고 해 오늘 산행도 널널할줄 알았다.

오늘 버스를 타니 새신자 3명이 보이는데도 인원이 헐렁하다. 이런 저런 사정으로 빠져서 그렇다고...

헐, 버스비도 안 나오겠네...

 

어제 눈 내렸고 산은 하얗고 오늘은 영하라고 아이젠은 물론 동계모드로 전환해서 오라는 총무님의 문자.

헌데 지난번 종점인 배너미고개 올라가는데 길이 얼어 차가 도중에 멈추어 섰다.

길에 쌓아놓은 염화칼슘을 뿌려보지만 역부족.

기사님이 해 퍼지면 홀로 할테니 우리보고 올라가라고 한다. 무거운 마음으로 미끈덕 거리는 포장도로를 올라가니 정점에 5t 군용트럭이 내려온다. 물론 바퀴에 체인을 튼튼하게 감았다.

아래 버스가 막고 있다고 알리니 자기네 체인을 벗겨낸다.

나중 동안총무에게 들은 말은 회장님이 뒷바퀴를 번쩍 들어서 해결했다고 웃기는데 군인들 덕분에 무사히 차 뺐다고 한다.

고마운 군인아들들....

 

오늘 구간은 유명산 코스인데 임도를 끼고 걸어가는 길.

눈은 예상외로 많이 내려 나무들이 눈을 덮어쓰고 있다. 바람은 별로 불지않아 추운 날씨 치고는 견딜만하다.

임도에서 한강이 내려다 보이고 지난번 구간인 용문산도 보이고 아무튼 사방이 트였다.

유명산 정상 가는길에 활공장도 있다. 우리팀 말고도 다른 팀들고 심심찮게 보인다.

 

유명산 정상. 사람들이 제법 많다. 우리도 여기서 단체 사진 찍고 백해 기맥을 따라 가기.

이 코스도 간간히 사람들이 올라온다. 아마 농다치 고개에서 올라오는 코스인가 보다.

농다치 고개 가기 전 넓은 헬기장에서 전을 펴 점심을 먹었다.

햇살도 따땃하고 바람도 불지 않아 편안하게 앉아 밥을 먹었다.

헌데 의왕 멤버들이 오늘 산행이 아직 반도 못 왔다고 먼저 출발해 버린다.

엥? 반도 못왔다고라? 반 이상이 아니라?

 

마음이 갑자기 바빠진다. 오전내내 후미에서 헤맨지라 오후엔 후미를 면해보려 부지런히 출발해 없는힘 쥐어 짜서 간다.

오늘 처음 본 멤버들 스틱도 안쓰고 정말 잘 가 더 기가 죽었었다.

헌데 이 멤버들도 오후되니 처지기 시작하더니 옥산 지나고나서 한 사람은 요통으로 또 한사람은 종아리에 쥐가 나 힘들어하면서 간다.

동안총무와 내가 나름대로 처치를 해 주고 선두를 쫓아가 청계산 정상에서 선두와 겨우 합류.

우리들을 아주 많이 기다린것 같다.

 

시간은 4시. 정상은 사방이 트여 조망이 아주 좋다.

다른길은 다 눈길인데 국수역에서 올라오는 코스만 많이 다녀 진창이다.

우리가 가는 벗고개길은 초장부터 급경사. 버벅대며 선두 쫓아가는데 이미 선두는 보이지도 않는다.

정상에서 거의 1시간 반 걸려서야 벗고개 겨우 도착. 버스를 보니 어찌 그리 반갑던지....

해는 져 가고 있다. 조금 더 늦었다면 야간산행 할 뻔 했다.

 

저녁은 양수역 앞 식당에서 두부전골과 쌈밥으로 마무리.

처음 온 세사람은 관악산에서 이대장님이 섭외 했다고...

산행도 잘하지만 미모가 심상치 않다. 면접보고 뽑아온 멤버 맞는것 같다.

다음 구간은 3시간 정도 하고 안양으로 와 송년회를 겸한다고 점심은 싸오지 말라고.

날이 갑자기 추워져서인지 눈 때문인지 길이 한갖지다.

회장님은 팔당역에서 내리고 우리들은 집으로~

 

-이 작가님 동영산, 사진 추가합니다.

찍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