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수리로 오시게’ 중-박문재(194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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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까짓 사는 일 한 점 이슬 명예나 지위 다 버리고
그냥 맨 몸으로 오시게
돛단배 물위에 떠서 넌지시 하늘을 누르고
산 그림자 마실 나온 다 저녁답 지나
은구슬 보오얗게 사운거리는 감미로운 밤이 오면
강 저편 불빛들 일렬종대로 서서
지나는 나그네 불러 모으는 꿈과 서정의 마을
마흔 해 떠돌이 생활
이제사 제 집 찾은 철없는 탕아같이
남한강과 북한강이 뜨겁게 속살 섞는 두물머리로
갖은 오염과 배신의 거리를 지나
가슴 넉넉히 적셔 줄
사랑과 인정이 넘치는 처용의 마을
이제는
양수리로 아주 오시게.
10년 전 서울 떠나 이곳에 와 ‘시가 있는 아침’난을 애독하며 사신다는 시인께서 양수리로 초대하는 시 보내셨네요. 큰 강 합쳐져 바다보다 넓고 잔잔한 강, 연잎 버드나무 가지 사이사이 날고 헤엄치는 새들도 편안한 서정의 마을인 줄만 알았는데. 오염과 배신까지 정화하고 용서하는 처용이란 말에 혹해 그곳에 가 응어리진 가슴 풀고 싶네요. <이경철·문학평론가>
만나는곳: 2009.11.29 (일) 8: 57 옥수역
코스개관: 운길산역-능선-정상-절상봉-수종사-송촌리 연세중학교
날씨: 종일 비가 내리고 가스도 끼고....
아고수 초입에서 하시던 약국을 접고 한동안 방황(!)하시던 가평킹카님이 다시 점방을 연곳이 조안면.
운길산 아래에 자리를 잡으셨다고 산에 오면 들리라는 은계언니의 말씀.
마음과는 달리 날 잡는데 젤로 어려웠다.
일욜 선약도 없었고 여산도 지방산을 가려다 발목이 영 낫질 않아 짧은 산행이면 가능하다고 해 함께 동행하기로 하고 옥수역에서 만나기로 했다.
아침 초밥 싸서 집에도 놔두고 산에 가서 먹으려고 챙기는데 오늘 비 예보가 있다는 남푠.
혹시나 싶에 내 비옷을 챙겼다.
이촌에서 타고 여산도 옥수에서 잘 만났는데 염려와는 달리 전철에 사람이 많지 않아 내심 이상타 했었다.
헌데 운길산역에 내리니 비가 조금이지만 내리기 시작한다.
정작 비 온다고 하던 남푠은 잠바 모자도 안 붙이고 모자도 없고 잘 들고 다니던 우산조차 없고 배낭도 없는 빈몸.
여산 모자 빌려쓰고 난 비옷입고 출발.
초장 능선에 붙어 내려다보니 비는 오는데 두물머리는 잘 보여 곧 날씨가 갤 줄 알았다. 비가 내리지 않았다면 예봉-운길산도 마다하지 않았을 여산.
헌데 갈수록 날씨가 나빠져 간다. 조망이고 뭐고 오리무중이 되어 버렸다.
용마산을 진작 포기하길 참 잘한것 같다.
운길산 산행만 했는데도 생각보다 시간은 많이 걸렸다.
수종사에서 두 남자들은 작품활동 하느라 바쁘다. 용 수염을 찍는다나 뭐라나...
땀 식어 추워, 빨리 가자~
연세중학교 내려오는길 새로 닦고 있는 뻘밭같은 길에서 여산 미끄러져 빠데루 자세로 서있다. ㅎㅎ
그덕에 손과 팔에 흙이 한바팅 묻고 신발은 진흙이 묻어 천근만근이다.
포장길로 가자고 하는 여산. 그나마 초입만 길이 그지같지 내려오는 길은 걸을만 한 길.
1시반 경 약국 도착. 점심 먼저 드실까봐 미리 전화를 드려서인지 눈이 빠지게 기다리신 눈치.
신발이 너무 더러워 선뜻 들어가기 미안한 깔끔한 약국.
대기실 의자 아래의 여러켤레의 운동화. 주님부부 아니랄까봐...
언냐, 밥 먹으러 나가자고 하시면서도 숙자 보고 가라 하신다. 엊그제 몸 풀었다고....
고물고물한 새끼 5마리가 눈도 못뜬채 누워있다.
새끼 낳으라고 컨별에서 물통을 가져다 놓으신 주님부부.
어미 닮은 새하얀 고양이 2마리는 하룻만에 주님곁으로 갔다고 한다. 정말 예뻤다는데....
숙자는 (노숙자의 준말이랍니다. 길을 헤매다 이 집에 정착했다고 하네요) 이름과는 달리 상당히 기품있는 페르시아 산.
눈알까지 파랗었다면 부르는게 값이라고...
아무튼 앉아있는 모습도 상당히 우아한 모습.
두분 자식자랑 하는것 같은데 참 보기 좋다.
개처럼 부산스럽지도 않고 짖지도 않고 그러면서도 주인보면 은근하게 아는체 하고....
거기다 새끼까지 순풍순풍 낳아 옆집에서 무쟈게 부러워 한다던가?
고양이 키우는법을 열공하는 은계언냐.
참 보기 좋은 모습.
숙자는 특이하게 반찬보다는 사료를 좋아해 옆집걸 훔쳐 먹는걸 보고 일부러 시내 나가 사다 먹이신다고.
가끔 간식으로는 참치 통조림을 주면 된다고.
점심은 수종사 올라가는 길 입구의 식당에서 백숙과 도토리전.
30여일 술 끊으신 가평킹카님이 모처럼 술을 드신단다.
그러면서 맥주, 막걸리, 소주를 골고루 맛보시더니 역시나 술이 좋으시다고... ㅎㅎ
점심 잘 먹고 점방에 다시 돌아와 숙자 자랑 한번 더 듣고 온 김에 이 동네 유명한 '죽여주는 동치미 국수'를 배 좀 꺼진 다음에 먹고 가라시는데 성미 급한 나무천사가 빨리 가자 아우성쳐 동치미 국수는 못 먹었다.
비는 내렸지만 짧게 산행도 했고 주님부부를 뵐 수 있어 보람찬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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