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는 시간을 건너뛴다 - 김윤배(1944~ )
식품을 고를 때마다
유효기간을 살피는 여자를 알고 있다
유효기간에서 하루를 지나도
폐기처분하는 여자는 무엇이나
유효기간이 있다고 믿는다
나는 그 여자의 젊은 날의 유효기간을
그 칼 같은 시간의 종단을
의문하고 그 여자는 나이 스물둘이
젊음의 유효기간이라고 믿는다
시간의 유효기간처럼
인간관계의 유효기간이 두렵다
유효기간은 사람과 사랑을
돌아올 수 없는 어둠 속으로 끌고간다
어둠의 유효기간을 계산하는
그녀 흰목덜미에서 주름들이 일어선다
인생에도 유효기간이라며 미리 정해놓은 한계가 있는가. 그걸 믿고 강조하는 사람들에게 유효기간은 식품의 안전성이 아니라, 허락된 삶의 경계를 환기시키는 안타까운 집착일 것이다. 그런 삶에서 늙음이란 낡아서 용도폐기되는 절망적인 상황일 뿐이다. 유효기간만으로 쓰임새를 가린다면 인간관계 또한 얼마나 건조하고 조급해질 것인가. 젊음을 지나쳤다고 생을 낙담해 버리는 일이야말로 쉬 늙어가는 지름길이다. <김명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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