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낮을 짖다 - 이 진 (1957~ )
개목걸이로 채운
대낮이 심심하다
노란 페인트칠 벗겨진 철제대문 안
쭈그린 개밥그릇 앞에
한낮의 햇살이 배를 깔고
엎드려 있다
골목길을 오르는 발자국 소리에
바짝 귀를 세우면
먼 하늘로 발돋움하는
낮달 한 척
먹먹한 고요가
살아서 출렁거린다
봄인가 했더니 어느새 여름이다. 한낮의 적요가 일상을 더욱 적막하게 가라앉히는 날들이 잦아졌다. 무심코 창밖을 내다보면 텅 빈 골목, 사람은 안 보이는데 발소리만 혼자 언덕길을 오른다. 그러나 적막을 깨뜨리는 것은 느닷없는 발소리가 아니다. 무료를 떨치고 어디로든 떠나고 싶어진 탈출에의 염원이 마음 깊숙한 곳까지 바람의 발자국을 새기고 있는 중이다. 그리하여 이 지루한 일상의 멀미는 멀리 낮달의 자리에까지 외로운 꿈을 펼쳐놓는다. <김명인·시인>
산행일: 2010.6.6 (일)
코스개관: 배티재-낙조대-대둔산-깔딱재-수락재-월성봉-바랑산-물한이재 (10:00~17:20)
날씨: 햇살따가운 무더웠던 초여름
멤버: 당나귀 산악회 21명
6월이다. 연일 햇살 따가운 화창한 날. 물 많이 먹힐것 같다. 모처럼 나도 막걸리 한통 2일 전부터 물과 함께 얼려놓았다.
경란씨가 오랫만에 참석해 반찬 싸 온다고 해 2인분 밥만 준비.
오늘 코스가 금남 중 하이라이트인 대둔산 구간.
몇년 전 대둔산을 대중적인 코스로 2번 와 본 적은 있지만 사실 별 매력은 못 느낀 산이다. 헌데 도솔님 사이트에서 보면 내가 가 본 대둔산은 극히 일부분이고 진짜 비경은 수락계곡 방향에서 올라오는 곳이라고 듣기만 했었다.
오늘은 모처럼 나도 영업에 성공해 수영장 멤버 한명이 참가한다고 해 범계역으로 일찌감치 나가니 부회장님 부부만 나와 계시다.
부회장님은 관절경 수술로 산행 못하시는데 남미언니 모셔다 드리러 나와계시다.
수영장 반장도 일찍 도착해 있고 멤버를 타고 농수산물 시장에서 나머니 멤버 태우고 출발.
차 안에서 오늘 처음 온 새신자 소개하기. 게스트가 몇명 온 만큼 정회원이 그만큼 빠져 오늘도 21명.
25명 되기가 왜 이리 힘든건지....
문제는 게스트 대부분이 오늘 산행이 4시간 이라고 해 왔다고 한다. 안내에는 6시간이라고 왔지만 실제 산행은 거의 8시간은 걸릴 거라는데 의견 일치.
이 더위에 8시간이라...
차 안에서 비몽사몽 가다 휴게소에서 쉬면서 만두, ㅎ떡으로 오전 간식 먹기.
10시 거의 다 되 배티재 도착. 산행 준비하고 기념촬영 하고 10시 출발.
초장부터 무너져 내리는 가파른 오르막. 초장부터 기선을 제압한다.
더구나 앞서 가던 경란씨 급격히 줄어든 체중으로 체력이 고갈되는지 영 힘들어 하고 후미에 처졌다.
무거운 물 빼 주고 쉬면서 젤 후미에서 동안총무, 성사장님 호위를 받으며 간다.
후미에 서니 훈남들 호위 받으니 좋지? ㅎㅎ
1시간 여 올라가니 조망이 트이는 곳에 도착.
선두는 벌써 출발 모드. 내가 데려온 게스트는 산행 실력이 뛰어나 선두에서 늦게 올라오는 날 보더니 운동이 부족하다며 수영 열씨미 나오라고...
우리도 사진 한장씩 찍고 계단을 내려가기.
경란씨는 계속 힘들다며 사과 먹고가자 아우성이다. ㅎㅎ
낙조대 가기 전 선두도 쉬고있어 우리도 쉬면서 칡즙 슬러쉬도 마시고 막걸리도 한잔 얻어 마셨다.
선두 낙조대 다녀오고 우리도 뒤따라 낙조대 다녀왔는데 생각보다 조망이 훌륭하진 않다.
4시간 속아서 온 게스트 2명은 낙조대 안 간다고.....
낙조대에서 마천대 가는 능선길에서 대둔산의 속살을 보여주는데 환상이다.
우와, 대둔산이 이런 산이었구나...
멋진 광경에 사진 찍느라 안 그래도 후미인데 더 늦어진다.
마천대 가기 전 사과 받아달라고 하도 난리라 경란씨가 준 사과를 받아 주었다. ㅎㅎ
이 사과가 헌데 정말 맛 좋았다. 당장 주문하려고 전화번호 챙겼다.
마천대에 가까워오니 점점 늘어나는 인파들.
정상 전 방아간도 있고 정상 주변에는 사람들이 바글바글.
선두는 이미 정상 사진찍고 갈림길에서 기다린다.
우리도 올라가 정상 사진 찍고 함께 모여 오늘 점심 먹을 밥터를 향해 안심사 방향으로 내려가기....
안심사 쪽 길에는 막상 밥 먹을만한 넓은 공터가 안 보인다. 12시가 훨씬 지난 시간이라 군데 군데 모여 밥을 먹기로 한다.
헌데 앉다 보니 게스트끼리 앉아서 밥을 먹는 형국인데 밥 싸온 사람은 한 사람뿐이고 나머지는 사발면, 떡 등을 밥 대신 먹는단다.
여기저기 밥, 반찬을 걷어다 게스트 먹이기.... 나름대로 게스트끼리 화기애애 분위기는 좋아 보인다. ㅎㅎ
점심 먹고 수락계곡으로 탈출조 탈출 하기로 되어 있나 보다. 오늘도 탈출대장은 성사장님.
우리와 함께 잘 오던 남미언디 더덕 발견하고 후미에 쳐졌다.
탈출해 무작정 차에서 기다리는것 보다는 넘들이 날 기다리게 하는게 덜 지루한지라 경란씨와 나는 종주조에서 가기로...
날이 더우니 물도 많이 먹히고 얼음도 빠른 속도로 녹아 내리고....
그래도 정상 지난 후에는 사람이 거의 없는 한갖진 등산로. 정맥 산행의 매력인것 같다.
안샘이 모시고 온 감께서도 4시간 산행인줄 알고 왔는데 안샘 혼자 앞으로 내빼고 감 혼자 후미에서 우리와 고군분투.
함께 깔딱재에 가니 안샘 괘씸죄에 걸릴까봐 기다리고 있노라고....
남미언니는 종주 한다더니 탈출하기로 했다는 소식.
문제는 선두조 7명이 길을 잘못 들어 수락계곡 바닥까지 치고 내려갔다 다시 올라오는 중이라고....
우리는 아직 갈 길이 바쁜지라 5명 뺀 나머지는 월성봉를 향헤서...
수락재에 가니 선두조 올라와 숨 가빠하고 있다. 잠시 계곡에서 이대로 하산할까 고민하다 갈등을 이기고 되돌아 왔다고...
부지런한 사람은 그 와중에 머리라도 감았다고....
알바생 중 몇몇은 완전히 지쳐 후반에 많이 힘들어 한다.
월성봉 올라가는 기나긴 계단길.
그래도 올라서니 전망대가 있고 조망도 멋지다.
선두도 뭐가 그리 바쁜지 사진도 찍지 않고 간다.
후미의 여유를 즐기며 사진 찍고 진행.
월성봉 가기 전 나오는 흔들바위. 흔들릴것 같지 않은데 올라서니 널처럼 움직인다. 우와~
힘 잘못 주면 넘어갈것 같다고 뒤에 서지 말라고 난리다. ㅎㅎ
다같이 올라가 기념촬영 하고 출발.
흔들바위에서 멀지 않은 곳에 소박한 월성봉. 이제 정말 거의 다 온것 같다.
선두는 내 달리고 우덜끼리 사진 찍기.
한번 알바 한 선두들, 겁나는지 갈림길에서 기다리고 있다. ㅎㅎ
막상 바랑산은 완죤 땡볕. 작가님조차 후미 사진 찍을 엄두를 안 내시고 그늘로 대피. 작가님표 맛 좋은 포도와 방울토마토 먹기.
늘 무겁게 지고 다니시다 막판 힘 빠질때 꺼내 주신다.
이젠 정말 하산길만 남은줄 알았다. 헌데 앞에 보이는 봉우리. 설마 저걸 넘어가는건 아니겠지?
헌데 정말 넘어가야 하는걸? 밧줄구간까지 있는걸?
끝까지 힘 빼는거 보니 정맥이 맞긴 맞구나...
마지막 물한이재 내려가는 유격 코스. 넘의 산행기 사진을 보긴 봤지만 저길 기어 내려가야 하는줄은 진짜 몰랐다.
뒤로 돌아가 철망을 붙잡고 내려오니 선두는 터널 그늘에서 쉬고 있다.
문제는 진작 앞서 간 수영장 반장이 안 보인다. 어데로 간겨?
막판에 길을 잘못들어 절까지 내려갔는데 아무도 안 내려와 이상하다 하면서 되돌아 올라오며 회장님, 총무님을 만났다고....
하마트면 회장, 총무님까지 알바 할 뻔 했다고....
중간그룹인 우리들만 오늘 안바를 한번도 안했나보네.
도청에 전화 해 소개밭은 한우촌에서의 곱배기 물냉면과 육회.
양이 엄청 난데 목이 말라 국물까지 싹 먹어버렸다. 내 위가 크긴 큰가보다....
전용차선 끝나기 전에 출발해야 한다고 독촉해 7시 출발.
서쪽 하늘은 멋진 일몰이 우릴 배웅한다.
앉아서 자다 누워 자다 몇번 하고나니 9시 조금 지나 농수산시장에 무사히 도착.
남미언니 마중나온 부회장님이 집까지 태워다 주셔서 편하게 귀가.
오늘도 행복한 산행.
감, 고, 사~
-이 작가님 사진, 동영상 추가
-안샘표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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