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집으로 가는 꿈 - 박형준 (1966~ )
소 잔등에 올라탄 소년이
뿔을 잡고 꾸벅꾸벅 졸고 있다.
땅거미 지는
들녘.
소가 머리를 한번 흔들어
소년을 깨우려 한다.
수숫대 끝에 매달린 소 울음소리
어둠이 꽉 찬 들녘이 맑다.
마을에 들어서면
소년이 사는 옴팍집은
불빛이 깊다.
소는 소년의 숨결을 따라
별들이 뜨고 지는 계절로 돌아온다.
이 시가 그려 보이는 십우도(十牛圖)의 장면은 소년이 힘들게 찾아낸 소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기우귀가(騎牛歸家)’의 풍경 속이다. 그 옛집은 소년이 떠나온 본향이다. 깨달음의 주인공을 소년으로 공명(共鳴)시키는 까닭은 티 없이 빛나는 진리를 속진(俗塵)으로 가릴 수 없다는 시인의 배려일 것이다. 선명하도록 맑은 저녁으로 하여금 한층 웅숭깊어져 돌아오는 소년을 맞이하도록 배치한 구도가 그 점을 일깨운다. 궁극으로 가는 눈물겨운 길이 시 속으로 열려 있다고 시인은 믿는 것일까. <김명인·시인>
코스개관: 5/21 (금): 평촌출발-용산마을 (허브랜드)-임도길-헬기장-바래봉-샘-팔랑치-부운치-세동치-세걸산-고리봉-정령치 (12:10~19:30)
5/22 (토): 무령고개-영취산정상-무령고개-동화댐 둘레길 걷기-진료소 근처 마을 탐방-대청소-귀가
날씨: 첫날은 무덥고 화창한 날씨. 둘째날은 아침부터 비, 바람이 불던 날씨로 인해 2박3일 일정을 부득이 1박2일로 축소해 귀가
2월부터 예약되어 있던 장수 프로젝트.
푸르름은 부모님 회혼례 준비 모임때문에 참석 못한다고 했고 산이슬도 아직 오마니께서 입원중이라 멤버 구성이 쓸쓸했다.
나무천사도 선약 있다 빠지고 이탐구(탐구심이 어찌나 강한지...) 와 고천사 넷이 길을 떠나게 되었다.
6시 평촌에서 만나 출발하기로 해 고천사는 새벽같이 남푠이 태워다 주고 갔는데 오늘도 여산이 늦어 6;25 겨우 출발.
역시나 차가 많이 막혔지만 그래도 대구 내려갈때 보다는 1시간이 일러서인지 비교적 수월하게 정체구간 통과. (두 여인네는 코까지 골고 자 얼마나 막혔는지 사실 감이 안온다.. ㅎㅎ)
아침은 무술표 초밥으로 때우고 널널한 공주휴게소 (작년에 새로 난 길이라고) 에서 커피와 호두과자 먹기.
이탐구 네비가 알려준 대로 길을 가니 함양으로 나가 인월로 가게 된다. 전주-남원-인월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라면서 이길이 빠른건지 짧은건지는 두 남자도 확신은 안가나 보다.
축제인줄도 몰랐는데 일욜까지 바래봉 철쭉제라는 입간판. 이 동네가 허브마을이라는데 마을 초입부터 꽃과 향이 그윽하다.
몇년 새 이 동네가 환전히 탈바꿈 해 가족단위 광광객들이 제법 많다.
차 겨우 대고 행사장 지나 등산로 초입에 들어서니 12시가 훨씬 넘은 시간.
운지사 절옆 숲길로 가나 했는데 오늘은 임도길로 올라가 보자는 여산.
헌데 이 길 정말이지 땡볕으로 사람 지치게 하는 곳이다. 경사도 급하지도 않는데 은근히 사람 진을 빼고 그늘 하나도 없어 올라가는 사람들은 그야말로 죽을맛이다.
왼쪽 철쭉은 이미 다 진 상태. 꽃이 피어있다면 꽃 보는 재미라도 있었을텐데.. 다신 이길 오지 말자 혼자 다짐해 본다.
헌데도 이 길이 순해서인지 가족단위, 관광모드 팀이 아주 많았다.
바래봉 정상갔다 점심 먹다간 허기져 죽을것 같다. 능선길 만나는곳 헬기장 아래 숲으로 들어가니 그나마 그늘이 있어 일단 먹고 가기로...
오늘 점심메뉴는 참치회덮밥을 염두에 두었으나 참치를 차에 두고 와 야채비빔밥이 되 버렸다. ㅠㅠ
막걸리 한통 들고 왔으나 이미 차가운 기운도 가시고 다들 술과 안 친한지라 그대로 남는다. 마침 옆 가족단위 가장께서 술을 고파 하는것 같아 나누어 드렸다.
이 팀은 인천에서 4시 출발해 잘 오다 차가 펑크나는 바람에 2시간 지체되어 버렸다고 한다. 아들 둘이 꽤 큰데 부모님 따라 다녀주는걸 보니 효자라고 했다.
오늘 일단 팔랑치까지 갔다 상태봐 원점 회귀산행을 해야 하지 않겠냐는 여산. 내심 정령치까지 갔으면 하는 욕심을 피력하니 차는 어쩌냐고...
혹시나 해 장수샘께 픽업 가능하냐 문자를 보냈다.
재작년 이곳에 왔을땐 아침부터 비가 내려 바래봉을 찍지 않고 간 아쉬움이 있는지라 오늘은 바래봉을 꼭 찍기로 했다.
부운치 가는 삼거리에서 왼쪽 바래봉으로 가니 물 아주 잘 나오는 샘이 있다. 일단 물을 싫컷 마시고 바래봉 정상으로 올라가는 나무도 거의 없는 능선길.
능선에 올라서니 오른쪽 지리 주능선에 한눈에 잘 보이는 멋진 조망처. 여산 신나 작품활동 하느라 여념이 없다.
정상에서 한참 놀다 내려오며 정령치를 염두에 두고 물을 가득 떴다. 삼거리에서 바래봉 안 간다는 사람들에게 조금만 더 가시면 지리산 조망이 잘 된다고 호객까지 하고 아이스께끼 하나씩 사 먹고 팔랑치로 가는길.
팔랑치는 먼곳에서 봐도 철쭉이 제법 곱다. 천상의 화원같다.
팔링치에 오니 사람도 제법 많긴 했지만 붐비지는 않는다. 시간이 오후를 훌쩍 넘은 시간이라 그런것 같다.
여산은 작품활동 하느라 올 생각을 안한다. 그냥 버려두고 우리들만 부운치를 향해서 출발.
사실 오늘 산행 시간으로 보면 부운치에서 하산하는게 무리는 없다. 헌데 내일은 비가 내린다고 했고 장수샘은 픽업 해 주러 오신다고 했다. 신세 지는 김에 팍 지자 우겨 정령치를 고집하니 이탐구가 힘을 실어준다. 고천사는 멋도 모르고 3시간반만 가면 된다고 한다. (자도도 자세히 안 봐 사실 시간도 잘 몰랐다. 알았으면? 그래도 갔을걸?)
젊은 여자 한명을 두 남자가 양쪽에서 부축해 내려오고 있다. 거의 맛이 간것 같다.
요즘 컨디션이 별로인 나도 기운이 영 딸려 힘겹게 올라가고 있는데 고천사는 오르막이 많이 힘겨운가 보다. 여산도 산행시간이 길어지니 다친 발목이 또 속을 썩이나보다. 그래도 엄살인 줄만 알았다.
박배낭 맨 사람들이 길을 양보한다. 만복대에서 박을 염두에 두었다는데 우리보다 더 늦다. 홀로 온 산객 한명은 정령치에서 2시간 만에 이곳에 왔다는데 차량 회수때문에 도로 백 해 간다고 바쁘 간다. 한참 가다보니 박 산행 선두가 길잃은 백성 둘 못 봤냐고 찾는다. ㅎㅎ
부운치 지나고 나니 이젠 백 할 수도 없다. 죽으나 사나 정령치까지 가야 한다.
장수샘은 지리산 둘레길 걷고 육모정이라고 하신다. 우리보고 6시 쯤이면 하산 하냐고 하닌데 정령치가 어디쯤인지 영 감이 오질 않는다. 특히나 고천사 속력이 갈 수록 뚝뚝 떨어진다. 이렇게 가면 7시까지도 빠듯할것 같다.
세걸산 드디어 도착. 헌데 여기서도 정령치까지 거리가 별로 줄지 않는다.
장수샘은 5시에 정령치 도착하셨다고 연락이 왔는데 우린 언제 하산할 지 기약이 없다 하니 다치거나 아픈사람 없으면 괜찮다면서 걱정말고 안전하게 내려오란다.
노느니 장수샘도 고리봉으로 살살 오신다고 한다. 이때만해도 세걸산에서 고리봉이 그리 먼지 몰랐다.
고리봉에서 오르락 내리락 하산다고 전화가 왔는데 아직 고리봉까지도 1.2k 넘게 남았고 고천사는 아예 처져 두 남자가 번갈아가며 후미를 독려해 오는지 간간히 목수리만 들린다.
고리봉 가는길 한 남자가 큰 박배낭을 매고 온다. 화엄사에서 시작했다고...
헬기장 지나면 오른쪽 샘이 있다면서 이곳에서 박하고 인월로 하산해 귀가 하신다고..
배낭만 봐도 기죽는다.
우리도 재작년에는 인월에서 노고단 대피소까지 무사히 갔는데 오늘은 정령치까지도 이리 힘든건지.. 그땐 비까지 내려 정말이지 힘든 산행이었는데...
이탐구는 여산과 함께 후미 기다렸다 온다고 해 홀로 고리봉까지 쉬지도 못하고 올라오니 세명의 남자들이 앉아서 쉬고 있다.
왜 혼자냐고 해 정령치에서 차가 기다리고 있어 먼저 가는 중이라고 하니 이 팀도 선두가 진작 하산해 인월에서 차량 가져다 놓았는데도 아직 못 가고 있다고 한다. 보아하니 한명이 탈진 직전까지 가 배낭도 다른사람이 지고 있고 옷은 그야말로 소금꽃이 하얗게 피어있다. 허벅지가 자꾸 쥐가 나는지 가다 서다를 반복. 아침 10시 용산마을 출발인데 아직 정령치를 못 간걸 보니 힘들긴 많이 힘들었나 보다. 잠시 응급처치를 해 주고 추월.
장수샘을 조금이라도 덜 기다리게 하고 싶어 쉬지않고 하산했는데도 7시반. 해는 구름에 가려 일몰도 없을듯 하다.
날 보더니 아주 많이 반가위 하신다. 휴게소는 이미 문을 닫았는데 미리 물 샀다고 주신다. 아직 내 물은 반도 더 남아있는데 부식도 차 안에 두고 내려 허기가 져 주신 쑥인절미 몇개를 집어 먹었다.
해가 꼴딱지고 어두워진다. 다행히 8시 무사 하산.
날 보고 후미 안 오는데 걱정도 안하고 찾지도 않냐고 고천사 투정이다. 훈남 둘이 함께 오는거 뻔히 아는데 웬 걱정?
그리고 고리봉에서 정령치 구간은 길도 순한걸?
인월로 차량 회수하기 전 인월 시내에서 식당 문 닫기 전 저녁을 먹고 가기로 했다.
방아간 앞에 차를 대도 되냐고 물으니 나라땅이라고 괜찮다는 주인장. 그리고 떡 먹고 있던 둘레길 팀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유미네집 (063-634-1220, 전북 남원시 운봉읍 동천리 487-7)을 추천.
이곳에서 묵은지 김치찜과 백반으로 늦은 저녁을 아주 잘 먹었다. 음식 맛은 괜찮은데 주인장 자존심이 하늘을 찌른다. 헌데 B+ 정도이지 A 급은 아니라는데 의견 일치.
차량 회수 해 장수로 고고씽~
숙소에 와 씻고 빨래까지 해 탈수해 널고 선물 증정식.
여산에 들고 온 럭셔리풍의 차. 무수리의 티셔츠, 이탐구의 국수, 고천사의 수제비누...
이렇게 뭘 들고 오냐고 걱정이신 장수샘. 우리들 마음이 이렇사옵니다. 그 마음만 알아주시면 된답니다~
여산 발목을 보니 퉁퉁 부어있다. 내일 산행을 고집하면 안될것 같다. 그럼 뭐하고 노나...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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