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외.../2010일기

평창 나들이 가기 (8/13~14)

산무수리 2010. 8. 24. 16:40

익숙해진다는 것 - 고운기 (1961 ~ )

오래 된 내 바지는 내 엉덩이를 잘 알고 있다

오래된 내 칫솔은 내 입안을 잘 알고 있다

오래된 내 구두는 내 발가락을 잘 알고 있다

오래 된 내 빗은 내 머리카락을 잘 알고 있다

오래된 귀갓길은 내 발자국 소리를 잘 알고 있다

오래된 아내는 내 숨소리를 잘 알고 있다

그렇게 오래된 것들 속에 나는 나를 맡기고 산다

바지도 칫솔도 구두도 빗도 익숙해지다 바꾼다

발자국 소리도 숨소리도 익숙해지다 멈춘다

그렇게 바꾸고 멈추는 것들 속에 나는 나를 맡기고 산다
.


누군가 말했다. 들리는 것을 보고, 보이는 것을 듣는 것, 그것이 예술이라고. 이 시는 보이는 것을 듣는다. 귀갓길의 상상력 속에서 내 발자국 소리는 보인다. 오래된 아내가 보는 내 숨소리, 숨소리도 보인다. 이 작은 그림틀에서 우리는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일상의 것들을 보고 듣는 것이다. 그리고 거기서 나의 삶을 순간 이해하는 것이다. 시가 주는 순간의 이해, 그것은 시가 오늘도 필요한 것임을, 문화라는 바지의 허리띠임을 깨닫게 한다. 위대한 삶도 하찮은 삶도 바지의 상상력 속에선 크지도 작지도 않다. 그냥 삶일 뿐이다. 당신이 닫고 나가는 문 앞에서의 삶일 뿐이다. 소중한, 그러나 오래된, 낡은, 새로운 삶. <강은교·시인>

 

 8/13(금)

 

 

 

관계자가 평창에 배추밭을 샀다.

배추농사?

노~ 집 짓고 가끔 와 쉬고 싶다고....

집을 짓는다면 가끔은 이용할 멤버들이 사전 답사 차 가던 날.

막상 땅 주인은 연수때문에 오후 버스로 오기로 했고 평촌과 강변에서 각자 출발 해 문막 휴게소에서 조우.

날씨는 비가 오다 말다 반복하는 변덕을 부리지만 우리들은 즐겁기만 하다.

불과 얼마전 까지 눈의 심각한 문제로 엎드려 있던 백성은 이제야 직립보행을 하게 되어 너무 기쁘다고...

그래서 이번 여행에서는 산행은 아예 뺐다. 나도 관광모드로 다녀보자....

 

 

 

 

 

 

이 땅을 소개한 리사의 지도교수님 댁에 먼저 방문 해 땅 위치를 물어보니 그 관계자께서 직접 안내를 해 주신다고 했다.

덕분에 주인장 없어 객들끼리 땅 보고 땅 본 김에 바로 그땅 뒤에 집 짓고 살고 계신 분 집구경까지 할 수 있었다.

 

 

 

 

 

 

 

 

 

닭살 커플인 하늘폐인은 마눌님 꽃다발을 주더니 팬 서비스 일환으로 순한공주와 나한테까지 들꽃 꽃다발을 만들어 준다.

마일리지 적립에는 타고난 재주가 있는것 같다.

 

 

이 나무에 반해 그 아래 땅을 샀다는 리사. 늘 소녀의 감성으로 산다 웃었다.

 

 

 

 

교수님 댁도 잠시 둘러 보았다. 예전 절이었다는 이 땅 뒷편에 자그마한 계곡.

헌데 이 계곡에 때때수가 흐르고 있다고...

교수님은 서울 출타중이시고 내일 돌아오신다고 한다.

 

 

하늘폐인 표 꽃다발

 

 

 

 

 

배 고프다고 아우성 치는 백성들을 위해 평창 시내에 나가 봉평막국수로 점심 먹기.

A급은 아니지만 A- 정도는 되는 맛. 양도 많고 가격도 서울에 비해 착하다.

리사 올 때까지 뭘 하고 놀까 하다 일단은 근처 계곡을 둘러보기로 했다.

 

 

뇌운계곡이 아주 좋다는데 찻길이 공사중이다.

막상 계곡에 가 보니 땡볕이라 쉴 곳이 없다.

입구에 팬션이 여러채이고 보트로 물놀이 하는 사람들이 간간히 보인다.

이럴게 아니라 숙소에 가서 놀기로 했다.

 

 

 

 

 

교수님이 예약해 주신 '평창 팜'

민박형 황토팬션인데 농장도 있고 옆에 큰 개울이 흐른다.

두 남자들 고기 잡는다고 그물까지 사서 어부의 길로 나섰다.

그새 하늘폐인은 리사 모시러 평창 시내에 다녀왔다.

숙소에는 교수님께서 보내신 야채, 옥수수 등이 잔뜩이다.

피래미 같은 고기 잡은 두 남자는 배까지 따더니 이걸로 매운탕 끓인다고 해 내심 코웃음을 쳤다.

 

 

 

 

 

 

 

 

 

 

 

 

 

 

 

모자란 야채는 평창 팜에서 얻고 따고 된장, 고추장까지 얻어 매운탕을 끓였는데 의외로 맛이 훌륭했다.

두 남자 뿌듯해 자화자찬이 눈꼴 실 정도이지만 팜에서 얻은 감자는 정말이지 아삭하고 맛도 좋았다.

하늘폐인은 눈물 흘려가며 고기 굽느라 바쁘고 우덜은 즐겁게 먹고 마시고...

그중 큰오빠인 철모께서는 막판 과음을 하신것 같다.

늦게 온 리사는 세 남정네들과 집 짓는것 토론하느라 바쁘다. 무지 피곤할텐데....

그새 우리들은 모기를 피해 방에 들어와 깜빡 잠이 들었다.

 

8/14 (토)

 

 

 

 

일어나보니 큰오빠는 밖에서 모기에 뜯겨 가며 주무시고 계시다.

어제 한 밥이 그대로 남아 남은 밥으로 아침 먹고 때때수 보러가려 하는데 억수처럼 내리는 비.

관광은 틀린것같고 주문진에 가 바다 구경하고 귀경하기로.....

팜에서 감자를 한 상자씩 샀다.

 

 

 

 

 

 

주문진어시장에 가 점심은 생선구이로 먹고 마무리고 호떡을 먹고 시장에서 물오징어 한 박스 사 세집으로 나누었다.

집으로 가는 길 내린천 필례약수를 먹고 가자고 한다.

 

 

 

 

 

 

필례약수터에는 작은 계곡이 있고 약수물은 많이 나오지 않는다.

우리도 잠시 발에 물 담그고 오는 길 내린천 래프팅 구경을 잠시 하고 (순한공주는 래프팅 하고 싶어 하는데 시간이 좀 늦은것 같다) 귀경길 춘천 고속도로에서 서울 시민과 경기도민이 갈라져 각자 집으로~

 

지방에 집을 짓는것도 힘들지만 그걸 유지하는건 더 힘들다는데 다들 의견 일치.

당장 그 땅 팔라는 큰오빠. ㅎㅎ

짓게 되더라도 최소한으로 짓는게 좋겠다는데 의견 일치.

핑계김에 넘들 같은 휴가를 다녀온것 같다. 감, 고,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