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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을 정들기 산행 (삼각산 숨은벽, 10/16)

산무수리 2010. 10. 20. 00:34

‘고추잠자리’-윤강로(1938~ )


녹슨 철조망 몇 가닥 걸린 말뚝에 고추잠자리 앉았다

고추잠자리는 눈 감고 있다 가만가만 다가가서 집게손가락으로

잡으려는 순간,

고추잠자리 살짝 떴다 놓쳤다 빈 손가락이 무안했다


푸른 허공에 고추잠자리 떼 휙 휙 휘파람 불면서

활공(滑空)하는 밝은 풍경,

고추잠자리 날개가 햇살의 살갗처럼 투명하다


언제나 그랬다

무언가 놓치거나 실패하면 재빨리 체념하고 허공을 보았다

그렇게, 깨끗하고 배고팠다

나의 아름다운 실패

고추잠자리야


나 또한 조심조심 잡으려다 놓친 잠자리 같은 것 참 많다. 햇살 살갗처럼 투명한 고추잠자리 떼 나는 텅 빈 하늘. 한참 들여다보니 내 아름다운 실패의 풍경. 그렇게 깨끗하고, 배고픈. <이경철·문학평론가>

 

산행일: 2010.10.16 (토) 13:00 구파발역 1번 출구

코스개관: 국사당-전망바위-숨은벽-호랑이굴우회-백운봉-위문-산성통제소 (14:00~18:30)

날씨: 시계가 약간 뿌연 좀 덥게 느껴진 가을날

 

영등산악회 산행을 셤때 다녀온지라 3토가 여유가 있다.

이샘이 삼각산 코스를 잘 모르는것 같아 이 가을 경치로 첫손가락에 꼽는 숨은벽 코스를 가기로 했다.

구파발역에 끝나가 마자 갔더니 벤취에 앉아 김밥을 먹고 있는 여산과 이샘. 그리고 쫀누나.

버스타고 효자2동 내려 국사당으로 올라가는데 굿이 한창이다. 마음 같아서는 구경을 하고 싶지만 조심스럽기도 하거니와 이젠 해가 많이 짧아진지라 서두르기로 했다.

그동안 컨디션 별로였던 여산이 오늘은 많이 회복된것 같다. 산행 길게하면 온몸이 노골거린다던 이샘도 오늘은 가볍게 잘만 간다. 바짝 쫓아와 쉬지도 못하고 고고씽. 쫀누나가 그중 함들어 한다. 오늘 공주님 새 등산화 길 들인다고 신고 왔는데 발이 좀 까지나보다. 반창고 하나 붙이고 간다.

 

 

 

초반 평탄한 계곡길을 벗어나 능선에 붙으니 숨은벽 자태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인데 이샘 벌써부터 감탄시작이다. 아직 시작도 안했는데?

단풍이 별로 없을거라는 여산. 나, 이 코스 단풍 많은 코스다, 더러 단풍이 들었을거라 둘이 내기를 해 지는 사람이 오늘 저녁 사기로 했다.

올라가면서 경사는 조심씩 급해져가고 간간히 약간 난해한 코스가 나오는데 울렁증 있다는 이샘 염려와는 달리 잘 올라오고 있다.

처지는 사람이 없으니 빠르진 않아도 진행이 빠른편.

 

 

 

 

 

전망바위 가기 전 도봉산 모습에 마음이 설레는데 역시나 이곳에 작년에 이어 빨갛게 물든 단풍.

다들 단풍빛깔에 얼굴도 마음이 빨갛게 물들어 간다.

이 가을 정들기 참 좋은 계절이다. 발음만 해도 설레는 '가을'

지리99 운영자께서는 이 가을이 너무나 좋기에 싫다는 마음이 이해가 가고도 남는다. 길지 않기에 더 안타까운 가을.

 

 

 

 

 

 

전망바위에 섰다.

전망도 좋고 해골바위 내려다 보는것도 좋은데 문제는 바람.

바람이 어찌나 쎈지 모자가 다 날아갈것 같다. 다들 경치에 감탄하면서도 오래 있을 수가 없다.

사진 바쁘게 찍고 숨은벽을 향해 고고씽~

 

 

 

 

 

 

 

 

 

 

 

 

숨은벽 바람도 장난이 아니다. 자칫 날아갈것 같다. 그래도 반달바위에서 사진도 찍고 타이타닉도 해 보고 암릉에서 내려서니 바람이 가려져 잠시 쉬면서 간식 먹기.

이샘, 오늘 먹을것도 너무 많이 싸 왔다. 담엔 한 가지만 싸 오라 경고.

오늘 감탄을 어찌나 많이 하는지 별명을 감탄왕자로 짓기로...

하긴 과거 사부들이 이 버벅대는 인생을 왜 답답하게 산에 끌고 다닐까 궁금한적이 참 많았다.

헌데 막상 내가 모르던 코스를 데리고와 감탄해 주는 사람들을 보니 사부의 마음이 십분 이해가 된다.

좋은걸 함께 나눌 수 있는 즐거움. 함께 산행하는 동료가 있는건 참 행복한 일이다 싶다.

 

 

 

 

 

 

 

 

 

 

 

 

 

 

 

 

 

 

 

 

 

 

여기까지 왔으니 백운봉에 올라가자는 여산.

감탄왕자 백운봉도 처음 올라가는거라고 하니 아니 갈 수 없지...

시간이 늦어서인지 백운봉 올라가는데 별 어려움은 없다. 가급적 슬랩으로 올라갔다. (이샘 바위 울렁증 극복을 위해)

정상 앞에서는 북한산 케이블카 반대 시위를 하고 계시다. 마음으로 동참하고 태극기, 인수를 배경으로 사진 찍고 하산하기.

서두르지 않으면 해가 질것 같다.

한 젊은 오빠 백운봉 무서워 못 올라가겠다고 바라만 보고 서 있고 맨발의 외국인을 본 여산 왈.

'멘발의 성자'라고 영어로 말하니 외국인 알아듯고 싱긋이 웃는다. ㅎㅎ

 

 

 

 

 위문에서 내려서는데 해가 진다. 백운봉에서 보면 멋졌을것 같다.

하산길에도 붉은 단풍이 우릴 반겨분다. 다음주가 되면 피크일것 같은 예감.

바쁘게 하산하는데 중학생으로 보이는 아그들이 다 저녁에 올라간다.

완전히 어두워지기 전 포장도로까지 내려왔다.

아예 내려와 밥을 먹기로 하고 포장도로를 부지런히 내려오니 대부분 식당이 안주만 팔지 밥은 안 판다고...

거의 다 내려오니 큰 길 뒷편 새로 생긴 '전주식당'

깨끗하고 친절하고 맛도 좋았다.

여산이 내기에서 져 오겹살 배부르게 잘 먹었다.

시간 되는대로 삼각산 코스를 함께 다니자 다짐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