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10산행기

10월의 선물 숨은벽-만경대에서 (삼각산, 10/31)

산무수리 2010. 11. 2. 01:00

안도현/처음처럼

 

 

이사를 가려고 아버지가

벽에 걸린 액자를 떼어 냈다.

바로 그 자리에

빛이 바래지 않은 벽지가

새것 그대로

남아 있다.

 

이 집에 이사 와서

벽지를 처음 바를 때

그 마음

그 첫 마음,

떠나더라도 잊지 말라고

액자 크기만큼 하얗게

남아 있다.

 

 

만나는곳: 2010.10.31(일) 9:00 도선사주차장

코스개관:  도선사주차장(10:00)-인수야영장-숨은벽(12:30~14:50)-만경대(15:00~18:20)-용암문-도선사 (19;00)

멤버:샘쓰크라이밍 12명 (동업자 연수생과 강사들의 모임)

날씨: 딘풍은 끝물이었지만 날씨는 춥지도 덥지도 않았고 적당한 그늘로 미모지키는데 도움이 되었고 시계도 참 좋았던 10월의 멋진 마지막 날

 

5주가 있는 10월. 중학 동창과의 산행약속을 배신 때리고 연수받은 멤버들과 숨은벽 리지산행을 하기로 했다.

연수생 반 정도는 개인 암벽장비가 없는지라 해일씨 도움으로 좋은 장비를 싸게 장만하는 공동구매로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새로 장만.

나도 이참에 리지화 좋은걸로 새로 장만. 바가지도 새걸로 사고 싶었지만 쓸 일이 많지 않은지라 참았다.

 

수유역에서 도선사 가는버스가 영 오질 않아 도선사 셔틀버스 타고 올라가는데 왜 안 오느냐는 신샘 전화.

아하, 오늘은 왔구나 하는 반가움.

헌데 다 도착했는데 장비 가지고 오는 해일씨가 아직 도착을 안 했다고...

기다리는 새 송샘이 지난번 찍은 사진을 뽑아다 주고 간다. 연수하라 가는 중이라고...

새벽 4시 올라왔다 내려갔다 다시 올라오는 거라고...

사진 찍는 사람의 덕목중 하나가 새벽잠이 없어야 하나보다. 아무튼 고맙다.

 

 

30분 늦게 해일샘 도착.

장비 나누고 오늘 못 온 사람 장비는 마침 차를 도선사에 댄 샘이 있어 그 차에 넣고 10시 다 되 출발.

오늘도 역시나 행사가 많은것 같다. 주차장에 차가 가득이고 보성고 총 동문회 산행도 있는것 같다.

일단 출발.

 

 

비둘기샘에서 물 보충할 사람 보충하고 숨은벽 대슬랩으로 가는길. 어프로치가 긴게 흠이라면 흠.

헌데 가기도 전 신샘 발목을 접질리는 사고.

응급처치 하고 배낭은 박샘이 들고 스틱 빼고 진행을 하긴 하는데 걱정이 된다.

평소 소망이 배낭 안매는 공주산행이라는 신샘. 오늘 그 소망이 이루어 지긴 했는데 이건 아니지 하며 웃었다.

아직 아랫쪽은 단풍빛이 곱다.

 

 

 

 

 

 

넘들 가는 능선길이 아닌 계곡길을 치고 가자고 가는데 길이 은근히 험하다. 설악산 계곡 산행을 하는 듯한 느낌. 당연히 사람도 없고 호젓해 좋긴 하다.

여기서 한 코스 한것 같이 힘이 든다. 인수를 옆으로 끼고 걷는 길이라고 해 '인수 둘레길'이냐고 웃었다.

문제는 코스가 좋긴 한데 찾아올 자신이 없다.

홍위원장이 이 코스는 처음이라고 아주 좋아한다. 아무튼 돌아돌아 숨은벽 대슬랩 앞에 서니 능선길, 우회길, 대슬랩 등 어디나 사람이 넘쳐난다.

일단은 간단하게 요기를 하고 시작하기로 했다.

 

 

 

 

동작 빠른 황샘이 자일 한동 들고 가 번호표를 뽑고 기다리고 있다.

우리들도 먹는대로 짐 싸서 줄에 합류하는데 우리 뒤에도 2팀이나 더 줄을 섰다.

우리는 12명이라는 다소 많은 인원. 자일은 3동. 그나마 위안은 사부가 반 교육생이 반 수준인것.

 

 

 

 

우리 차례가 되어 황샘이 선등으로 올라서고 2번째 류샘이 올라가 자일 2동 설치.

바로 뒷팀은 5명인데 선등만 있지 후등자가 없어 자일 고정 해 놓고 내려와 후등을 봐야 한단다. 그 말을 들은 우리 팀이 그팀 자일까지 한동 올려주는 서비스.

친절한 독수리 형제들이다.

 

발 다친 신샘 먼저 올려보내 다리를 쉬게 하고 내가 그 다음으로 올라가는데 겁은 덜 나는데 발목이 너무 아프다.

멀쩡한 나도 이리 힘든데 신샘 어찌 올라간거야?

아무튼 올라와 내려다보는 경치. 정말이지 죽여준다.

올해 환갑인 홍무궁화샘은 늘 바라보던 이곳에 올라왔다고 너무 좋아하신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걸 몸소 보여주시는 그 정열과 담력. 거기에 미모까지... 부러울 뿐이다.

오늘 작가가 없기에 일단 사진은 마음껏 찍었다. ㅎㅎ

 

 

 

 

두번째 슬랩 올라가기.

몇년 전 이곳부터 버벅대서 콧잔등 바위에서는 슬립먹고 잠바 주머니까지 뚫어진 경험이 있었는데 그래도 오늘은 팀을 믿기에 두려움은 덜하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인파들. 입장료 받으면 돈 좀 될것 같다 하고 웃었다. 일단 올라서니 정체가 없어 참 좋다.

 

 

 

 

콧잔등 바위 가기 전 인수릿지의 그림같은 모습. 거기도 사람들이 많이도 붙어있다.

오늘 삼각산 어디를 봐도 인파가 넘쳐나는 모습들. 인수에도 사람이 어찌나 많이 붙어있는지 하강하는 곳에도 대기표 뽑고 기다리는 사람이 많다.

누군가 인수가 넘어질것 같다 했는데 정말이지 어느날 옆으로 누워버릴것 같다.

 

 

 

 

콧잔등 바위 앞팀이 버벅대서 앉아서 놀면서 사진찍기.

바로 뒷팀도 후등자 없는 팀을 추월해 올라왔다. 이팀은 4명인데 웬만한 곳은 확보도 없이 올라간다. 우리팀도 추월하고 그냥 휘리릭 올라가 버렸다.

많이 바쁜가  보다. ㅎㅎ

콧잔등 바위는 예전처럼 무섭지 않았다. 휴~

 

 

 

 

콧잔등 바위에서 내려서는 것도 예전에는 어찌나 무섭던지...

헌데 오늘은 처지는 사람이 없어서인지 나까지 덩달아 씩씩하게 올라가고 내려가고....

년중행사로 바위를 하니 실력이 는건 아닐텐데. 하긴 그래도 올해는 두번째니 초과달성 맞네.ㅎㅎ

 

 

 

제일 젊은피 꿈꾸는 소년이라는 박샘. 걸어 올라가도 되는 길을 연습삼아 크랙을 뜯으며 올라가는데 암벽화가 아닌지라 좀 애를 먹긴 했지만 그래도 훌륭한 강사진이 앞뒤로 있는지라 가쁜하게 올라와 뿌듯해 하는 모습.

그 뒤 한 선수는 암벽화까지 빌려 신은지라 가비얍게 올라선다.

 

 

우리의 무궁화 언니는 담력도 쎄고 사진 찍는다고 하면 빵긋 웃으며 포즈 취해주는 여유.

초보 맞는겨? 여고 동창 사이트에 올리신다고 해 그리고 바로 내 앞뒤에 계셔서 많이 찍히셨다.

찍는 사람 입장에서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포즈 취해주는 분들이 고맙다.

 

 

 

걸어가도 될 길들을 우리는 연수 모드로 레이백으로 뜯으며 올라가기.

이렇게 시간 여유 있을때 멤버 좋을 때 해 보는게 좋으니까.

 

 

 

 

 

그냥 가도 될 길이지만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기에 자일 픽스시켜 놓고 비나 통과하여 건너서기.

그리고 서로 마주보며 사진 찍어주기.

 

 

 

 

선등한 류샘이 슬링 몇개 연결해 확보 후 올라가기. 덕분에 대기시간이 많이 단축.

 

 

숨은벽 정점에 올라서니 그야말로 인산인해.

다들 인수 배경으로 사진 찍느라 난리가 났다. 우리도 쉬면서 사진도 찍고 늦은 점심 먹기도 하고 간식도 먹고...

아무도 술을 준비 하지 않았는데 옆팀에서 잔 들고 오라고 해 우리들도 잔 들고가 막걸리, 맥주 얻어마시기. ㅎㅎ

여기서 산행을 끝낼 것인가 만경대를 할 것인가.

가면 좋쥐~

한분만 저녁 약속 때문에 위문에서 하산. 나머지는 만경대를 향해 고고씽~

 

 

위문의 인파들. 그 인파를 보란둣이 금줄을 덩덩당당하게 넘어설 수 있는 기쁨.

시간도 오후가 된지라 밀리지도 않고 너무 좋다 아이가...

 

 

 

 

군데군데 안전요원들이 지키고 계시다. 고생 많이 하신다.

안경대 올라서면 이젠 백운대, 노적봉을 눈이 시리게 볼 수 있다. 백운대 올라가는 길도 인파들로 정체.

하긴 호랑이굴 우회하는 길도 계단을 만들어 놓았는데도 정체가 된다.

원래 호랑이굴로 갈 수 있으면 백운대를 슬랩으로 올라가면 오늘 산행이 좀 가벼울텐데 만경대를 하기로 한지라 좀 길어졌다.

발목 다친 신샘도 함께 하는데 말은 하지 않지만 각도가 맞지 않으면 통증이 올텐데 잘 참고 있다.

 

 

 

용암문에서 위문쪽 경치도 좋지만 반대로의 경치는 그야말로 설명이 필요없다.

배경으로 아파트도 보이고 멀리 비봉능선도 아스라이 보이고...

산의 속살을 볼 수 있는 이 황홀한 기분. 이 기분 때문에 민폐인줄 알면서도 또 따라 나서고...

 

 

 

이곳 하강지점에 한팀이 바가지를 쓰지 않아 단속에 걸린다고 되돌아 내려가고 우리팀이 기다리는걸 본 뒷팀은 노래방으로 간단다.

산에 웬 노래방?

노래하며 가서 노래방인가 하고 웃었다. 아무튼 능선을 치고 하강하는 코스로 가는것 같다.

 

 

짧은 하강 후 트레버스 길에서 비나 통과하다 무궁화샘 리보소를 내가 떨어뜨렸다. 오늘 처음 사 개시한건데. 확보도 볼 수 있는 비싼거라는데...

황샘과 해일샘이 내려가 봤지만 낙엽때문에 찾을 수 없어 포기. ㅠㅠ

많이 죄송하다. 나나 잘할것이지....

 

 

 

뜀바위는 여전히 난코스.

등산학교도 나온 회장인 김샘도 뜀바위는 무섭다고 약한 모습을 보여준다.

류샘이 중간에서 팔을 잡아 겨우 건넜다. 휴~

등산학교 출신, 검정고시 출신, 난 그 깜장고시도 못 본 무학력자.

 

 

 

 

뜀바위 다음 내려서는 길.

신샘 한쪽 발을 쓰기 불편한지라 하강기로 해 건너가기. 그래도 여긴 내 발과 손으로 갈 수 있는 곳이고 양쪽에서 확보 봐 주고 있어 두려움은 덜하다.

 

 

 

 

여기가 마지막 하강인줄 알았는데....

이 하강 포인트를 2인 커플팀은 맨몸으로 휘리릭 올라갔다 휘리릭 내려간다. 이곳도 사고 나기 쉬운 곳이라는데....

처음엔 한명씩 하강하다 시간이 없어 한줄씩 커플 하강.

류샘과 박샘은 어찌나 빨리 내려오는지 스포츠용품 CF 같았다. ㅎㅎ

 

 

자일 사리고 잠시 쉬면서 간식먹기.

이러다 산에서 일몰을 맞을것 같다.

 

 

 

  

 

 

선등자 황샘은 무조건 직진 스타일. 그래서인지 피아노바위를 지났고 하강하는 곳으로 와 버렸다.

문제는 하강코스가 아주 길다고...

60자 2동을 묶어 먼저 하강하던 황샘의 sos. 자일이 나뭇가지에 걸렸다고 한다.

류샘이 급히 50자 접어 내려가 문제 해결.

해는 어느새 석양이고 석양빛이 물든 얼굴들이 아름답다.

 

 

 

 

60자 하강으로는 한번에, 25자 자일로는 끊어서 하강을 부지런히 하고 마지막 피치를 올라서고 나니 해가 졌다.

그래도 랜턴 켜지않고 땅에 발을 디뎠으니 참 다행이다.

랜턴은 다 있지는 않아 사이사이 껴서 하산 하기로 했다.

 

 

오랫만에 야경을 보는것 같다.

신샘과 여자들 먼저 걸음이 느린지라 용암문에서 장비 정리하는 동안 천천히 하산.

쫓아오던 해일샘이 중간에 없어져 왜 그런가 했더니 지난번 설악에서 탈출한다고 간 길이 더 길어 밤9시 하산해 고생 많이 했다고 한다. 그래서 왼쪽 무릎인대가 아파 병원 다녔다고... 오늘 산행이 길어 통증이 다시 와 뒤쳐져 내려왔다고...

천천히 무사히 내려오니 곧 다들 내려왔다. 다행이다.

한차 택시로 내려가 신샘 차 가지고 올라오고 몇몇은 마침 절 셔틀버스가 출발해 타고 내려갔다.

 

우리콩 두부집에서 조촐한 뒷풀이.

숨은벽만 해도 황홀한데 만경대까지 옵션으로 한 행복한 하루.

슬랩, 하강... 을 원도 한도 없어 해 봤고 석양에 야경까지 보는 온몸이 호강하는 하루였다.

두루 감,고, 사~

 

 -류샘 사진 추가 (선등하랴, 확보하랴 바쁜 가운데 우월한 위치에서 찍은 사진이라 역쉬 뭐가 달라도 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