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T E 흄(1883~1917)
가을 밤의 싸늘한 감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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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이 빨간 농부처럼
불그스름한 달이 울타리 너머로 굽어보고 있었다.
말은 걸지 않고 고개만 끄덕였다.
도회지 아이들같이 흰 얼굴로
별들은 생각에 잠기고 있었다.
가을 밤공기처럼 싸늘한 시다. 영미 이미지즘 시 주창자답게 정감 전하는 입 꾹 다문 채 풍경에만 고개 돌린 척하는 냉랭한 시다. 그러나 시인이 달과 별에 말은 걸지 않아도 고개는 끄덕이듯 독자 또한 고개 끄덕이며 많은 생각에 잠기게 하는 시. 정을 주체 못해 말 많은 시, 앎과 깨달음이 넘치는 정보 과잉, 교훈적인 시 넘치는 시단에 정경(情景)이 말없이 어우러지는, 동양 정통 시에 맥을 댄 듯한 이런 시 귀히 보인다. <이경철·문학평론가>
산행일: 2010. 10. 17(일)
코스개관: 대목리 - 천왕(황)봉 - 코바위 - 헬기장 - 갈목재 (12.6km : 9:50~16;20)
날씨: 이 가을 정들고 싶어지는 화창한 가을날
멤버: 당나귀 14명 (집 나간 안샘 돌아오다.. ^^)
지난번 산행으로 충알이 끝나고 오늘부타 금북한남 정맥을 시작하기로 한 날.
지난번 산행때만 해도 전혀 가을 분위기가 아니었는데 어느새 가을은 성큼 우리 곁으로 다가와 있다.
버스를 타니 오랫만에 안샘, 털썩이, 전사장 셋이 보인다.
지난번 달마봉 무박산해에 이작가님이 안샘을 만나 오늘 나오라고 설득을 해 집 나가 방황하던 안샘 패밀리가 참석.
마음 잘 통하는 산친구가 안 와 서운했는데 정말이지 반가웠다.
반면 발목 부상이 영 낫질않는 성사장과 무릎 수술후 회복이 덜 된 부회장님 부부는 이번에도 불참해 서운하다.
모처럼 깔맞춤으로 옷을 입은 날 보고 상가집 모드에서 오늘은 야유회 모드라나 뭐라나? ㅎㅎ
10시가 좀 안 된 시간 산행 기점에 도착. 대추나무가 있어 떨어진 대추를 먹어보니 맛이 아주 좋다. 보은 대추가 유명하다고...
산을 완연한 가을빛. 가을 속으로 걸어들어가는 느낌.
헌데 마음과는 달리 초장부터 힘들어 맨 후미에서 겨우겨우 쫓아간다.
이대장 목소리가 계곡 건너편에서 들린다. 설마...
옷 벗는새 이대장이 없어져 버렸다고 안샘도 함께 후미그룹에서 놀며 쉬며 먹어가며 산행을 한다.
함께 계겨주는 사람이 있으니 마음이 좀 가볍다. 오늘 코스도 지난번에 비하면 길지 않으니 천천히 가도 된다고 안심시켜 주는 동안총무.
단풍든 경치에 감탄해 가면서 호젓한 산길을 따라 1시간 반 만에 천황봉 도착. 충알과 오늘 산행으로 속리산을 한바귀 뺑 도는 산행을 한 셈이라고 한다.
몇년 속리산 안 와도 될것 같다고...
선두팀들은 진작에 정상에서 기다리고 있다. 정상에는 우리 말고도 사람들이 제법 많다.
이대장과 털썩이는 옆 능선을 타고 오는 바람에 훨씬 힘든 산행을 했다고.. 특히나 오른쪽 어깨가 고장나 배낭도 한쪽밖에 매지 못하는 털썩이는 고생이 많지 싶다. ㅎㅎ 그래서 우린 대장보다는 총무를 따라다니는 산행을 한다. ㅎㅎ
정상에서 조금 내려와 금북정맥을 잇기위해 금줄을 넘어섰다.
이곳에서 하마트면 또 길을 잘못 들 뻔 하다 바로 정신차리고 다소 가파른 내리막을 내려갔다 작은 봉우리에서 금북정맥 산행시작을 위해 막걸리 한잔 붓고 엎어진 김에 점심까지 먹고 가기로.....
아침 광명에서 버스타고 오다 차가 고장나 본의아니게 지각한 전사장은 계속 투덜투덜 대는 투덜이 스머프.
당나귀 산행이 힘들어 분기별로 참석한다는 등 정식 발령을 안 내줘 못 온 다는 등...
오늘 초장에 큰 오르막을 올라섰기에 이후 산행은 작은 오르내림이 반복되는 길이라고 한다.
과연 대부분 코스는 급경사 내리막이 간간히 있지만 비교적 완만한 길. 되돌아 보면 어느새 천황봉이 조금씩 멀어져 가고 보이는 능선오 모습도 정말이지 아름답다.
오늘 이대장이 섭외해 온 게스트가 지난번 산행과 오늘 산행 중 어디가 더 멋지냐고 묻는데 이거야 말로 비교불가.
다 나름대로 멋진데 어찌 비교를 할까....
계속 오르내림이 반복하고 쉬는데 이대장 왈 이젠 정말 30분만 가면 된다고 앞에 산이 안 보인다고..
헌데 30분 내려오니 산행 종점이 아닌 헬기장. 헬기장까지 30분이라는 동안총무.
하긴, 정맥이 그냥 정맥은 아니지. 천황봉 지나서는 산행 내내 사람을 만나지 못하는 호젓한 산행. 정맥에서만 맛볼 수 있는 즐거움.
오르막에서는 이작가님이 앞에 있나 잘 살펴야 한다고.
왜? 먼저 뛰어 올라가 계시다 올라서는 우리들을 찍기에 표정관리가 중요하다고...
차 소리가 가까워지고 길이 보인다.
안샘이 표정관리를 하라고 한다.
왜? 이 작가님이 찍고 계셨다. ㅎㅎ
지난번 산행에 비해 코스도 짧고 길도 순하고 해 있을때 도착하니 다들 웃으며 차를 탄다는 기사님.
간식도 많이 먹었고 시간도 이른지라 안양에 와 저녁 먹기로 하고 고고씽.
오늘도 성사장님과 함께 캤다는 동안총무표 더덕 슬러쉬 2번이나 먹었다. 감솨~
그리고 정2품 소나무 부인인 정경부인 소나무가 있다는데 오늘은 못봤다. 다음 산행에서 아마 볼 수 있을거라고....
7시 경 고천중학교 앞 추어탕집에서 가을에 어울리는 맛 좋은 추어탕을 먹고 집으로~
이러다 9정맥 다 하는거 아닌지 몰라...
-이작가님 사진, 동영상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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