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외.../2010일기

위문공연 (12/7)

산무수리 2010. 12. 9. 22:14

찬란 -이병률(1967∼ )


겨우내 아무 일 없던 화분에서 잎이 나니 찬란하다

흙이 감정을 참지 못하니 찬란하다

감자에서 난 싹을 화분에 옮겨 심으니

손끝에서 종이 넘기는 소리를 듣는 것도

오래도록 내 뼈에 방들이 우는 소리 재우는 일도 찬란하다

살고자 하는 일이 찬란이었으므로

의자에 먼지 앉는 일은 더 찬란이리

찬란하지 않으면 모두 뒤처지고

광장에서 멀어지리

지난밤 남쪽의 바다를 생각하던 중에

등을 켜려다 전구가 나갔고

검푸른 어둠이 굽이쳤으나

생각만으로 겨울을 불렀으니 찬란하다

(중략)

지끔껏으로도 많이 살았다 싶은 것은 찬란을 배웠기 때문

그러고도 겨우 일 년을 조금 넘게 살았다는 기분이 드는 것도

다 찬란이다


회복기의 환자는 죽음이라는 망각의 강으로부터 돌아왔기에 지극히 사소한 장면들까지 어린아이의 시선으로 감탄할 줄 안다. 보들레르는 이것이 영원한 유년을 살고자 하는 예술가의 정신이라고 했다. 꽉 찬 이 충만감 속에서 우리는 아픔마저 눈부시게 한다. <손택수·시인>

 

 

 

 

 

 

 

 

송파2동의 직장에서 만난 사람들의 모임인 송이회.

7명 중 한분 정년, 넷이 명퇴, 현역 둘 중 서니가 명퇴 신청을 했고 이젠 나만 남나보다.

회장님이 올 여름 혹 하나 뗀다고 가볍게 이야기 하셨는데 알고보니 암이라고...

수술 받았고 항암을 12번을 해야 하는데 이제 반을 받으셨다고.

본인도 가볍게 이야기 하셔서 곧 컴백 하실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증세가 심하셨는데 우리가 너무 무심해 많이 죄송했다.

말 난 김에 날짜 맞추니 다들 오시겠다고 해 미국에 계신 마님 빼고는 다 출석.

멀리 나오는건 아직 건강이 허락치 않는다고 해 일산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제일 먼 선물의 여왕은 꼬박 2시간 걸려 오셨다고....

 

한언니는 오늘도 직접 만든 조끼를 입고 오셨고 예쁜 지갑도 수제품.

정말이지 재주가 좋으시다. 동창들과 매달 만나 작품 하나씩 만드는데 처음엔 못한다고 하던 친구들도 작품이 완성되는 재미로 다들 바느질 재미에 빠지셨다고....

우리도 좀 가르쳐 달라고 하니 날짜만 잡으라고 하신다. 이야기만 들어도 신난다.

잘 키운 큰 따님은 ㅇ대 영문과에 동시통역사인 외무공무원인데 이번 하와이 발령이 나 이사 도와주느라 하와이 다녀오셨다고...

그러더니 중매 좀 하라신다.

그렇게 잘난 남자를 아는 사람이 없는걸요?

 

선물의 여왕의 큰아들이 드디어 개업을 했다고 한다.

분당 정자동 '밤비노' (031-717-7910) 라는 다이닝바인데 밤비노란 이태리어로 어린아이 라는 뜻이라고..

호주에서 유학한 해외파 세프인 오너와 일류 음식점 출신 세프가 둘이 하는 곳이라는데 스테이크, 스파게티, 피자 등 식사와 안주를 겸해 먹을 수 있는 곳이라고.

낮에는 문은 열지 않고 5시부터 늦은 시간까지 한다고 한다.

개업한지 한달 정도 되었는데 한번 와 본 사람은 또 온다니 맛이 좋은가 보다.

우리도 곧 이곳에 가 맛좋은 음식을 먹어 보기로 했다.

 

주엽역 앞의 '마루국시'라는 코스요리가 나오는데 맛이 좋았다.

염려와는 달리 살이 많이 빠지지 않으셨다.

성당 다니시는 분인데 아픈 이후 기도도 더 열심히 하시고 따님도 가까이 이사를 와 지낼만 하시다고 한다.

따뜻한 봄 날 꽃 필 즈음에는 털고 나오실 수 있을것 같다.

써니 명퇴 기념으로 2월 쯤 모임을 갖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