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대문시장 쌓여진 택배 물건 사이
일회용 면도기로 영감님 면도를 하네
비누도 없이 이슬비 맞으며
잇몸 쪽에 힘을 주며
얼굴에 길을 만드네
오토바이 백밀러가 환해지도록
리어카의 물건들
비 젖어 기다리네
영감님 꽃미남 될때까지
가로수는 누가 볼까 팔을 벌리고
사람들은 우산 쓰고 찰박찰박 걸어가는데
불탄 남대문 오랜만에 크게 웃고
산행일: 2011.2.26~27 (토요 무박)
코스개관: 밤재고개-별뫼산-제안고개-깃대봉-장근봉-담재-서기산-계라리고개 (5:30~14:30)
날씨: 출발 전부터 내리던 이슬비. 산행 내내 내리고 가스가 끼어 시계제로.
멤버: 카페 21명
원래 3회차는 월출산 구간인데 경방때문에 뒤로 미루고 오늘은 5회차 가는날.
코스가 아주 긴데다 주말 비 예보가 있어서인지 취소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 거의 한자리찍 널널하게 차지한 버스.
여자는 달랑 셋. 후미는 떼 놓은 당상인데 다행히 산행대장이 후미 확실하게 봐 준다고 걱정하지 말란다.
출발때 어찌나 졸린지 지도도 받기 전 잠 들 뻔. 지도 받고 설명 듣고 잠 자고 화장실 잠깐 들리고 강진 근처 문 연 식당 겨우 찾아가니 김밥집.
주방에 남은 메뉴를 선택의 여지없는 아침을 구박 받아 가면서 겨우 먹었다.
밥 먹고 산행기점에 도착하니 5시.
비는 예보대로 내리고 있고 바람은 불지 않아 그나마 다행이다. 다들 우비나 고어잠바를 입었고 신발을 젖지 않으려는 여러가지 다양한 방법들을 볼 수 있다.
산행기점을 찾아 위 아래로 헤매다 도로 내려오다 겨우 찾은 기점에 산행기에 없던 새 건물이 들어서고 골재를 쌓아놓은 곳이었다. 이곳 건물을 돌아 겨우 등산로 입구에 들어섰다.
별뫼산 가는 길은 그야말로 급경사 길을 쉬지도 않고 보이지도 않는다. 랜턴 문제인줄 알았더니 가스가 꽉 차 뿌옇다. 선두 내 달리고 사진 찍는 새 중간 그룹이 되어 걷는데 중간 선두가 걸음이 딱 걷기 좋은 속도.
그 속도 참지 못하고 남정네들이 치고 나가니 어느새 앞도 뒤도 없어진다.
어둠이 가실 무렵 길이 나왔고 조형물인지 구름다리인지가 보이고 강진을 알리는 표지가 나온다. 이길 무단횡단하고 중앙선을 넘어 반대편 능선에 붙었다.
알바 할까봐 염려하며 나타난 애향 표지석. 이곳 길을 넘으니 또 산길로 들어가는데 대숲도 지나고 길 같지 않은 길을 표지기를 보고 겨우겨우 찾아가는데 황토밭길도 지나고 대숲을 지나고 나니 계속되는 오르막이 쉬지도 않고 이어진다. 도대체 이 끝이 어디인지 모르겠다. 지도도 없어져 버려 확인불가.
간간히 암릉이 보이는 길도 보이고 길은 직진으로 가다 좌측으로 꺾인다. 자칫 잘못하면 놓치기 쉬운 길을 홀로 가니 정신 바짝 차리고 표지기가 조금만 안 보이면 조바심 치며 가게 된다.
쉬는 사람도 없어 쉬지도 못하다 임도가 나와 잠시 쉬면서 비옷 위에 배낭을 맸다. 반대로 했더니 꺼내 먹기조차 힘들어 안되겠다.
임도길로 걷고 싶은 충동이 일었지만 끝이 어디인지 모르겠기에 산길로 접어드니 나타나는 산불감시초소. 초소 뒤에 세분이 계시다 길을 떠난다. 풀초롱님이 쉬고 있어 같이 쉬고 따뜻한 커피도 얻어 마시고 둘이 일행이 되어 출발.
풀초롱님 지도를 보니 아직도 서기산은 멀기만 하다.
그나마 이곳부터는 간간히 이정표, 표지석이 있어 길이 맞다는걸 확인해 다행이긴 한데 아직도 서기산을 멀기만 하다. 임도가 나왔고 임도에서도 400m 가면 서기산이라는데 정말 멀게 느껴진 서기산 정상이 드디어 나왔는데 산행 6시간 만이다. 휴~
서기산 정상석 바로 앞 우측으로 꺾어 내려가는 길에 안내 화살표가 있다. 정상에서 헬기장까지 1시간.
이곳에서도 계라리 고개는 3시간 이나 더 걸린다는 우울한 소식.
다리도 아파오고 힘도 빠진다. 오늘은 간식을 나누어 먹을 사람도 없어 조금 가져왔고 물도 얼마 안 가져왔는데 부족할것 같아 염려가 된다. 그나마 풀초롱이 간식을 자주 먹는 체질이라 함께 쉬면서 간식 먹고 사진도 찍어 그나마 사진이 있다.
우리가 가는 산길 왼쪽으로 임도가 가끔씩 보이는데 누런 풀빛은 어찌보면 호랑이 가죽같이 멋진데 아무것도 안 보여 참으로 아쉽다.
낭떠러지 같은 임도도 한번 더 가로질렀고 간간히 보이는 봉우리 표지판을 지나고 가지런한 무덤이 보였고 우측으로 밭도 보여 정말 끝인줄 알았는데 여기서도 거의 20여분 돌아돌아 내려가니 길.
산행이 끝나고 나니 어찌나 기쁘던지....
길로 내려서니 정자가 보였고 차는 길 건너에 있다. 정자 앞 수돗가가 있어 거기서들 씻고 옷을 갈아입는다고 차로 가니 그래도 빨리 왔다 위로해 주시며 씻고 오란다.
우리가 후미인줄 알았더니 한분은 컨디션도 안 좋고 초장 알바때문에 기운을 빼 서기산 지나고 임도에서 마을로 탈출해 택시타고 오셨다고 했고 후미대장 2분도 후미 한사람과 함께 뒤늦게 도착.
산행대장은 빨리 올 욕심에 임도를 가다 오히려 시간 더 지체했다는 후문. 알바 하지 않았는데도 이렇게 힘이 든데 알바까지 했다간 정말이지 탈출 신세가 될 뻔 했다.
이미 젖은 신발을 빨고 발도 닦고 세수도 하고 젖은 옷 갈아입고 3시반 경 출발.
강진 시내 백반정식집 설송식당에서 1인당 6천원 짜리 정식에 설송 막걸리 먹기.
허기잔 배를 한가득 반찬으로 밥 먹기. 다 좋은데 상이 6인용이라 손이 채 닿지 않아 먹어볼 수 없긴 했지만 몇몇 반찬은 정말 맛났다.
밥 먹고 이젠 제대로 내리는 빗속을 출발.
백양사 휴게소에 한번 쉬고 사당역 도착하니 9:30.
평소 8시경 귀경에 비하면 많이 늦었다. 그래도 힘들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한구간을 이었다는게 기쁘긴 한데 다리가 너무 아프다....
계속 이 길을 이어갈 수 있으려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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