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기와집 그 여자 -권혁수(1957~ )
부순 벽돌을 산업폐기물 처리장에 내다버렸다
집부수기 20년, 아직 부숴댈 내 집은 없다
부서지면 안 될 몸집만 있다
집착이
견고한 몸집을 버리지 못한 기억을 쏟아낸다 이미 20년 전에
밤마다 무수히 부서뜨린
부서지지 않은 집
빨간기와집
그 여자가 미소를 얼굴에서 꺼내 건넨다 불씨처럼
빨간기와집이 살아난다 활활 불꽃이 일어 빨간기와집을
태운다 태워서
지붕과 기둥의 몸통이 뜨겁게 달아오른다 유리창이 피부에 닿아 소스라치게 미끄러진다
연기가 뭉게뭉게 피어올라
더 견고하게 구워진 빨간기와집
그 여자
집 부수기 일을 하는, 부서지면 안 될 몸이라는 집만 가진 어떤 주인공. 20년 전 기억 속 부서지지 않는 빨간기와집과 그 여자 있다. 그 여자의 미소 떠오르자 빨간기와집은 활활 불타고 불타고. 유리창의 차가움에 놀라 기억의 불속에서 깨어나니, 빨간기와집과 그 여자는 더 구워져버려 그리움만 다시 견고해졌다. 그러니까 집 부수기 일을 하는 이 주인공은 빨간기와집과 그녀 절대 부수고 싶지 않은 것. 제 존재의 기원인 순결했던 그 시간을 절대 잃어버리고 싶지 않은 것이다. <이진명·시인>
산행일: 2011.5.7 (토) 13;30 불광역 2번출구
코스개관: 대호매표소-쪽두리봉-향로봉-비봉-사모바위-응봉능선-삼천사 (14:00~16:10)
날씨: 아침 비를 염려했으나 오후엔 화창하다 못해 더웠던 날
멤버: 중학 동창 넷
10월부터 산에 가자고 날짜 잡고 취소를 몇번 하다 모처럼 친구를 만나 산에 가기로 한 날.
중년에 접어들면서 만나게 된 중학 동창들. 성숙이가 적극적으로 연락이 되 이나마도 만나게 된다.
원래는 오합지졸 산행을 해야 하지만 지난주 순한공주 버스데이 파리로 만난지 얼마 안되 나혼자 생략 하기로 하고 산에 가기로 한날.
점심 해결이 안 된 상태로 빵집에서 빵 사면서 하나 사 전철에서 바쁘게 먹고 (이런것쯤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중년 아지매인지라..) 불광역에 가니 제비꽃이 먼저 와 있고 조금 늦는다고 연락한 성숙이 진순이 도착.
날이 더워 물이 부족할것 같아 물도 하나 더 사고 등산로 입구까지 걷는데 둘레길 시발점인지라 등산객보다는 걷기팀이 많아 막상 산길은 호젓해 좋다.
쪽두리봉 올라가는 길. 난이도 있는 길은 옆으로 우회해 가면서 오르는데 내려준 비로 시계는 좋은편.
짬짬히 쉬면서 진순이 싸온 떡과 과일로 요기하기.
오늘도 감탄 종결자 제비꽃의 감탄사 연발. 오면 좋은데 왜 안 와지는지 모르겠다고...
주말 이런 저런 산행 약속으로 시간 빼기가 그렇데 나 빼고라도 가면 되는데 이왕이면 같이 가자고 하고...
우회해쪽두리봉 올라가 인증샷 하는데 우리 찍는걸 보고 샘내 하면서 젊은오빠 부부도 휴대폰으로 찍는단다. ㅎㅎ
마눌이 산행을 훨 잘하는것 같은데 남푠께서는 계속 이래라 저래라 잔소리.
동창팀으로 보이는 몇몇은 후미조인지 계속 하산길만 찾아 댄다. 옷과 배낭엔 막걸리가 튄 흔적인이 흰 점박이.
쪽두리봉을 뒤돌아보면서 우리가 저기서 내려온거라 하니 새삼스레 놀라는 친구들.
멋지지?
비봉 조망이 잘 되는 테라스는 시간이 늦어서인지 조용해 좋다.
한 오빠야가 자기가 방 빼 놓았단다.
간식 먹고 사진 한판 찍고 떠나려는데 사진을 찍어준다고 해 디카를 맡기니 손을 이리 놓아라 저리 놓아라 하는 폼이 사진 좀 찍어본듯.
독사진도 찍으라는데 민망해 사양하니 이 사람은 계속 그곳에서 석양을 찍으려는지 머물어 있다. 헌데 날씨는 먼 봉우리에는 구름이 낀 모습이 비가 올것도 같은 형세.
비봉 언저리에는 진달래가 아직 피어있다. 저 자리에 진달래가 있는줄 처음 알았다.
사모바위에서 응봉능선으로 하산하기로 했다.
왜? 진순 남푠이 산성입구쪽에서 모임을 하는데 오늘 호스트라고 내려오면 밥 사 주신다고...
어차피 내려가 밥 먹을거니 이왕이면 이쪽으로 내려가자는 진순이.
그래 늦지 않게 바쁘게 하산하기.
오랫만에 응봉능선으로 하산.
막상 내려오니 날은 도로 맑은 모드.
큰길로 나와 택시를 기다리니 태워주질 않아 삼천사에서 내려오는 택시를 사정사정해 타고 산성 입구의 옛골토성으로...
어느새 식당들이 새로 지은 건물 안으로 깔끔하게 다 들어왔고 장비점들도 엄청 많이 생겨 달리진 산성입구의 상가.
오리고기에 계원이 중국 가 사 왔다는 크나큰 더덕까지 잘 얻어먹었다.
모임이 길어지는것 같아 우리는 먼저 일어났다.
잘 먹었습니다. 담에 산에 오시면 신세 값겠사옵니다...
산행 끝나자마자 다음 산행은 언제 가냐고 독촉이다.
다음엔 평창동으로 내려와 제비꽃 집구경을 가자고 한다.
그래, 가자 가~
'산행기 > 2011 산행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금북 건너 걷기 (차동고개-효제고개, 5/15) (0) | 2011.05.18 |
---|---|
비를 비껴 금수산 산행하기 (5/9~10) (0) | 2011.05.11 |
신록의 금북정맥을 걷다 (황골도로-차령고개, 5/1) (0) | 2011.05.02 |
땅끝을 마치며... (미황사-땅끝마을, 4/23~24) (0) | 2011.04.27 |
봄날 금북정맥 3구간 이어아기 (각원사-황골, 4/17) (0) | 2011.04.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