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11 산행기

땅끝을 마치며... (미황사-땅끝마을, 4/23~24)

산무수리 2011. 4. 27. 08:34

‘뱅크셔나무처럼’-나희덕(1966~ )


 

 산불이 나야

비로소 번식하는 나무가 있다



씨방이 너무 단단해 뜨거운 불길에 그을려야만

씨를 터뜨린다는 뱅크셔나무



제 몸에 불을 붙여서라도

황무지에 알을 슬고 싶은 뱅크셔나무



장전된 총알들, 그러나

한번도 불길에 휩싸여본 적 없는 씨방



모든 것이 타고난 뒤에야

검은 숯 위로 연한 싹을 내밀고 싶은

가을볕이 좋아 문인 몇 명과 함께 강원도 양양에 갔습니다. 4년여 전 산불에 고향 집을 앗기고도 꿋꿋이 작품을 생산해내는 소설가도 함께. 화마가 모든 것 쓸어간 줄 알았는데 웬걸요. 가을 결실 튼실히 맺고 있던걸요. 불길이 휩쓸고 간 대지 나긋나긋 여린 생명 아니라 더욱 튼실한 생명 낳고 있던걸요. <이경철·문학평론가>

 

산행일: 2011.4.23~24 (토요 무박)

코스개관: 미황사-달마봉-하숙골재-도솔암-도솔봉-땅끝전망대-토말비-땅끝마을 (4:40~11:30)

날씨: 비 온 다음 쌀쌀한 봄날이었지만 산행 하긴 좋았던 날씨. 꽃이 지고 있더라....

 

1월 4주에 시작한 땅끝, 드디에 끝이 보인다. 오늘이 산행 마지막.

당나귀 이작가님이 달마산은 초행이라고 신청하셨다.

사당에서 타고 잠을 청하는데 잘 오지 않는다. 함평휴게소에서 이른 아침 먹는 사람들. 난 배도 안 고팠고 밥도 싸와 패스.

미황사 주차장 도착하니 4:30. 화장실에서 짐 챙기고 출발한 시간이 4:40.

 

 

후미그룹인 우리들은 달마봉부터 시작하기로 했는데 선두는 법당 우측 등산로로 바로 올라가 버린다. 그쪽으로 가면 달마봉을 갈 수 없는지라 왼쪽 등산로 찾아 출발한 사람이 7명 정도. 그중 한분은 문바위쪽으로 간다고 올라가다 우측으로 가고 나머지 사람들만 달마봉을 향해서 간다.

보이는게 없어서인지 후미인데다 구간을 길게 타니 긴장되 하산할 때보다 더 빨리 정상에 오른 느낌.

정상 사진 후딱 찍고 진행하는데 벌써 날은 훤해 랜턴 없어도 될 정도다.

이작가님 처음 참석 하셨는데 이 산악회 분위기 파악 끝나셨나보다. 원래 이런 산은 시간 많은 사람들과 널널하게 봐야 하는데 선두가 저렇게 내 달리니 부담 많이 된다 하신다. 그래도 달마산 초행인데 정상을 봐야 하지 않겠냐고 하시면서 시간에 쫓기면 땅끝마을을 포기하시겠다고...

 

 

 

 

 

 

 

 

 

 

 

 

 

 

스틱 들고 올라올 땐 좋았는데 능선에 서니 아무래도 불편하다. 그래서 대충 접어넣고 진행을 하니 굴을 통과할 때 걸리적 댄다. 접은 채로 손목에 걸고 가니 짚고 가도 불편한데 걸고 가니 얼마나 불편하냐고 걱정 아닌 걱정을 들었다.

온몸산악회 모드로 어제 내린 비 때문에 축축한 바위 구간을 아주 조심조심 넘어가기.

날이 훤해져 가면서 멋진 경치가 보이지만 마음의 여유도 몸도 힘드니 다 패스.

진달래는 핀 꽃도 있었고 떨어진 꽃도 있는데 그 모습 또한 아름답다. 키 작은 야생화도 지난번 보다 훨씬 많이 피어 아름답다.

 

 

 

 

 

 

 

 

 

 

 

바위 구간이 얼추 끝나가는것 같아 스틱 다시 뽑고 그새 후미팀도 다 앞서서 가 버리고 작가님과 허기진 배를 찰떡으로 채우기. 그것도 걸으면서 먹으면서..

한참 가다보니 부부팀이 아침 식사중이고 후미팀과 달마봉 거치지 않은 몇몇도 조망 좋은 바위 위에서 간식 먹어 우리도 간단하게 간식 먹기.

걸은 조금씩 낮아지면서 순해지는것 같다.

도솔사라는 절은 절 자체보다 바라보는 경치, 바라다 보이는 경치가 일품인 아주 작은 사찰.

잠시 둘러보고 도솔봉을 향해서 가는데 정상 부위의 거대한 시설물로 길게 우회 해 정상석은 길 건너 언덕에 산불갑시탑 뒤에 숨어 있다.

 

 

 

 

 

 

도솔봉 지났고 길 건너다 하마트면 남도길 따라 알바 할 뻔하다 정신차리고 임도를 걸어 내려가다 제대로 된 땅끝길이 나오는데 이곳도 남도길과 겹치는 구간이 있다.

몇번의 길을 건넜고 낮은 언덕을 몇번 오르내리면서 느끼는 기분은 무릉도원이 이렇게 연두빛 초록에 꽃도 피고 더러 잎도 날리고 이렇게 걸을 수 있는 곳이면 참 좋을것 같다는 느낌. 물론 이 팀처럼 뛰다 시피 걷지 않아도 되고 마냥 걸을 수 있으면 참 좋을것 같다는 이 느낌.

 

 

 

 

 

 

 

국도를 건넜고 땅끝 전망대인줄 안 건물은 땅끝 호텔이고 호텔 옆으로 난 길을 따라 올라가니 정자가 있다.

정자에서 처음 참석한 4명은 이곳에서 바로 하산 한다고 했고 역시나 이 팀 일행도 진작 하산했다고 한다.

정자에서 잠시 쉬고 가니 땅끝 전망대 주차장. 이곳에서 아이스크림 하나 먹고 전망대 가는 길에는 사람들이 많다.

전망대는 다행히 입장료를 내고 있어 안 올라가도 되서 좋았다. ㅎㅎ

이곳에서 땅끝 탑 있는 계단길을 내려가는데 몸이 가벼워지는 듯한 느낌으로 뛰듯이 걸어내려가니 후미 팀들이 반기면서 함께 사진 찍기.

토발비는 배모양으로 난간을 만들어 놓았다. 빨리 도착한 사람들인 내려가 바닷물도 적셔 봤다고....

부부팀은 산나물까치 채취하느라 우리보다 한발 뒤늦게 땅끝에 도착.

 

 

 

 

모노레일 길을 따라 가니 땅끝마을.

유채와 바다가 어울어진 풍경이다.

버스 있는곳에 도착해 세수와 발닦기.

진작 도착한 선두들은 막걸리 먹고 있다고...

12:10 다 모아 대천으로 출발. 오늘 처음으로 32명 전원이 뒷풀이에 참석 한다고...

놀대장 단골인 대천 ;모아 횟집'에 2시간 반 만에 도착. 허기져 죽는줄 알았다.

 

 

 

 

 

 

오랫만에 온 대천은 참 좋았다.

코스로 나오는 밑반찬에 싱싱한 회와 매운탕.

오늘 주립대 장학생들은 졸업축하를 고무신주로 마무리.

산행 후 신는 고무신을 씻어 장학생 답게 한잔씩 들이킨다. 졌다.....

1시간 반의 뒷풀이 끝내고 5시 출발. 조금 막히긴 했지만 그래도 사당에 도착하니 8시반.

 

호기심과 욕심으로 시작했고 빠질 상황인데도 빠지기가 아까워 어거지로 다 참석할 수 있었던 땅끝기맥.

힘은 들었지만 산도 좋았고 사람드 좋았던 '좋은 사람들'

감, 고, 사~

 

-사진 감사합니다

 

 

 

 

 

 

 

 

 

 

 

 

 

 

 

 

 

 

 

-이작가님 사진, 동영상 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