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 채호기 (1957~ )
맑은 물 아래 또렷한 조약돌들
당신이 보낸 편지의 글자들 같네.
강물의 흐름에도 휩쓸려가지 않고
편안히 가라앉은 조약돌들
소곤소곤 속삭이듯 가지런한 평온함.
그러나 그중 몇 개의 조약돌은
물 밖으로 솟아올라 흐름을 거스르네.
세찬 리듬을 끊으며 내뱉는 글자 몇 개
그게 당신이 하고 싶은 말이었겠죠.
그토록 자제하려 애써도
어느새 평온함을 딛고 빠져나와
세찬 물살을 가르는 저 돌들이
당신 가슴에 억지로 가라앉혀둔 말이었겠죠.
당신의 의지로는 어쩔 수 없는
심장 속에 두근거리는.
흘러가는 마음 바닥에 가라앉혀 조용해진 돌들이 있다. 돌은 의지로 눌러놓은 침묵이 아니라, 그것대로 사연을 간직한 채 함묵하면서, 그냥 거기 있다. 그중 몇 개의 돌은 세찬 물굽이에 거슬릴수록 그대에게 전하고 싶은 간절한 마음을 새겨 물살과 마주선다. 편지는 세찬 흐름을 가르는 돌처럼 밖으로 드러낸 견딜 수 없는 전언일 것이다. 그리하여 이 심장 속 두근거림은 절절한 글자가 되어 그대에게 해독되기를 기다린다. <김명인·시인>
철모 형 (만세만세) 만만세!~
철사모 일동
이라고 맞춘 케잌을 들고 안국동으로 가는 길.
푸르름이 부탁한 스틱을 종로5가 장비점에 맞기고 가려는데 버스에 사람이 많다.
케잌 든 손으로 카드 찍다 케잌 위 장식 2개가 옆으로 떨어졌다.
조심조심 겨우 자리 잡고 앉아 장비점에 들렸다 (돈이 좀 나올것 같다는 스틱) 버스, 전철 갈아타고 안국역 2번 출구로 나와 조금 올라가니 첫번째 골목의 '호반'이라는 식당.
영업을 하는지 안하는지 의심스럽다.
2층에 올라가 보니 주인공 큰오빠만 아직 도착 안했다.
한성에 있을때 몇번 와 봤다는 이곳은 분위기는 꽝.
식탁도 후지고 서빙 하는 분 평균 연령이 65세 쯤 되는것 같다.
일찍 온 사람들 말에는 영업 하냐고 물어봤다 전화 받는데 떠들었다고 혼났다고....
일인당 19000원 짜리를 시켰다는데 순대, 파전, 병어찜, 골뱅이 국수가 나오고 마지막으로 김치말이 국수가 나온다.
원래는 하나씩 코스별로 나와야 하는것 같은데 그냥 랜덤으로 이것 저것 순서 없이 나오는것 같다.
맛은 좋았고 양도 푸짐한데 막판 국수가 조금만 나올줄 알았는데 한그릇 다 나와 다들 질렸다.
결국 먹다 먹다 남겼다.
집은 허술한데 단골들이 많은지 방방이 단체손님이 많아 놀랬다.
이곳은 코스요리 보다는 단품 요리를 시켜먹는게 훨씬 나을뻔 했다.
2차는 하늘네 집에 가서 케잌도 불고 선물 전달식을 한다고 해 우덜은 하늘네 차로, 남자들은 택시로 이동.
성북동 하늘네 집은 최근 옥상 공사를 했고 야채 몇가지를 키워 몇년째 주말농장을 하는 순한공주네 자문을 받아 농사를 짓는다는데 크기도 전에 꽃이 핀다고...
옥상에 올라가니 2층에서만 보던 경치와는 또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서울성곽이 둘러싸 있고 하늘도 훨씬 가깝다.
우와, 이곳은 정말이지 하늘정원 인걸?
케잌에 불을 켜려고 보니 장식된 생크림이 다 굴러떠러져 버렸고 글씨 쓴 것도 지워졌다.
설상가상으로 바람이 너무 불이 촛불을 켤 수가 없다.
결국 불 따로 켜고 꺼진 촛불 놓고 노래 부르기.
그리고 선물 전달식.
녹차에 홍차에 예뻐지라는 삼종 선물세트 팩까지....
'철사모'가 뭔지 아냐고 물으니 큰오빠 쑥쓰러워 하면서 안다고 했는데 자민씨 왈, '철없는 사람들의 모임'이라고...
거 말 되네.
철모 오빠를 사랑하는 모임에서 졸지에 철없는 사람들이 된 우리들.
와인 이야기가 나오니 눈을 반짝이는 여산. 자긴 백포도주를 좋아하고 그중에서도 아이스 와인이 좋다고...
이게 질새라 여기가 어딘줄 아냐 성북 와이너리라고 우기는 자민씨.
그 성북 와이너리에서 우리가 마신 와인은 진딧물 잡으려고 산 8000원 짜리인데 진딧물이 죽지 않아 남긴 와인이라고...
우린 진딧물 보다 못한겨?
하늘이 내 온 커피는 동창회에서 받아온 귀한 원두라고..
우리들 주려고 자민씨한테도 숨겨놓았던 거라고...
웃고 떠드는 가운데 해가 지고 거의 보름에 가까운 달도 뜨고 성곽 올라가는 곳에는 조명이 켜지고 야경이 펼쳐진다.
이에스 리조트보다 여기가 더 좋다는 여산.
그럼 옥상에 텐트치고 살던지?
각 집마다 자매결연 한 소녀가장들이 있는데 오늘은 우리집 소년가장만 왔다고 웃었다.
리사는 몸이 많이 안 좋아 참석 못했고 인덕씨는 연락도 안했다고...
지난 일요일 만난 순한공주네 관계자들 이야기에 또 한번 넘어갔다.
한집은 남자가 새벽 4시에 일어나 산에 갈 반찬을 만들어 예쁘게 싸왔고 이 남푠은 마눌님 머리 드라이도 해 준다고...
또 다른 한집은 남자가 늦게 술 마시고 들어오면 얼마나 힘들겠냐고 남푠을 물수건으로 세수까지 씻겨 준다고. 거기다 시어머니를 모시고 계신 진정한 이 시대 마지막 며느리라고...
하늘네 옆집 사람들한테 케잌 한 조각을 줬더니 물김치로 되돌아 왔는데 거의 작품 수준.
젊은 새댁인데 직접 한거냐고 하니 고모님 작품이라고...
물김치도 찍어야 한다고 해 올렸다.
철모 오빠, 내년 환갑에는 해외여행?
기생 불러 한복입고 파티?
아니면 지리산 종주?
뭐가 되던 좋습니다.
늘 지금처럼만 지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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