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 박목월(1916 ~ 78)
배꽃가지
반 쯤 가리고
달이 가네.
경주군 내동면
혹은 외동면
불국사(佛國寺) 터를 잡은
그 언저리로
배꽃가지
반 쯤 가리고
달이 가네.
청록파 시인 박목월의 아름다운 시다. 아주 예쁜 언어의 스케치이면서도 여기에는 무수한 이야기가 배꽃 가지 사이로 얼굴을 가리고 지나간다. 그것은 ‘경주군 내동면 불국사 근처’라는 ‘장소’가 이 아름다운 풍경 속에 단단히 자리함으로써 자칫 음풍농월이기 쉬운 이 언어의 스케치를 아주 현실감 있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파블로 네루다는 그의 자서전에서 말했었다. “리얼리스트가 아닌 시인은 죽은 시인이다. 그러나 리얼리스트에 불과한 시인 또한 죽은 시인이다”라고. 이 빛나는 시적 표현을 박목월에게 적용시키면 어떨까. 오늘 아침 그의 수묵화 같은 시는 현실감을 준다. 아름다운 스케치의 소품 속에서도 불국사 근처에 사는 사람들의 숨소리가 출렁출렁거리는 것 같다. 그러면 네루다의 어법을 빌려 다시 한번 말하자. ‘그는 결코 리얼리스트가 아니다. 그러나 그는 리얼리스트이다’라고. <강은교·시인>
산행일: 2011.10.16 (일) 9:30~18;00
코스개관: 장재- 매봉산-남산 -지령산- 갈음이고개- 노적봉- 갈음이해수욕장 - 127m봉 - 신진대교(안흥진)
날씨: 오전 흐리고 비가 내릴듯 하다 다행히 그치고 오후엔 햇살이 비침. 토요일에 비해 기온은 많이 올라가 춥진 않았는데 바림은 시원하다 못해 춥게 느껴짐.
멤버: 당나귀 16명
작년 10.17 시작한 한남금북정맥이 3.20부터는 금북으로 넘어와 1년만에 금북정맥 마지막 기착지인 안흥진으로 가는 날.
토요일 천둥을 동반한 비가 내렸고 날도 추워졌는데 일욜 아침 빗방울이 내리는것 같더니 다행히 비는 오지 않는다.
모처럼 성사장과 경란씨가 산행에 참석해 이야기 나누느라 그리고 서해안 행담도 휴게소는 사람이 너무 많다고 화성휴게소에 일찌감치 쉬니 잠 잘 시간도 없다.
오늘 산행은 느티나무 있는 곳에서 하나 했더니 마지막 구간은 우렁각시탑이 있던 그 구간 다음인 장재에서 시작한다고 해 어디를 어디까지 갔는지도 모르고 헤매 무지함이 또 한번 드러났다.
만수가든에서 개소리를 들으며 뒷동산으로 올라갔다 마을을 지나 마늘밭을 지나는데 빗방울이...
비가 오려나? 우비 놓고 왔는데....
다행히 비는 내리지 않는다.
다시 산길로 접어들어 낮으막한 산으로 올라가는데도 정말이지 힘들다.
지난주 설악산 중청박으로 다녀온 상큼이 왈, 설악산 보다 힘들다 자랑질이다.
그래 너 설악 단풍 보고와 좋겠다, 좋겠어....
한바탕 웃고 사진 찍고 조금 더 가니 그곳이 매봉산. 100m 높이인데 이렇게 힘들다고?
다시 길로 내려서니 정갈한 마을이 나오고 아그들은 단감 따 먹어보려 나무에 매달려 있고 우리는 마늘밭을 옆으로 돌아가니 선두팀은 잘못된 길로 갔다고 주민이 알려주신다.
전기 계량기에 붙어있는 표지기를 끼고 올라가니 속이 덜 든 고구마 캐는 아주머니. 서리가 내린다고 해 캔다 하신다.
뒷산에 올라가니 무덤 주변에 골프공 몇개가 보인다. 연습장에서 날라온건가, 골프장에서 날라 온건가?
헉헉대고 올라가는데 기사님이 산에 와 계시다.
오늘 오전반이 벌써 끝?
남산은 정맥길 약간 비껴섰는데 대부분은 안가 몇명만 남산 정상을 찍고 되돌아와 올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더덕 슬러쉬 맛보기.
경란씨, 오늘에서야 받은 실명제 컵으로 마시기.
난 오늘 점심이 굴짬뽕이라 점심을 안 싸와도 된다는 말에 컵까지 놓고 왔다... ㅠㅠ
그래도 경란씨 컵으로 넘치는 사랑으로 한가득 슬러쉬 마시고 미경씨표 연시도 먹고 경란씨 사과까지 또 먹으며 내심 배불러 짬뽕 남기면 어쩌나 했다.
그래서인가? 짬봉집까지 생각보다 멀었다.
기사님이 너무 멀리 마중을 나오신거다. 하긴 70이 넘으셨다는데 건강하신걸 보니 짬짬히 등산을 하셔서 그런것 같다.
길로 내려서 용현식당에서 굴짬봉 먹기.
값도 5000원. 강사장님이 진작부터 예약 했다고해 정임씨를 제끼고 쏴 맛 좋고 개운하게 한그릇 뚝딱 해 치웠다.
다들 밥 안싸와 너무 편했다고 한마디씩. 하긴 나도 30분 늦게 기상해도 늦지 않았다.
오늘 갈길이 아직 많이 남았다고 강사장님, 정임씨 먼저 출발하고 경란씨와 바로 뒤를 쫒아가는데 트럭 한대가 서서 태워준다고 하나 했다.
알고보니 정임씨가 찻길로 들어와 피하다 사고가나 손녀딸이 다쳤고 차 유리 금갔다고 시비다.
갓길도 없는 차도에서는 사람이 우선이라는데 뒤에서 오는 차를 어찌 피하냐고 해도 막무가내로 112 신고를 해 결국 경찰차 나타나고 반 정도는 파출소로 진술하러 가고 나머지 사람들은 무거운 마음으로 총무님 따라 산행을 하니 마음이 정말이지 무겁기만 하다.
옥녀봉 올라가는데 경란씨 전화, 차로 도로 오고있다는데 현장 검증을 하러 온다는건지 산행 복귀를 한다는건지 모르겠다.
아무튼 옥녀봉 지나고 길을 다시 만나고 장승 앞에서 사진 찍고 막 산길로 접어드는데 뒤에서 부르는 소리.
파출소에서 아들이 나타나 상황 이야기를 듣더니 자기네 잘못이다 싶으니 우리보고 이상 없냐고 하더니 바로 내뺐다고 한다.
무시히 해결되었다니 정말이지 고맙다. 자기때문에 오늘 졸업산행 망칭까봐 마음 고생 많이 한 정임씨, 함께 해 증언해 주러 동행한 강사장님, 조리있게 말씀 잘 하시는 이작가님, 뒤에서 본 목격자 대표로 경란씨도 갔고 거기에 회장님, 대장님까지 몰려갔었다.
이산가족 다시 만나 행복한 마음으로 대나무를 지나고 산길을 이어 걷는데 오늘따라 내 바지가 츄리닝 원단이라 도깨비 바늘 등이 붙어 아바타 분장한것 같이 아주 웃기지도 않았다.
큰길이 나왔는데 관계자 외 출입금지라는 표지판.
한팀은 찻길을 따라 올라가고 우리들은 산길 걷는게 더 낫다고 산길로 걸어 만난 곳은 국방연구소 앞.
사진 찍으면 안된다고해 바다만 찍고 울타리 따라 가니 지령산 표지판이 있다.
선두는 내빼고 나머지 사람들은 떡을 꿀에 찍어먹고 사진도 찍고 연구소 울타리따라 걷는 길이 참 길었다.
울타리 따라 걷다 우측으로 꺾여 올라가니 나오는 노적봉.
노적봉에서 가파른 모래섞인 내리막을 내려서니 보이는 바다.
바다다~
햇살 반짝이는 바닷가에서 행복해 하면서 사진을 찍었다.
헌데 여기서 하나 더 올라가야 한다고...
하나 더 힘겹게 올라갔고 127봉을 지나서 나오는 골프장과 정자.
골프장은 방파제 따라 이어지는데 방파제를 지나 신진대교까지 가야 안흥진이라는데 골프장에서 통과 못하게 한다.
돌아가면 길이 아주 길다고...
무대뽀 정신으로 방파제 따라 일부가 걷는데 골프치는 분들이 정맥 끝난걸 축하한다고 덕담을 해 주신다.
골프장 철망 문을 넘어서니 우리 버스가 보인다. (직원이 끝까지 따라오다 결국 웃고 만다)
여학생 몇명과 힘빠진 백성을 차 타고 횟집으로 직접 갔다고....
이대장 제부가 신진도 사람이라고 횟집도 소개하고 멍게, 조개회까지 서비스 해 주고 갔다.
바닷가 일몰이 장관이다.
자연산 회와 매운탕으로 푸짐한 뒷풀이.
다들 감개가 무량하겠지만 특히나 늘 앏바 할까 노심초사 한 대장과 동안총무가 마음 고생 제일 많았지 싶다.
그래서인지 유난히 오늘 훌가분해 하는것 같다. 이대장은 졸업 기념을 염색까지 했다고...
내 바지에 묻은걸 떼 준다고 수건 들고 오신 회장님, 어디서 이런 호강을 할까....
화기애애가 넘쳐 다른 손님들께 눈총 받아가며 웃고 떠들고 먹고 마시고...
특히나 신입생 여울 동상이 순회공연 다니며 회 쌈 사 먹여주는 서비스.
이런 경험 생전 처음이라는 이작가님도 많이 행복해 보이셨다.
개근한 강사장님, 이작가님, 이대장님, 동안총무님.
정근한 심회장님, 그리고 나.
11월 부터는 호남정맥을 하고 그 다음은 낙동정맥, 그리고 그 다음은 추억의 백두대간을 다시 한다고...
몇년이걸릴지는 모르겠지만 강사장님을 뵈면 결코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 싶다.
정맥길 함께 걸은 당나귀 외원들께 두루 감사함을 전한다.
금북을 끝으로 함께 졸업한 나의 등산화 아쿠 타이거... 고생 많았다... 고마웠고...
-까멜리아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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