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손’-이상범(1935∼ )
두 손을 펴든 채 가을볕을 받습니다
하늘빛이 내려와 우물처럼 고입니다
빈손에 어리는 어룽이 눈물보다 밝습니다
비워 둔 항아리에 소리들이 모입니다
눈발 같은 이야기가 정갈하게 씻깁니다
거둘 것 없는 마음이 억새꽃을 흩습니다
풀 향기 같은 성좌가 머리 위에 얹힙니다
죄다 용서하고 용서 받고 싶습니다
가을 손 조용히 여미면 떠날 날도 보입니다
시조 세 수가 가을 이미지 정갈하게 담은 항아리 같다. 투명한 햇살, 파란 하늘, 서걱이는 억새꽃 소리. 거둘 것 없는 빈손, 어룽대는 눈물, 그리고 용서까지 담고 있다. 용서라는 말 곰삭히기까지 이리 어려운 것인가. 비어가는 이 가을 무상(無常)에 대한 용서를 우주를 통틀어 온몸으로 가르치고 있는 것인가. <이경철·문학평론가>
산행일: 2011.10.22 (토)
코스개관: 농다치고개-소구니산-유명산-계곡-주차장 (11:20~14:20)
멤버: 청소년 30여명, 지도교사 7명
날씨: 10월의 바람 서늘한 가을날
산림청과 한국산악회 주관 청소년 등산교실을 7월 본교생들을 데리고 산행을 했었다.
헌데 신청했다 취소하는 학생들이 많아 마음고생 많이 한지라 다시는 안 하려고 했었다.
10월 계획된 산행은 류샘이 책임지기로 했는데 학교 사정상 산행을 할 수 없다고 한다.
어쩔 수 없이 내가 또 학생모집을 하게 되었는데 천만 다행으로 이번엔 2학년 담임 몇분이 힘을 실어주어 행사가 성원 되었다.
단풍 피크철 주말인지라 빨리 갔다 오는게 좋을것 같아 8시 집합 하기로 했는데 염려와는 달리 대부분 시간 맞춰 도착.
한명은 연락도 안되게 무단 결석이고 한명은 담임이 전화 해 보더니 못 온다고 하니 안심하는 눈치다. 몸이 많이 무거운 학생이라고 이 학생이 명단에 낀걸 본 담임, 학생 모두 걱정을 했던 차다. ㅎㅎ
8시 20분 경 출발해 종합운동장 가는데 차가 많이 밀린다. 50분경 류샘과 학생 6명 태우고 가는 길은 정말이지 많이 막혔다.
설상가상으로 차로 따로 출발하는 신샘 차는 우리보다 훨씬 늦어질것 같다는 소식.
그 차에 간식이 다 들었는데 어쩌지?
유명산 직전 편의점 앞 넓은 주차장이 있어 그곳에서 거의 30분 기다려 겨우 만나 간식 나누어추고 버스로 농다치 고개 도착하니 11시 20분.
너무 늦었다. 배가 고파 간식으로 나누어준 빵을 일단 먹었다.
농다치고개에서 급경사를 치고 올라가니 길은 비교적 완만한 평지.
한 학생이 잘 못 올라가 왜 그러나 했더니 쥐가 났다고..
그래도 대부분 학생들은 폭풍 질주를 하는 수준이라 후미 백성 몇명 빼고는 따라가는데 벅찰 정도.
농다치 고개에서 인증샷 찍고 급경사 내려가 유명산 정상으로 가는 길은 만추의 가을빛이 정말이지 아름답다.
정상 주변의 억새는 좀 숯이 적긴 하지만 그런대로 봐줄만한 경치.
줄서서 기다렸다 정상 사진 겨우 찍고 정상 주변 공터에서 잠시 앉아 간식 먹기.
김샘과 함께 온 김샘은 매너있게 여러가지 과일을 싸 가지고 오셨다.
점심은 하산해 먹기로 한지라 배 고프다고 빨리 하산하자는 학생들.
능선길이 짧긴 하지만 단풍을 보기위해 계곡길로 하산하기로 했다.
인파가 걱정 되었는데 점심 무렵이어서인지 염려보다는 정체가 적은편.
대부분 봉사시간과 체험활동이라는 당근때문에 참석한 학생들이지만 막상 산에 와 보는 풍경이 싫지는 않은것 같다.
유달리 경치 좋은 곳에서는 쉬면서 뒷사람을 기다리고 있다.
그래, 너희 눈에도 아름다운건 아름답게 보이는거 맞지? 우리한테만 아름다운건 아니지?
반대로 올라오는 사람의 복장이 가벼울 수록 오늘 산행 종점이 가까움을 실감하게 된다.
계곡길은 참으로 오랫만에 하산해 보는데 역시나 유명산 단풍과 계곡은 참 좋다는걸 실감하게 된다.
내려와보티 3시간 남짓. 정말 빠른 산행을 했다 싶다. 후미학생 챙겨 류샘, 황샘이 바로 내려와 산행 종료.
담임 강샘은 학생들을 교실에서 앉아 있는것만 보다 밖에서 보니 새삼 너무 크고 표정이 환해보여 학생들만 즐거운게 아니라 강샘도 너무 뜻깊은 하루라 좋아한다.
주차장에서 차를 찾는데 기사님여 연락이 원활하지 않아 조금 지체해서 차를 만나 차 타고 나가 설악IC 근처 홍샘이 알아놓은 보리밥집.
보리밥보다는 부대찌개가 좋지 않냐고 하니 소심한 학생들은 제대로 못 먹는다고-자신이 어려서 그랬다나 뭐라나...-정량제로 나오는 곳으로 정했다고 한다.
조금 늦은 몸에 좋은 나물과 강된장 넣는 보리밥을 먹고-밥, 나물 무한리필- 4시경 출발.
고속도로에서는 전혀 정체가 없었는데 막상 서울에서 강을 건너는데 장난이 아니다.
여기저기 사람과 차들로 넘쳐난다.
류샘과 학생들은 삼성역에 내려주고 우리도 6시 경 학교앞에서 해산.
짧게나마 학생들 덕분에 가을 단풍을 만끽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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