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11 산행기

호남정맥길에 들어서다 (북치-쑥재, 11/20)

산무수리 2011. 11. 21. 22:47

낙엽- 안경라(1964~)


생각을 비우는 일

눈물까지 다 퍼내어 가벼워지는 일

바람의 손 잡고 한 계절을

그대 심장처럼 붉은 그리움 환하게

꿈꾸지 않으면 갈 수 없는 길

가을 날 저물 무렵

단 한번의 눈부신 이별을 위해

가슴에 날개를 다는 일

다시 시작이다.


투명한 나뭇잎 사이로 가을 햇살이 지나간다. 봄부터 애면글면 지어온 양식을 세상의 모든 생명에게 나눠주고 가벼워진 가을 잎이다. 시름도 눈물도 다 퍼내고 눈부신 이별을 준비한다. 흙에서 길어 올린 물과 바람을 타고 온 햇살로 살아온 잎이 이제 바람을 타고 흙으로 돌아간다. 잎은 나무를 떠나지만 나무는 잎을 떠나 보내지 않는다. 가지 위에서 그랬던 것처럼 낙엽 되어서도 나무의 양식인 때문이다. 잎은 고이 썩어서 새 삶의 자양분이 된다. 썩어 뭉개진 낙엽의 힘으로 나무는 긴 겨울을 지내고 다시 피어날 꽃망울을 키운다. 죽음으로 삶을 키우는 변증의 생명이다. <고규홍·나무 칼럼니스트>

산행일: 2011.11.20 (일)

코스개관: 상월리-북치-황산재-슬치-갈미봉-쑥재-월성리 (9:30~ 16:10)

날씨: 겨울의 느낌을 팍 느낄 수 있는 찬바람이 마구마구 불다. 허나 산색은 늦가을

멤버: 당나귀 17명

 

10월 금북정맥을 끝내고 11.6 호남 1구간인데 사정상 빠지고 2구간부터 호남정맥에 들었다.

오늘 친정에서는 김장하러 오라는데도 산으로 온지라 마음은 조금 불편했다.

호남부터는 이동거리가 긴지라 1시간 당겨 6시 출발인지라 5시 기상에 밥을 아침, 점심 두끼를 쌌다.

 

농수산시장에서 버스를 타니 낯선 얼굴들이 많다.

일단은 잤고 8시 경 여산 휴게소에서 아침을 먹고 차 안에서 모처럼 이대장이 나와 새신자 소개가 있었다.

그중 한분은 회장님 모임분이신데 마라톤을 10년 전에 끊었다는 부산분, 이대장이 영입했다는 박사, 그리고 순전히 카페 가입으로 막내가 될것 같다는 65년생 새내기.

토욜 밤에 올린 글을 동안총무님 스마트폰 덕분에 연락이 되어 오게 되었다고....

고정멤버 전사장, 보경씨와 미경씨는 결석. 월 1회는 온다던 경란씨 결석.

아주 오랫만에 부회장님이 출석. 현숙씨도 지난 산행부터 다시 컴백.

 

산행 기점에 내리니 춥다. 잠바를 입고 싶을 정도로...

출석부 사진을 오늘부터는 까멜리아까지 3판을 찍고 인삼밭을 지나 출발.

산길에는 낙엽이 수북해 소리가 시끄러운데 산색은 정말이지 너무 이쁘다. 여긴 아직 가을 느낌이 남아있다.

지난번에 이어 이번 산행지도 전북 임실이라고...

1구간인 금호남 갈림길인 주화산을 언제 다녀왔나 찾아보니 2010.3.7 주화산에서 입봉까지 산행 짧게 하고 흑염소 먹은 바로 그날이다.

 

 

 

 

새신자들은 나름 산행에 일가견이 있는 분들인지 초장부터 선두에서 난다.

시험보고 뽑은건가? 괜히 기죽는다.

등산화도 바뀌고 너무 오랫만에 산행을 하는지라 긴장된다.

그나마 오늘은 도시락을 놓고 갈 수 있어 무게에 대한 부담은 없다.

지난번 1구간은 업다운도 심했고 전날 내린 비때문에 젖은 암릉을 오르내리느라 무척 힘이 들었다고...

그에 비하면 오늘 코스는 비교적 완만하다고....

 

그래서인가? 낙엽만 조심하면 길은 전반적으로 순한편이다.

내려다 보이는 마을 등도 아주 정갈하고 보기 좋았다.

특히나 이번 산행에서 보는 마을은 무덤을 밭에 써 놓았는데 어찌나 예쁘게 꾸며 놓았는지 효도의 척도가 무덤 관리가 아닐까 싶을 정도다.

아무튼 산자와 죽은자가 매일 일상에서 만나 안부를 주고받는 것도 나쁘지 않을것 같다.

적어도 조상 묘를 매일 보면서 나쁜 생각은 하지 않겠지?

 

 

 

 

 

 

 

 

 

 

 

 

 

 

 

 

 

 

 

초장부터 산에는 감나무의 감들이 우릴 유혹한다. 부지런한 사람들은 떨어진 감 맛 보느라 바쁘다.

오늘은 이름 있는 봉우리도 없는것 같다. 대충 쉬고 대충 먹고 하다보니 단체 사진 찍을 틈이 없다.

길이 확 꺾이는 곳에서는 어김없이 총무님이 인간 표지기 노릇을 하고 계시다.

헌데도 중간 후미그룹이 아무 생각 없이 길을 가다 알바를 잠깐 했다. 우린 총무님이 뒤어 있을거라 생각했고 총무님은 자신이 후미라고 생각했기에....

 

 

 

 

 

 

 

 

 

 

 

 

다행히 금방 다시 만나니 여기서 조금만 더 가면 점심 먹을 슬치라고...

생각보다 빨리 슬치가 나타났다. 부지런한 사람들은 냉이 캔다고 바쁘다.

날이 추워지니 물도 안 먹게되고 쉬면 추우니 자연 산행시간이 빨라진다.

 

 

 

 

슬치 마을회관에 내려가니 바로 앞 근사한 집 한채를 통째로 빌려놓고 계신 기사님.

덕분에 햇살 따뜻한 문달린 정자에서 불피워 김치찌개에 냉이라면까지 먹는 호강을 했다.

까멜리아는 도시락을 세개나 싸 가지고 왔다. 이대장꺼에 새신자 혹시나 밥 안 싸왔을까봐....

그동안 이대장 밥을 보경씨가 싸 왔다고... 

난 나 먹을것 싸오는것도 벅찬데... 정말이지 마음씨까지 착한 동생들이다.

어제 밤 늦은 김장으로 밥 못 싸 온 상금씨가 덕분에 영양가 있는 밥을 먹었다.

 

 

 

 

 

 

 

 

 

 

 

 

 

 

 

 

 

밥 잘 먹고 오후구간을 가려는데 기사님께서 마을쪽에는 표지기가 없다고 해 군부대쪽으로 돌아가봐도 길이 없다. 네비에는 마을로 표시가 되어 있다고...

우리들은 되돌아 갔는데 작가님과 강사장님이 능선길이 있을거라며 능선으로 올라가셨다.

헌데 없다던 표지기를 바로 만났다. 부회장님은 되돌아 오는 경림씨 보고 허리 아파 되돌아 오는줄 알았다고...

곧 산길로 접어들고 터널 위 동물 이동통로를 만났다. 두분은 우리 앞서서 가신줄 알았는데 아주 한참민에 뒤에서 나타나신다.

능선길이 사람들이 안다녀 가시덤불을 헤치고 나오느리 힘들었다 하신다.

 

 

 

 

 

 

 

 

 

 

 

 

 

이곳도 잡목과 가시덩굴이 우리를 붙잡는다. 한여름에 지나갔다면 더 힘들뻔 했다.

몇몇이 후미그룹이되어 화기애애하게 길을 가는데 오른쪽 무릎이 아픈 까멜리아는 내리막에서는 왼쯕 게걸음으로 내려오느라 지체된다.

길게 처진 철조망이 나오고 표지기가 많은곳이 나와 뭔가 했더니 갈미봉이라고...

정상인데 작가님이 보이지 않아 날도 추워 안 기다리고 가셨나 했다. 그래서 우리들끼리 사진 찍고 간식도 먹고 내려가니 사람들이 다 모여있다.

그곳이 쑥재라는데 1구간 부터 합류한 새내기가 혼자 앞서 가 버렸다고...

 

 

 

 

 

 

 

작가님은 선두 미녀3총사 뒤쫓아 가시다 갈미봉을 놓쳤다고 아쉬워 하신다.

쑥재가 장재인 줄 아셨다고...

총무님이 배낭을 신철씨에게 맡기고 앞선 어린양 찾으러 가고 나머지 사람들은 널널하게 하산하는데 역시나 이 마을에도 감나무가 지천인데 높아 따 먹기가 힘들다.

막내한테 올라가보라니 보기보다 체중 많이 나간다고 웃긴다.

아무튼 이덕 저덕에 감맛을 봤는데 정말이지 아주 달고 맛이 좋았다.

월성리 저수지 지나 10여분 내려오니 우리 차가 보인다. 이때 시간이 4시 정도.

총무님이 무사히 길 잃은 어린양을 데리고 함께 내려온지라 차 막히기 전 안양에 가 저녁을 먹기로 했었다.

 

 

 

 

헌데 차는 하염없이 막힌다. 대전-논산간 고속도로도 꽉 막힌지라 고속도로 나갔다가 화장실 겨우 들러 다시 고속도로 들어왔으니 정체는 별로 나아지지 않았고 버스 전용차선도 무용지물.

거의 10시 다 되 평촌 먹자골목에서 가볍게 저녁을 때우려고 했는데 오늘따라 식당에 밥이 떨어졌다고...

다행히 생태집에서 부랴부랴 밥을 해 주어 늦은 저녁을 먹게 되었다.

부랴부랴 밥 먹고 집에 오니 너무 늦었다.

단풍철도 끝났는데 김장철이라? 다들 어딜 그리 다니는걸까?

차에 전광판을 설치해 어디 다녀오는건지 붙여놓고 다녔으면 좋겠다 싶다.

 

-까멜리아 사진 추가

 

 

  

 

 

 

 

 

  

 

 

-이작가님 사진, 동영상 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