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김남극 (1968~)
거친 사포 같은 가을이 와서
슥슥 내 감각을 갈아놓고 갔다
사포의 표면이 억센 만큼
갈린 면에 보풀이 일었다
그 보풀이 가랭이를 서늘하게 만드는 바람에
스닥일 때마다
몸속에서 쇳소리가 났다
내가 서걱거리면
몸속에 든 쇠종이 윙윙거렸다
몸이 통째로 울림통이 되고
사지를 벗어난 소리가 먼 산 나무를 흔드는
11월
갈린 감각에 날이 서길 기다리며
마을 어귀에 오래 서 있었다
소슬바람, 찬비 따라 가을이 흘러간다. 10월 지나 11월, 달력 한 장 차이로 사람살이의 무게가 사뭇 무거워졌다. 코앞에 겨울이 다가온 때문이다. 어쩔 수 없다. 환한 햇살, 울긋불긋한 단풍, 모두 내려놓아야 한다. 오색빛 찬란하던 나무들이 그렇게 잎을 떠나 보낸다. 늘 푸른 소나무에 깃든 시월의 파란 하늘도 저물었다. 가늘어진 햇살 따라 온 감각을 활짝 열어 젖혀야 추위를 이겨낼 수 있다. 무뎌진 감각에 날이 서길 기다려야 하는 계절이다. 오래 전 동무들의 안부가 궁금하다. 그대의 찬 손, 따뜻한 가슴이 그리워지는 겨울로 들어서는 길목. 11월이다. <고규홍·나무 칼럼니스트>
2주 전 춘마를 무사완주 했고 11월첫주는 중마를 뛰는날.
동마는 금북정맥 첫산행이었는데 중마날은 호남정맥 1구간인데 늘 1구간은 빠지게 되는 이 우연.
총무님께 미리 결석계를 내니 -3 달성하라는 응원문자.
흐미, 아예 뛰다 죽으라는 말은 아니겠지?
토욜 모처럼 동작팀을 만나 점심 잘 먹었고 세일러마도 만나 맛좋은 김치도 얻어왔다.
집에 와 청소하고 둘이 한바탕 패션쇼를 해보지만 불어난 체중으로 선택할 아이템이 별로 없다.
비소식이 있어 일단은 긴팔에 반바지를 입기로 했다.
5시 일어나 찰밥 해서 콩나물국에 세일러마표 알타리로 반공기 먹고 출발하는데 다행히 비는 오지 않고 날도 춥지않다.
혹시나 싶어 편의점에서 비옷 구입.
종합운동장역에 도착하니 사람들이 전철역에 가득한데 밖에는 비가 내린다고....
화장실 남탕에는 줄이 엄청길어 나무천사와 헤어지고 물품보관소쪽으로 가니 바로 그 앞이 애주가 텐트다.
옷 갈아입고 준비체조 하는데 다행히 비는 소강상태. 그래도 보온을 위해 입는게 좋다해서 일단 비옷을 입었다.
체조를 다 마치지도 못했는데 출발 10분전. -3 주자들은 앞에 서야해 마무리도 못하고 뛰어가고 나도 마지막 화장실 들렸다 주로에 가니 이미 10K까지 도열을 해 칸막이 뚫려있는 곳으로 풀 주자 후미에 섰는데 내 뒤로 금방 사람들이 가득 찬다.
사회는 처음 보는 사람이 진행을 하는데 많이 어설프고 출발도 어영부영 그냥 줄줄이 출발한다. 시작이 그지같다.
비는 다행히 오지 않아 다행이다 싶었는데 후미여서인지 초장부터 걷는 사람이 보인다.
전철역 하나 지나가다 비옷을 벗어버렸다.
강동역쯤 지나는데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그것도 마구마구 바람을 동반해서....
모자 챙 사이로 빗물이 들어오고 신발도 젖기 시작한다. 여기저기 물 구덩이가 많아져 도저히 피할 수 없는 정도가 되간다.
옷이 젖으니 이젠 쉬거나 걸을 수 없고 춥지 않게 계속 뛰는것이 최선.
다행히 빗발이 줄어들면서 모자가 막을 수 있는 정도로 내리는것 같다.
후미출발이어서인지 앞사람을 조금씩 추월하면서 가게 되었다.
5시간 패메를 추월했고 40분 패메는 보이지도 않는다.
날씨 탓인지 패메도 제대로 하는것 같지도 않고 패메 팀이 너무 적은것 같다.
서울공항 앞 군인아들들은 오늘 나오지 않았고 자봉 학생들이 응원을 하니 한 아자씨, 돌아올 때 만나자 한다. (헌데 돌아올 때 보이 안 보였다)
작년의 그 멋진 가을풍경은 올해는 찾아보기 힘들다.
가락시장 즈음에 오니 휠체어 선두주자가 지나가고 그 좀 뒤 선두주자가 보인다.
거의 다 흑인이고 몇명 건너 한국전력 선수가 몇명 보이고 한참 뒤에 선두 여자가 보이는데 엘리트 선수는 몇명 안된다.
얼마 뒤에 마스터즈로 보이는 선두가 보이고 조금 뒤 애주가 실크님이 폭충질주를 하고 계신다. 부르면 방해될까봐 부르지도 않았는데 나중에 보이 기록이 249를 달성했다고... (2시간 24분 59초 이내)
-3 패메 지나고 20분 패메 지나고 건너편에서 나무천사가 부른다. 답하고 반환점을 향해 뛰는데 정말 길다.
오른쪽 종아리가 쥐가 나는것 같아 염려를 했는데 다행히 잘 지나가 주었다.
중마는 반환점이 28이라 무척 힘들다.
아무튼 이젠 남은 구간이 적고 발을 불었지만 물집은 생기지 않는것 같고 다행히 힘도 빠지지 않아 속도를 늦추지 않고 계속 조금씩 사람들을 추월해 간다.
언덕에서도 나름 열심히 뛰었고 내리막에서도 천천히 뛰었다.
30에서 주는 파워겔을 먹었고 35에서 들고 온 파워겔을 먹을까 하다 37에서 애주가에서 꿀물을 준다고 해 그걸 먹기로 했다.
이젠 정말이지 한자리 숫자만 남아있는걸 알지만 그렇다고 힘이 안 드는것 아니다. 그야말로 나중 후회하지 않기위해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는 마음으로 뛸 뿐이다.
37 채 못비처 철리마님이 뭐라 하는데 못 알아듣겠다.
콜라? 꿀물? 그 소리였다. 꿀물을 받아 마시니 주로에는 애마님도 함께 계시다. (정말 무지 감사드린다)
헌데 조금 앞에 향기님이 콜라 마시고 가린다. 이미 먹어 고맙다고 사양하고 꿀물 먹고 나니 몸에서 열이 팍 나는걸 느끼게 된다.
특수 꿀물이라더니 과연~
초장 줄지에 뛰는 단체가 뭔가 궁금했는데 홍콩에서 마라톤 투어롤 온 팀이다.
그중 맹인 동반주 하는 한팀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했는데 결국 이 팀에게 추월당했다.
나도 나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마지막 남은 길을 열심히 뛰었고 마지막 운동장에서도 열심히 뛰었다.
드디어, 골인~ 올 가을 숙제를 무사히 마쳐 정말이 후련했다.
골인지점에서 노척, 야생화님이 기다리고 있다.
지난번 춘마에서 마눌님 마중 안해 혼났다고 마눌님 마중 나와 있던 거라면서 칩까지 풀어주신다.
물 받고 칩 반납하고 빵을 받았는데 메달은 따로 준다는데 못봤다. 그래서 못 받았다.
텐트로 오니 거의 다 도착해 식사중.
나무천사에게 전화하니 들어오는거 미처 못 봤단다.
일단 화장실 가 옷 갈아입고 세수하고 발 닦고 오는데 애주가 텐트에 그새 왔던 나무천사는 아는 얼굴이 별로 없다고 그냥 간다고 전화가 왔다.
말로만 같이 뛰었지 아침 전철만 같이 타고 오고 내내 보기도 힘들다.
오늘 특별메뉴인 오리훈제를 먹고 팔달산님이 제조했다는 막걸리도 맛보고 과일도 먹었는데 오늘은 밥과 국 대신 컵라면과 햇반이라는데 둘 다 별로 안 좋아하는 아이템.
고기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허기.
문제는 뛸때도 아팠던 허리가 앉아 잇으려니 정말이지 힘들다.
실크님도 오늘 기록 세우르니 힘들었는지 몸이 풀리지 않는다고 한다. 그동안 뭇 여자들의 술 마시자는 유혹 뿌리치느라 힘들었다고....
양해를 구하고 먼저 일어서 집에 와 목욕탕에서 냉탕과 사우나를 오가니 통증이 좀 가신다.
기록 문자가 도착했는데 예상과는 달리 20분 이내 들어왔다. 작년 기록보다 1분 단축된 기록. 이게 딱 내 실력인것 같다.
나무천사는 3시간 40분 내 겨우 들어왔다고 한다.
뛰기 전부터 연습도 부족한데다 발바닥 아프다고 비 오면 안뛴다고 아우성을 쳐 대더니 쥐가 나 맨소래담도 바르고 파워겔 먹다 옷에 흘리고 회수차 타는것 빼고는 다 했다 웃었다.
밥을 못 먹은지라 집에 와 밥을 먹으니 좋았다.
밥 잘 먹고 따뜻하게 하고 자는데 은계언니의 전화, 잘 뛰었냐고...
염려와 응원 덕분에 무사완주 했고 춘마 기록보다 좋다 했다.
사부님도 춘마기록이 작년에 비해 많이 단축되었는데 술을 끊으셨냐고 하니 공장밥을 먹다보니 체중이 3키로 줄어 힘 덜들게 완주를 하셨다고....
내년엔 -5 목표를 동마 뛰시자 했다.
춘천 짱해피와는 안 만나냐고 춘천에 놀러 오라신다.
올해가 가기 전 춘천에서 뵙기로 했다.
한해 풀 2번 뛰는 숙제를 2주만에 무사히 잘 마쳤다.
이젠 홀가분한 마음을 산에 다니면 될것 같은데 가늘 산을 못 본게 많이 아쉽다.
일단은 내년 동마는 꼭 뛰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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