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나무 안에 잠들다/길상호(1973~)
천장을 바라보고 누워 있으면
낮 동안 바람에 흔들리던 오동나무
잎들이 하나씩 지붕 덮는 소리,
그 소리의 파장에 밀려
나는 서서히 오동나무 안으로 들어선다
평생 깊은 우물을 끌어다
제 속에 허공을 넓히던 나무
스스로 우물이 되어버린 나무,
이 늦은 가을 새벽에 나는
그 젖은 꿈으로 빠져드는 것이다
그때부터 잎들은 제 속으로 지며
물결로 나에게 말을 걸어온다
(… …)
삶의 뜨거운 눈물이 떨어질 때
잔잔한 파장으로 살아나는 우물,
너를 살게 하는 우물을 파는 거야
꿈에서 일어나 창문을 열면
몇 개의 잎을 발자국으로 남기고
오동나무 저기 멀리 서 있는 것이다
가을을 불러온 오동나무 잎사귀가 가을을 안고 허공으로 흩어진다. 떨어지는 오동나무 잎사귀 따라 가을이 차곡차곡 내려앉는다. 한 잎 두 잎 허공으로 떠나면 사람의 마을에 가을이 깊어진다. 낙엽은 사람 사는 세상을 스쳐 지나는 계절의 발자국 소리를 지붕 위에 차곡차곡 쌓는다. 물결치듯 흐르는 나뭇잎 따라 가을이 지나간다. 삶의 뜨거운 추억들이 눈물 되어 흩어진다. 가을 오동나무는 낙엽으로 발자국을 남기고 멀어져 간다. 맥없이 떨어진 오동잎 베고 누워 오래 잠들고 싶은 시월도 낙엽처럼 차갑게 무너 앉는다. <고규홍·나무 칼럼니스트>
2011년은 마라톤은 하프 한번, 풀 두번이 전부다.
그 아쉬움으로 마지막 대회를 구 영랑마라톤 멤버인 미녀삼총사가 얼굴도 볼겸 신청을 했다.
4마넌 내면 위아래 한벌에 쫄티까지 주고 단체는 모자까지 주는 이 대회.
기념품이 많을 수록 사실 질은 많이 떨어지는데 이번 기념품은 그래도 괜찮은 편.
대회장 근처인 63빌딩 식당가에서 만나 점심을 함께 먹고 옷 정비하고 대회장으로 갔다.
해마다 이 대회는 무쟈게 추웠는데 오늘은 춥지도 않고 비가 올듯 했는데 오후가 되니 쾌청모드.
만 2년 만에 주로로 컴백한 장공주.
5K 도 힘들거라 걱정이 태산이지만 그래도 10K 신청했고 풀 두번이나 뛴 고천사와 난 하프 신청.
12시부터 풀 주자는 벌써 뛰고 있고 하프는 2시부터 뛴다.
시간 여유가 있어 둥굴레차도 얻어 마시고 사진도 찍고 놀다 주로에 섰다.
얼마전부터 무릎이 신경쓰여 안 그래도 느린데 더 천천히 걷듯이 뛰고 있으니 계속 사람들이 추월해 간다.
이번 기념품을 입고 뛰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날이 많이 춥지 않은데 따뜻하게 입고 뛰는 사람들, 조금 걱정된다.
반팔, 반바지는 보기에도 추워보여 그 역시 걱정되고.
나나 잘 뛸것이지...
동작대교 방향으로 뛰는데 흐렸던 날씨가 햇살이 따가우니 더워진다. 내 옷도 너무 두껍다.
반대편에서 풀 선두주자들이 뛰어 들어오고 있다. 헌데 하나도 안 부럽다.
풀 안 뛰어도 되서 다행이다 싶다.
무릎에 충격이 가지 않게 아주 살살 뛰며 거의 2:15 패메를 재꼈다.
하프 반환점 돌아오며 애주가 제이님이 알아보신다.
곧 야생화 지나가고 한참만에 나도 반환점 돌고 지나가는데 2시간 패메가 앞에서 뛴다.
헐, 2시간이 아직도 여기에?
걷다 뛰다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풀 주자들인것 같다.
풀 주자가 대회 게시판에 쌩쌩한 하프 주자들이 주로에 많이 있어 참 새로운 경험이라고 그래서 외롭지 않다 썼다. ㅎㅎ
갈때보다는 올때 속력을 조금 내 그나마 10분 안에 무사히 골인.
짐 찾고 장공주 전화하니 참가자 대기실에 있다고 해 고천사 들어오면 같이 간다고 했다.
기다리는 동안 풀, 하프 시상식이 진행되고 있고 고천사는 30분 다 되 골인.
2시간30분에 뛰면서 풀 완주하는걸 보면 참으로 놀랍다.
천천히 뛰어 몸에 무리가 가지 않아서인가? 표정도 여유롭고 포즈까지 취하는 그 여유. 졌다~
고천사 짐 찾아주고 장공주 만나 주최측에서 주는 순두부 한그릇 먹고 여의도의 찜질방으로....
일단 씻고 냉탕에 들어가려니 물이 너무 차 서 있기도 힘들다.
미지근한 물에 몸을 좀 식히고 허기진 배를 미역국으로 든든하게 먹고 찜질방에서 잠깐 잠이 들었다.
소금방에서 장공주가 가져온 팩까지 얼굴에 붙이고 놀다 시원한 음료수 마시고 집으로~
올 한해 마라톤 농사는 적게 뿌리고 적게 먹기. 헌데 점점 더할것 같은 예감.
4068 | 박정분 | 안양마라톤클럽 애주가 | 02:07:12.3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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