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11 산행기

숙원사업 또 하나를 이루던 날 (방태산, 12/24)

산무수리 2011. 12. 26. 23:00

모감주나무/온형근(1960~)


꽃이 피어

아 꽃이 피었구나 했다

그 사이에

있고 없음

묻고 답함이 스쳐갔다


그 꽃이

살짝 입힌 노란색 꽈리로

새 옷 입은 것을 보고서야

꽃은 지는 게 아닌 것을

꽃이 하나인 것을


내 눈길이

젖어 있었다


강을 버려야 물은 바다에 이르고, 꽃을 버려야 나무는 열매를 맺는다는 건 『화엄경』의 가르침이다. 모감주나무 꽃을 보지 못 하고 여름을 보냈다. 혹독했던 여름, 그 나무에도 노란 꽃이 피었던가? 허공에 흩어지는 질문 사이로 꽈리 모양으로 맺힌 모감주나무 열매가 눈에 들어온다. 꽃 버리고 열매 맺는 건, 생명의 이치거늘, 비바람 우심했던 탓에 이 가을의 열매가 더 반갑다. 꽃 지는 건 새 꽃 피우기 위한 시작이다. 모감주나무의 꽈리 열매에 들어있을 까만 씨앗이 예쁘게 그려진다. 생명의 순환이 아름답다. <고규홍·나무 칼럼니스트>

 

산행일: 2011.12.24 (토)

코스개관: 방태산휴양림 매표소-이폭포-방태산-구룡덕봉-휴양림

날씨: 바람 쌀쌀한 화창한 겨울

교통: 안내산행

 

숙원사업인 방태산을 나무천사 동행해 함께 가기로 했다.

꽤 먼 거리였다.

강원도에 눈이 많다더니 막상 이쪽은 눈이 별로 보이지 않았다.

 

 

 

 

 

 

 

 

 

 

 

 

 

 

 

 

 

 

 

 

 

 

 

 

 

 

 

 

 

 

 

 

 

 

 

 

 

 

 

매표소에서 주차장까지 길이 얼어있어 차가 못 들어간다고 한다.

어쩔 수 없이 지루한 포장도로를 걸어가는데 다들 빛의 속도로 간다.

휴양림 지나고 비로소 산길이다. 길은 초장엔 경사가 아주 완만하고 눈은 좀 쌓여 있지만 아이젠 없어도 갈만하고 날도 더운듯하다.

점차 눈도 많아지고 바람도 차다. 팔과 손목이 시렵다.

앞서서 가는 사람들이 속도가 늦으면 양보하면 좋은데 그냥 밀어부치니 전반적으로 속도가 늦어진다.

오늘 방태산 주억봉을 가고 빠른 사람들은 구룡덕봉까지 갈 수 있다는데 이왕이면 두군데 다 가고 싶은데....

 

나무천사 앞서 가 버리고 그나마 선두그룹에 끼어 겨우겨우 주억봉 가는데 나무천사 되돌아 내려온다.

올라가 사진 찍어줘야지?

다시 올라가 사진 찍고 갈림길에 도착. 이제서야 올라오는 사람들도 제법 많다.

구룡덕봉쪽으로 가려는데 대장이 가지 말라 했단다. 그래놓고 대장은 갔다고...

이곳 바람불지 않는 곳에서 라면 끓여 먹으려는 팀들이 있어 우리는 밥 먹는 시간을 줄여 구룡덕봉을 가기로 했다.

 

쉬지도 못하고 사진도 못찍고 밥도 없어 떡으로 허기를 면하며 거의 쉬지않고 1시간 만에 구룡덕봉 도착.

앞에도 뒤에도 사람이 없다.

구룡덕봉에서 보이는 설악산. 그중 귀떼기청봉만 하얗다. 역시나....

바로 하산길에 접어들었다. 오래지 않아 방태산 휴양림 안내 표지판이 나와 코스가 순할줄 알았다.

헌데 생각보다 험한것 같다. 그래도 선두에서 길을 간지라 발자국만 따라가면 되니 큰 어려움은 없다.

 

그 길이 갑자기 능선을 쫓지않고 계곡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우리도 그 발자국을 따라 가는데 정상 등산로가 아니라 나무 사이를 헤치고 계곡을 넘고 헤치고....

없는 길을 뚫고 대장이 간것 같다. 시간 때문에 그런것 같다.

아무튼 쉬지도 못하고 죽어라 가는데 정상 등산로가 영 나오질 않는다.

5시 출발한다는데....

겨우겨우 등산로를 만났는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뛰다시피 그 길을 걸어 내려가고 포장도를 만났는데 그 포장도로에서도 매표소까지는 한참 가야한다.

죽어라 갔는데도 20분이나 초과. 아주 미안해 하며 가니 아직 안 온 사람들이 있다고...

알고보니 우리 뒤로도 5명이나 구룡덕봉으로 갔다고...

대장도 5시 겨우 도착했다고...

대장이 통제를 하지않고 앞서서 가 버리고 후미대장도 챙기지 않아 벌어진 상황.

 

한팀은 우리보다 조금 늦게 도착했는데 나머지 3사람은 6시가 넘었는데 전화 연락도 안되고 기다리는 사람들은 처음엔 짜증이 나다 나중엔 이 겨울 해도 졌는데 무사히 돌아왔으면 하는 소망을 갖게 되었다.

다행히 휴양림 cctv에 사람이 보인다고 한다. 휴양림 차로 태워가지고 내려오니 셋은 일행도 아니고 오늘 산에서 만난 사람들이라고...

문상 안가게 되어 다행이라 생각하며 출발.

휴게소에서 우동으로 끼니 때우고 무사귀가.

안내 산행으로 산에 가면 경제적이긴 한데 시간에 쫓기게 되고 산행 욕심을 내게 되어 여유있는 산행을 할 수 없는게 참 아쉽다.

욕심을 덜어내면 좋겠는데 내공도 부족하고 산 욕심은 아직 채워지지 않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