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11 산행기

눈 밟으며 호남정맥 잇기 (염암재-소리개재, 12/18)

산무수리 2011. 12. 20. 00:00

흔들릴 때마다 한 잔/감태준(1947~)


포장술집에는 두 꾼이, 멀리 뒷산에는 단풍 쓴 나무들이 가을비에 흔들린다 흔들려, 흔들릴 때마다 한 잔씩, 도무지 취하지 않는 막걸리에서 막걸리로, 소주에서 소주로 한 얼굴을 더 쓰고 다시 소주로, 꾼 옆에는 반쯤 죽은 주모가 살아 있는 참새를 굽고 있다 한 놈은 너고 한 놈은 나다, 접시 위에 차례로 놓이는 날개를 씹으며, 꾼 옆에도 꾼이 판 없이 떠도는 마음에 또 한 잔, 젖은 담배에 몇 번이나 성냥불을 댕긴다 이제부터 시작이야, 포장 사이로 나간 길은 빗속에 흐늘흐늘 이리저리 풀리고, 풀린 꾼들은 빈 술병에도 얽히며 술집 밖으로 사라진다 가뭇한 연기처럼, 사라져야 별수없이, 다만 다 같이 풀리는 기쁨, 멀리 뒷산에는 문득 나무들이 손 쳐들고 일어서서 단풍을 털고 있다


땅거미 밀려오면 약속도 없이 하나 둘 찾아가는 나무가 있었다. 사내들의 흙 묻은 바지 뒷주머니에선 가끔 소주병이 나왔다. 아무렇게나 나누는 술 잔 위로 빨간 단풍잎이 내려앉으면 가을임을 알았다. 그 아름다운 나무를 베어냈다는 소식이 전해 왔다. 비 많은 여름에 익숙해진 나무가 가을 가뭄을 견디지 못하고 생을 마쳤다는 이야기다. 나무와 함께 가뭇없이 사라지게 될 정겨운 추억이 안타깝다. 눈 감으면 베어낸 단풍나무가 잎을 후드득 털며 일어설 듯 눈에 선하다. 나무 주위에 어른대는 생로병사의 흐름이 안타깝다. <고규홍·나무 칼럼니스트>

 

산 행 일 : 2011. 12. 18 (일)

코스개관 : 염암재 - 2봉(전위봉) - 4봉(495m) - 오봉산(513m) - 옥정호 도로 - 운암삼거리 - 모악산 분기점 - 묵방산 갈림길 - 묵방산(538m) -갈림길 - 여우목 고개 - 가는정이 마을 - 성옥산(388.5m) - 소리개재    약 17.9km, (9;15~17;40)

날씨: 눈발 날리고 흐렸던 날. 그래도 옥정호는 보여주었다.

멤버: 당나귀 13명.

 

당나귀 4차 호남정맥 가기.

동지가 가까우니 해가 짧은 오늘.

새벽 농수산 시장에 가니 아무도 없다.

7시10분 지나 의왕 3총사가 오신다.

어? 이 작가님 눈 수술 하시고 못 오신다 했는데?

이 새벽 새카만 선글래스를 쓰고 계시다. 지난 화욜 수술 해 아직 눈가 부기도 빠지지 않았는데 오늘이 조망이 좋기도 하려니와 나중 혼자 땜방을 무슨 재미로 하냐고 병원에서는 1달간 운동 하지 말라고 했다는데도 오셨다.

강사장님, 눈 보호 하라고 스키용 고글까지 들고 오셨다고....

다행히 바람이 불지 않고 날도 조금은 풀려 선글래스로 충분할것 같다는 작가님.

정말이지 오늘은 감독님 포스 난다 옷었다.

 

버스를 타니 헐렁하다, 13명이라고.....

어제 초등 동창회에서는 장비정 알바한다는 친에게 등산용 티를 선물 받았는데 오늘은 무릎담요까지 선물 받았다.

덕분에 이불 덮고 코까지 골면서 아주 잘 잤다.

여산 휴게소에서 동안총무님 홀로 아침을 사 먹고 나머지 백성들은 차 안에서 간식 먹고 출발.

 

 

 

 

 

 

 

 

 

 

 

 

 

 

 

 

염암재 도착해 사진 찍고 출발 하려는데 눈이 내린다.

앗, 눈이다.. 산에도 눈이 살짝 덮여있다.

일단은 고어잠바로 바꾸어 입고 사진 찍고 출발.

오늘은 오전구간이 까끄막으로 힘들다고 한다. 눈까지 살짝 내려 있으니 더 조심스럽다.

그래도 분위기는 화기애애 좋기만 하다.

경림씨 친구라는 왕년 황금송 멤버였던 혜련씨가 처음 참가했는데 키가 엄청 크고 체격도 경림씨랑 아주 비슷하고 걷는 모습까지 슷해 뒤에서 한참 웃었다.

오랫만에 긴 산행을 하는거라 힘들어하니 경림씨가 밥도 싸 오고 스틱까지 빌려준것 같다.

 

헌데 처음 백두대간 할때 회장님이 헬스장에서 영입하셨다는데 아무것도 필요없이 몸만 오라고 했다고...

정말 몸만 와 고생 엄칭 했다고...

까멜과 여울도 이대장이 몸만 오라고 해 물도 주는줄 알고 정말이지 작은 쌕 매고 왔다 물 부족해 결국 중간 탈출했다고 웃는다.

아하, 처음 작업할 때는 몸만 오라 하는거구나... 그래놓고 오면 셀프라고?

하긴 물은 셀프라더만, 군만두는 서비스고....

오봉 가는 길 중간 밧줄 구간에서 땅도 사고 선두는 내 달리고 후미 백성들 사이좋게 2봉에서 사진 찍고 오봉을 향해서...

 

 

 

 

 

 

 

 

오봉 가는 길 왼쪽으로 보이는 옥정호.

흐렸던 날씨가 조금 개면서 옥정호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신선이 산다면 저런 곳에 살것 같던 몽환적 분위기.

여기저기 포토 라인에서 사진을 찍는데 갈수록 경치가 더 멋지다.

드디어 오봉.

인증샷 찍고 간식도 먹고 운암3거리까지 1시간 넘게 가야 한다고...

오봉산에 오니 반대편에서 올라온 몇 팀이 보인다.

 

 

 

 

 

 

 

 

 

 

 

 

 

 

 

 

길을 만나 이곳에서 낮은 산 몇 곳을 넘어야 하는데 큰 의미가 없다고 후미 백성들은 길을 따라 걷기로....

이곳 길은 물안개길이라는 둘레길.

그 길에서 담소도 나누고 운암정 옆에 있는 길카페에서 차까지 한잔 마시는 호사를 누리고 운암교 근처 운암3거리에서 우리 버스를 만났다.

 

 

 

 

 

 

상금이표 김치찌개에 총무님의 구수하고 속이 팍 풀리는 누룽지탕과 더덕차로 마무리.

정말이지 속도 추위도 한방에 풀리는 이 기분은 먹어본 사람만이 안다.

오늘 총무님 배낭이 왜 그리 무거운가 했더니 코펠, 바나에 더덕차에 물 몇통까지 지고 오느라고....

차 안에 두고 가기 망정이지.....

 

 

운암 삼거리까지 몇백 미터를 차 타고 가는 전사장님 서비스.

덕분에 성미 급한 선두 몇은 걸어가고 후미가 선두가 되었다. ㅎㅎ

 

 

 

 

 

 

 

 

 

 

 

 

 

 

 

 

오후 산행은 오전에 비하면 거저 먹는다는 총무님.

차에서 내려 완만한 언덕을 넘어가나 했더니 산으로 붙는다. 왼쪽 길과 오른쪽 길.

강사장님이 왼쪽길로 바로 올라가자 하셔서 길 같지 않은 그지같은 길로 올라갔는데 오른쪽 길은 더 그지 같았다고... ㅎㅎ

이곳에서도 묵방산은 한참을 올려쳐야 하는데 갑자기 뒤에서 나타나는 개 한마리.

이 근처 사는 개 인것 같은데 젖어있다.

묵방산 정상은 정맥길에서 약간 비껴 있는데 평지로 금방 나타난다. 이곳에서 의왕 삼총사 사진 찍고 갈림길에 오니 오른쪽 길로 올라온 사람들을 만났다.

 

 

 

 

 

 

 

 

 

 

묵방산에서 내리막을 내려오는데 우리 뒤에 올라왔던 개 한마리에 한마리가 더 오르락 내리락 한다.

선두에 섰던 전사장은 갑자기 뒤에서 개가 나타나 깜짝 놀란것 같다. 우리들은 여럿에 같이 가는데다 아까 본적이 있어 괜찮았다.

이 개들은 주인을 잃어버린것 같았다. 아랫쪽에서 계속 개를 불러대는데 서로 못찾고 우와좌왕이다.

내려선 마을은 여우치 마을이라는데 거의 다 비어있어 진짜 여우가 나올것 같은데 마을은 참 아담하고 예뻤다.

 

 

 

여우치 마을에서 야산 하나를 더 넘으니 나오는 가는정이 마을.

이곳에 옥정호 산장이라는 식당이 보이는데 차가 많다. 맛이 좋은가보다.

우리 오늘 저녁을 이곳에서 먹는다고 한다.

오늘 산행이 한계에 도달한 경림씨가 허리가 배낭에 받혀 못 가겠다고 한다. 그럼 이곳에서 쉬라고 하니 친구도 불렀는데 혼자 가게하기 그렇다고 해 배낭은 총무님 배낭에 업고 가기로 했다.

 

 

 

 

 

 

 

이곳에서도 성옥산까지는 정말 멀었다.

경림씨 뿐 아니라 혜련씨도 힘들어하던데 서로 배려하느라 힘든 산행을 하게 되었다.

진작 말을 하지....

성옥산 가는 길은 복분자 덩굴 등으로 아주 그지 같고 정상도 정말이지 초라했다.

이곳에서 하산 지점은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고....

 

 

 

 

구름 속에 해가 가려 석양은 보이지 않는다.

아무튼 후미까지 랜턴 쓰지 않고 무사히 하산 완료.

지난번 무릎때문에 탈출했던 까멜도 운동 열심해 해 무사히 완주했다고 좋아 한다.

이젠 버스타고 옥정호 식당으로 고고씽~

 

 

 

 

 

 

 

 

옥정호 식당의 메기메운탕과 잡어 매운탕은 전라도 식이라는데 우거지에 새우까지 듬뿍 들어간 걸쭉한 매운탕인데 정말이지 맛이 좋았다.

밑반찬도 김치와 시금치, 감 장아찌 등인데 하나같이 감칠맛이 있어 솜씨 좋은 당나귀 여 회원들이 감탄을 할 정도.

까멜이 들고온 복분자주로 완주 죽하, 송년 산행 축하를 하고 배 터지게 밥 먹고 나오니 누룽지까지 나온다.

최근에 먹어본 음식중 최고의 맛인것 같다.

부른 배를 끌어안고 7시30분도 넘어 출발한것 같은데 자는새 차는 씽씽 달려 전혀 막히지도 않은것 같다.

정안 휴게소에 잠깐 쉬고 평촌이 도착하니 10시가 좀 넘은 시간.

완주에서 시작해 임실을 거쳐 정읍에서 마무리한 오늘 산행.

산행도 좋았고 날씨도 춥지도 덥지도 않았고 음식도 정말정말 맛 좋았다.

그래도 이 좋은걸 함께 나눌 수 있는 회원들이 젤로 좋다~

 

-이 작가님 사진, 동영상 추가

 

 

 

 

 

 

 

 

 

 

 

 

-까멜표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