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門) - 이영광(1967~ )
가지 말아야 했던 곳
범접해서는 안 되었던 숱한 내부들
사람의 집 사랑의 집 세월의 집
더럽혀진 발길이 함부로 밟고 들어가
지나보면 다 바깥이었다
날 허락하지 않는 어떤 내부가 있다는 사실,
그러므로 한 번도 받아들여진 적 없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사람으로 나는 지금
무엇보다도, 그대의 텅 빈 바깥에 있다
가을바람 은행잎의 비 맞으며
더 이상 들어갈 수 없는 곳에 닿아서야
그곳에 단정히 여민 문이 있었음을 안다
생활에서, 사랑에서, 그리고 글쓰기에서, 겹겹의 문을 열어젖혔으나 그때마다 그 안에 또 다른 문들이 단단하게 여며져 있어, 여전히 문밖에 세워졌었다…면! 거쳐 온 삶의 경로들이 지나고 나니 다 바깥이었다는, 이 문 앞에 선 장탄식과 환멸은 도대체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어떤 구걸로도 허락되지 않는 내부들이 있는데, 그 안을 들여다볼 수조차 없는 삶은 처연하기까지 하다. 일찌감치 생의 의욕을 제거해버린 절망이라면 차라리 아프다. <김명인·시인>
1/16 (월)
10코스; 화순-모슬포 올레 (14.8K)
우리나라 둘레길의 효시라고 할 수 있는 제주 올레.
그 올레길을 나도 처음으로 걷게 되는 날.
7시 기상을 식사시간으로 착각 해 우리 방에서 밥을 해 밥통을 들고 밥 먹는 방으로 무작정 들어가 부랴부랴 아침을 먹었다.
전공자 이샘이 있어 반찬은 늘 럭셔리 그 자체.
이집 저집에서 가져온 김치로 김치풍년이다.
아침 배부르게 먹고 간식 좀 싸 가지고 숙소 출발.
10코스는 상곤샘이 여름에 했었는데 경치는 좋았는데 더워서 끝까지는 하지 못했다고....
기점인 화순 해수욕장에서 출발. 원래 출발지점에는 올레 확인 도장을 찍을 수 있다는데 그 집을 찾지 않고 그냥 출발.
모래가 씻겨 나가는거 방지하는 박수기정
드디어 올레길을 걷게 된다.
아침을 아주 잘 먹었는데도 배가 출출하다. 올레 꿀빵을 사 하나씩 나누어줘 받자마자 먹어 치웠다.
첫 구간은 해안을 따라 걷는길. 바다에, 바위에 아주 멋지다.
사진 신공이 있는 고회장과 여산은 사진 찍느라 뒤에서 올 생각을 하지 않고 성미 급한 사람들을 앞에서 내 달려 보이지 않는다.
중간 즈음에서 사진을 찍는데 진사가 많아 들이 대기도 좀 뭐하다.
아무튼 약간 쌀쌀하긴 했지만 겨울 치고는 따뜻하다. 미모 지키라고 날은 좀 흐리다.
표선 금모래 해수욕장을 출발해 산방산을 향해 가다 산방산을 뒤로 한 채 길은 계속 이어진다.
제주도 답게 여기 저기 말을 방목해 놓았지만 울타리를 넘어가지 않게 나름대로 문이 있다.
날씬한 사람은 통과하는 그 틈새를 여산은 걸렸다고 웃긴다.
산방산 뒤로하고 해변으로 나가면 하멜 기념관이라는 배 전시관이 보인다. 이곳을 지나 길로 올라갔다 다시 해변을 걷는데 발자국 화석이 있는 바닷가를 지나는데 막아 놓아 확인은 할 수 없다.
대신 갈매기 발자국은 아주 많다 웃었다.
10코스는 비교적 짧은 15k 가 채 안되는 코스인데도 생각보다 멀고 힘들었다.
경치가 좋은건 좋은거고 힘든건 힘든다. 길도 평지가 아닌지라 바위길이 울퉁불퉁해 운동화보다는 경등산화가 훨씬 나은것 같다.
배는 슬슬 고파지는데 오늘 점심 먹을 밀면집은 나타나지 않는다.
이 길이 지루하다고 곽샘은 차로 되돌아가 차를 가져 온다고 갔다.
우리들은 송악산을 끼고 걷는데 여기부터가 10코스 하이라이트. 새로운 경치가 펼쳐진다.
행복해 하면서 송악산을 돌며 출출해 군고구마로 요기하고 멀리 마라도와 가파도가 보인다. 마라도 가는 선착장도 지났다.
송악산을 한바퀴 뺑 돌고 나왔는데 아니 눈 앞에 산방산과 똑같은게 보인다.
뭐지? 고회장 왈 자기가 옮겨다 놓았다고.... 알고 보니 한바퀴 뺑 돌아 원위치에 돌아온것.
곽샘이 어느새 차를 가져와 우릴 기다리고 있다. 일단은 차로 오늘 점심 먹을 식당으로 가서 밥 먹고 나머지 길을 잇기로 했다.
산방식당의 밀면. 생각보다 값도 착하고 면도 쫄깃하고 맛도 아주 좋았다.
다들 행복해 하면서 늦은 점심을 먹었다.
차로 다시 원위치 태워다주고 곽샘은 송악산을 한바퀴 돌고 10코스 끝지점에서 만나기로 했다.
송악산 지나 일제가 비행장을 만드려고 했던 넓은 터를 지나는데 초등생 몇명이 충주에서 왔다면서 씩씩하게 걷는다.
이 길에는 희생당한 사람들을 뭍었던 구덩이도 지나는데 후반기 길은 전반기 길보다는 확실히 재미는 없다.
밭을 지나는데 감자, 무우 등 수확을 포기한 채소들이 얼어가고 있다. 양배추밭은 멀리서 보면 연잎처럼 보인다.
하모 해수욕장이 나와 곧 끝나는줄 알았는데 길은 여기서도 좀 더 이어져 모슬포 항에서 겨우 끝났다.
끝지점에서 기념 스탬프도 찍고 이곳에서 파는 올레 기념품인 간세인형과 버프도 하나 샀다.
10코스의 상징인 형제섬이 스탬프에 새겨져 있었다.
올레 패스포드도 있다는데 가격 저항이 오고 별 쓸모는 없을것 같아 사지 않았다.
-새별오름 가기
지나가다 본 새별오름이 아주 예뻤다.
저녁 먹기 전 새별오름을 올라가기로 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대보름 억새 태우기 행사를 이 새별오름에서 한다고.
석양이 가까워 오는 새별오름에서의 조망은 멀리 한라산도 날이 좀 걷혀 잘 보인다.
작가 두사람은 일몰 사진 까지 찍고 오느라 늦어졌다.
오늘 저녁은 고회장 관계자 집에 가서 먹기로...
두터운 흑돼지를 숯불에 구워먹는 맛은 참 좋았다.
이쪽 풍습은 냉면과 돼지고기를 함께 먹는 거라고....
밥 잘 먹고 과일까지 싸 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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