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12 산행일기

오창 나들이 (진천 두타산, 1/27~29)

산무수리 2012. 2. 2. 15:12

‘접시꽃만 한’ - 김은자(1948∼)


 

딸 낳고 친정 온 어린 딸 같은,

밭둑에 서 이름 부르면

누구든 돌아볼 것 같은,

감자 캐어낸 빈 밭은

고기 잃고 물살만 남은 흰 여울

종소리 보내고 늙어가는 종탑

홀로 잠드는 빈 밭에 접시꽃만 한

접시불이라도 하나 내어 걸고 싶네


누구라도 부르면 반갑게 돌아볼 것 같은데 아무도 없는 텅 빈 계절. ‘같은’의 주어가 뭔가 찾다 보니 감자 캐고 난 휑한 빈 밭이네. ‘여울’, ‘종탑’ 등 기르고 품던 것 다 내주어 빈 것들이 주어 같네. 행 끝마다 ‘-같은’을 집어넣어 읽다 보니 ‘같은’이 그대로 주어가 돼 비어 가는 가을이미지 낳고 있네. 빈 마음 빈 들녘에 접시불 내거는 그리움, 빈 밭 씨알 심어 매양 신생하는 대지의 여성성 돋보이네. <이경철·문학평론가>

 

1/27 (금)

 

오창으로 이사간지 1년이 되는 숙재샘.

한동안 못 가 뵈었다고 한번 가야 하지 않냐는 여산의 이야기에 연락해 잡은 날.

헌데 정작 여산은 남자가 안 간다고 혼자 가기 거기시 하다고 안 간단다.

아니? 남녀로 간것도 아니고 한두번 만난 사이도 아닌데 새삼스럽게 낯가림을 해?

싫어? 관둬. 쫀누나 시간 된다고 해 둘이 가기로 했다.

3:44 수원발 조치원행 기차를 타고 가 조치원에서 퇴근해 나온 푸르름 차 타고 오창으로 고고씽~

 

 

오늘 숙재샘도 서울 동창모임이 있어 다녀오셨단다.

힘드시니 저녁 사 먹자고 했는데 그냥 집에 와 먹으라 했다고..

먹던 대로 주신다던 저녁상은 상다리가 부러진다. 갈비까지 있다.

푸짐하게 밥 잘 먹고 거실에 전기요 켜고 넷이 이불 덮고 앉아 이바구 나누며 드라마 보기.

 

여산이 안온지라 아무 계획도 없이 온지라 푸르름은 어딜 갈까 궁리를 한다.

산에 꼭 안가도 되거든요? 둘레길 걸어도 되거든요?

푸르름도 쉬고 싶으면 오창에 와 숨어 있단다.

저 때문에 못 쉬자나요. 산에 가는건 쉬는거에 속한다고....

쫀누나와 난 거실에서 자기로 했고 두 언니는 방으로....

 

1/28 (토)

 

 

 

일찍 일어난 언니들이 밥하고 두 동상들은 거실에서 밥 다 해 놓으니 일어난다.

떡국으로 배부르게 먹고 진천의 두타산을 간다고....

네비가 알려주는 대로 가니 우왕좌왕하다 겨우 등산로 기점을 만났다.

길게 가려면 이곳에서 올라가 붕어마을로 하산해야 하지만 숙재샘 컨디션에 맞춰 짧게 영수사로 하산하는 코스로 간다고....

 

 

 

 

 

 

 

 

 

 

 

 

 

 

 

 

 

 

 

 

 

 

 

 

 

 

 

 

 

등산로는 오르막이 급경사도 아니고 오르막도 짧은편. 길은 전반적으로 완만하다.

거기다 우리들은 널널 산행을 하니 힘이 들지 않는다.

놀며놀며 쉬며쉬며 올라가니 좋긴 하다. ㅎㅎ

정상 가기 전 전망데크 지나니 눈이 보이기 시작한다.

정상은 제법 넓다. 우리도 자리 펴고 앉아 약식과 찰떡과 커피로 점심 먹기.

그리고 왔던 길을 조금 되돌아 내려오면 우측으로 영수사 갈림길이 나온다.

 

초장엔 눈이 좀 있지만 곧 눈이 없어져 하산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다.

영수사 무사 하산하고 화장실 들렸다 나오니 용 2마리를 못 봤냐고 하신다.

이 절이 용에 관한 전설이?

그 용이 아니라 남자용, 여자용의 2마리란다... ㅎㅎ

절 입구쪽은 조경회사의 땅인지 나무들이 많다. 거름을 해서 냄새조차 구수하다. ㅎㅎ

눈 내린 자리를 정갈하게 쓸어놓은 절 관계자를 감탄하며 하산 완료.

이젠 중부고속도로에서 보이는 농다리 가기.

 

-농다리

 

 

 

 

 

 

 

 

 

 

 

 

 

 

 

 

 

 

 

 

 

 

 

 

 

농다리는 개울에 있는 단순한 징검다리 인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구불구불 제법 큰 초평호를 끼고 있다.

초평호를 조망하며 길게 둘레길 조성이 거의 마무리 단계인것 같다.

2주 전 왔던때 보다 길이 거의 완성되어 흔들다리쪽으로 바로 못 내려간다고 했는데 어느새 길이 완공되었고 흔들다리도 거의 마무리 단계.

호수를 끼고 걸을 수 있게 나무데크를 깔아 놓았다.

여름이 되면 놀러 오는 사람들도 아주 많다고....

이곳 진천에는 김유신 생가, 이상설 생가, 진천 향교 등 볼거리가 많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답사팀 한팀을 만났다.

농다리 전시관도 둘러보고 오창으로 가기.

 

 

 

오창 시내의 월남쌈집.

샤브샤브를 월남쌈에 싸서 먹는 메뉴인데 맛도 좋지만 종업원이 아주 친절하다.

양이 너무 많아 남길것 같다 걱정하니 여자들은 어떻게 해서든 안 남기고 다 먹을 수 있단다.

남자들은 절대로 못하는거라고...

과연 말대로 배불러 하면서도 국수에 죽까지 다 먹어 치웠다.

입춘이 생일인지라 명절때 수금을 너무 많이 해 현찰이 많다고 우기는 푸르름이 저녁까지 쐈다.

사실은 1박 일정으로 출발을 했는데 아쉬워 1박 더 하기로 했다.

집에 와 과일 먹고 차 마시고 오늘도 드라마 단체로 관람하고 꿈나라로....

 

1/29 (일)

 

 

 

 

-오창 목령산 가기

 

 

 

 

 

 

 

 

 

 

 

 

 

 

 

 

 

어제 산행이 짧다고 호수길을 한바탕 돌리더니 오늘은 그냥 산책 정도인줄 알았다.

오늘은 해가 제대로 뜬다. 거실에서 해를 맞고 느지막히 아침을 먹고 짐 대강 챙기고 오늘은 디카만 들고 출발.

숙재샘이 스틱을 들고 나서 내심 의아 했었다.

간이 버스 터미널에서 남서울 오는 차편을 예매하고 차로 산행 입구 도착.

원래는 집에서부터 걸어올 예정이었다고....

 

산책 수준인줄 알았던 길이 의외로 길다.

중간 길도 한번 건넌다고.... 정맥 수준?

아무튼 험하지 않고 길은 전반적으로 평탄하다.

잔차 탄 청춘이 아주 미안해 하면서 지나갔다 어느새 반환점 찍고 되돌아 갔다.

선두에서 두 언니가 어찌나 빨리 가는지 뒤에서 쫓아가기 벅찰 정도다.

느리다면서? 엄살이었나?

우리 차시간 때문에 평소보다 서두르셨다고...

 

목령산 정상 도착. 정상에서 내려다보이는 골프장에 사람이 안 보인다. 아깝게 골프장에 사람 없다고 쫀누나 아쉬워 한다. ㅎㅎ

부지런히 하산했다. 2시간 반 걸렸다. 평소에는 3시간 정도 걸린다고.

바지락 칼국수로 점심을 먹었다. 죽어도 돈 내야겠다고 쫀누나가 쐈다.

집에 들러 배낭 챙기고 푸르름이 정류소에 내려주어 2;50 버스타니 1시간반 만에 남부터미널 도착. 집에 오니 5시.

생각보다 가까운 거리에 또 한번 놀랬다.

몸만 가 연 2일 산행에 잠도 집에서보다 훨씬 잘 자고 잘 먹고...

행복한 주말이었다.

감, 고,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