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 - 장석주(1954∼ )
흑염소 떼가 풀을 뜯고 있다.
어둑했다.
젊은 이장이 흑염소 떼 끌어가는 걸
깜박했나 보다.
내 몸이 그믐이다.
가득 찬 슬픔으로 앞이 캄캄하다.
저기 먼 곳이 있다.
먼 곳이 있으므로 캄캄한 밤에
혼자 찬밥을 목구멍으로
밀어 넣는 것이다.
해가 다 저물도록 젊은 이장은 풀어놓은 흑염소 떼를 거둬들이지 않고 있다. 바쁜 일이 겹쳤나 보다. 어둑하니 풀을 뜯고 있는 염소들을 바라보며 나는 혼자된 저녁을 먹고 있다. 찬밥이 모래를 씹는 듯 어석거리는 이 저녁의 식사는 몸속에 어둠을 채워 넣는 듯 곤혹스럽기만 하다. 캄캄한 밤은 삶의 어떤 고비에서 겪어야 하는 슬픔처럼 다가오지만, 그러나 이 그믐이 한 달의 끝자리가 아니라 시작이라는 것을 안다. 이루어야 한다는 의지보다 견딘다는 막막함이 더 큰 울림으로 다가서는 시(詩). <김명인·시인>
1/17 (화)
어리목-영실
산에 다니는 사람이 제주도에 3박 씩이나 하면서 한라산을 어찌 가고 싶지 않으리오...
사람도 11명이나 되고 차도 오늘까지 렌트한 지라 인원을 나누어 성판악-관음사 코스를 가고 싶었다.
헌데 여산 왈, 산행은 산행 하는 사람들끼리 왔을때 가란다. 이 팀은 무리인 사람들이 있다고...
아쉬움을 접고 아침 밥 먹고 밥을 새로 해 주먹밥도 싸고 떡도 사고 과일도 사고...
이총무가 있는한 배불러 죽지 굶어 죽을 일은 없다고.....
어리목 주차장까지는 눈도 없다. 당연히 스패츠도 필요없다.
아이젠만 하고 기념촬영 하고 출발.
이곳은 등산보다는 관광모드의 사람들의 거의 다. 등산화는 양반이고 운동화 신은 사람들이 반은 되는것 같다.
이 코스를 대학 3학년때 가보고 처음인것 같다. 나름 의미는 있을것 같다.
눈은 많이 내렸지만 러셀은 잘 되어 있다. 그래도 오르막 오르는건 힘들다.
올해 처음 따라온 상곤샘 마눌 김샘이 그중 힘들어 한다. 작년엔 미영샘이 힘들어 했는데 올해는 여기 오기 전 연습까지 하고 왔다는데 선두에서 올라가 보이지도 않는다. 함께 가기로 해 놓고 배신 때렸다고 김샘 이를 악물고 올라가 따져야 한단다.
날은 풀려서 더울 지경이다. 헌데도 옷 벗지 않고 땀 뻘뻘 흘리는 백성들 정말 많았다.
여산은 해메는 여자에게 스틱을 빌려줬단다.
사제비동산에 오니 1차 시기는 무사히 넘긴거라고 김샘을 안심시킨다. 이곳에는 눈으로 동물을 만들어놓아 우리도 사진을 찍었다.
만세동산에서 쉬면서 사진도 찍고 간식도 먹고 올라가는길은 완만하긴 하지만 쉽지많은 않은 길.
화창한 날씨이면서도 구름이 개였다 흐렸다를 반복하는 날씨.
무사히 윗세오름 대피소에 도착해 싸 온 주먹밥과 어제밥 사다 먹고 남은 닭튀김까지 배부르게 먹었다.
여산에게 스틱 빌려간 여인은 고맙다고 술에 도시락까지 주고 갔다고...
전화번호는 안 줬냐고 놀렸다. ㅎㅎ
윗세오름에서 서북벽까지 갈 수는 있지만 아무도 갈 생각을 하지 않으니 입도 못 벌리고 영실을 향해 출발.
영실로 내려오는 길 왼쪽으로 바다가 보인다. 우와~
선두로 내려가던 곽샘 전화가 왔단다. 오백나한을 지나는데 날씨가 어찌나 좋은지 거의 환상이라고...
작년엔 눈이 많이 내려 이쪽이 통제되 어리목에서 윗세오름까지 왕복했었다고.
우리도 행복해 하면서 사진을 찍으며 후미에서 하산하는데 날씨가 개스가 끼면서 시계를 가린다.
영실 코스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올라오고 내려가는데 양지바른 곳은 녹아 아주 미끄러워 아이젠 하고도 기다시피 내려가는 사람들이 보인다. 운동화 신은 사람들은 거의 스키 수준으로 곡예를 한다.
우리도 버벅대며 내려가 선두팀을 만나 사진을 찍으려는데 시계가 트이지 않는다.
곽샘은 차 가지러 가느라 빛의 속도로 하산했다고...
무사히 영실에 도착해 아이젠을 빼고 정리 하고 내려가는데 영실은 아래 주차장까지 눈이 거의 남아 있어 택시만 오르내리며 사람을 태우고 지나간다.
아래 주차장에 가니 곽샘이 택시로 눈 구간을 내려오고 버스타고 어리목으로 가 다시 주차장까지 걸어 올라가 차량 회수를 해 우릴 기다리고 있다.
우리팀 후미도 곧 도착해 한 사람이 고생해 10명이 편안하게 귀가.
오늘은 제주 마지막날이라 쫑파티를 횟집에서 한다고...
일단 곽샘과 이샘은 렌트카 반환하러 가고 나머지 사람들은 숙소 근처 탐라목욕탐으로...
제주는 목욕비가 4천원이라 저렴하고 물도 좋다.
목간 하고 저녁은 하지 않아도 되니 쉬다 예약한 횟집으로 갔다.
숙소 근처 대선회마트(064-758-1568)에서 한상당 5만원 짜리라는데 회도 잘 나오고 서비스도 좋다.
상곤샘이 마눌 무사히 한라산 다녀왔다고 허벅주를 사와 한잔씩 마셨다.
여자들도 한, 두잔 씩 마시니 취기가 온다.
서로 사돈 한다고 사돈끼리 챙기고 아주 웃겼다. ㅎㅎ
숙소에 오니 상곤샘이 오메기떡을 한팩 가져다 준다. 배가 불러 저녁에 못 먹고 아침에 먹었는데도 야들야들하고 아주 맛이 좋았다.
1/18 (화)-밥상 탁구 치고 집으로~
어제 저녁 남자들끼리 밥상탁구 내기를 하고 떠드는 바람에 하마트면 쫓겨날뻔 했다고...
아침 막간을 이용해 밥상탁구 시범경기 보이기.
상 두개를 붙여놓고 하는데 오늘 탁구대는 너무 커 재미가 적다는데도 아주 웃겼다.
놀고 짐 정리하고 택시 3대로 나누어타고 공항으로 오기.
오메기떡을 사러 떡집에 가니 오후나 만든다고 해 서운한 맘으로 공항에 오니 냉동된 오메기떡을 판다.
면세점에서 술도 사고 백도 하나 하고 오메기떡도 하나 사서 바리바리 짐 들고 김포로....
집에 와 먹어보니 갖 나온 떡만은 못한데도 맛있다고 도치가 아주 잘 먹는다.
3박4일 일정의 탁동 연수가 이렇게 지났다.
'산행기 > 2012 산행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창 나들이 (진천 두타산, 1/27~29) (0) | 2012.02.02 |
---|---|
영랑산악회 첫산행 (인왕산, 1/19) (0) | 2012.01.27 |
아쉬움으로 지리를 떠나다 (장터목-대원사, 1/5) (0) | 2012.01.07 |
흰 산호초 사이를 누비다 (연하천-장터목, 1/4) (0) | 2012.01.07 |
지리에 들다 (화엄사~연하천, 1.2~5) (0) | 2012.01.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