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12 산행일기

태백산은 축제중? (1/30)

산무수리 2012. 2. 2. 15:41

부도(浮屠) - 홍신선(1944 ~ )

죽으면 어디 강진만 갈밭쯤에나 가서

육괴(肉塊)는 벗어서

시장한 갯지렁이 시궁쥐들의 뱃속에나

소문 없이 채워주고

그래도 남는 것이 있다면

찬 뼈 두 낱 정도로 견디다가

언젠가는

그것도 다아

이름 없는 불개미떼나 미물들에게

툭툭 털어

벗어줄 일이지

쇠막대 울 앞

애꿎은 시누대들만 수척한 띠풀들 사이 끌려나와

새파랗게 여우눈 맞고 있다.


빌려 입은 몸(肉塊)조차 미물에게 바치고 미련 없이 떠나는 것은 무욕을 실천하라는 부처(佛家)의 가르침을 받드는 일이다. 그렇다면 삶의 마지막을 사리로 남겨 부도를 세우게 하는 것은 득도(得道)의 진정한 구현이 아니다. 부도에 둘러선 애꿎은 시누대만 추위에 떨고 있다는 이 풍자는 비움을 체현(體現)하려는 스스로의 다짐을 내비친 것이다. 죽음 앞에서 자신을 가다듬는 일은 얼마나 중요한가. <김명인·시인>

 

산행일: 2012.1.30 (월)

코스개관: 당골매표소-3거리-반재-망경사-태백산(장군봉)-천제단-하단-문수봉-당골 (12:40~18:00)

날씨: 추운 날이지만 바람이 잠잠하고 햇살 따뜻한 화창한 날.

멤버: 넷

 

1월 3주 일,월에 세춘씨 부부와 소백산을 다녀온 나무천사.

같이 가자는데 제주도 일정이랑 겹쳐 못 갔었다.

이번엔 태백산을 일,월로 가자고 한다. 오창 일정을 1박으로 줄이고 가기로 했었는데 태백산은 당일로 다녀와도 될것 같다고 결정이 되 오창에서 2박을 할 수 있었다.

늘상 세춘씨네 차편만 이용한지라 이번엔 불편해도 우리차로 가 양재로 모시러 간다고 했는데 굳이 평촌으로 태우러 온다고...

전날 마눌님도 선자령을 다녀왔다고....

7시쯤 온다고 해 밥까지 먹고 기다리는데도 오지 않는다. 늦잠을 자서 그렇다고 40분경 도착해 출발.

북수원으로 해서 여주에서 아침 먹기.

남자들은 해물짬봉 먹고 여자들은 번에 커피 먹기.

 

중간에 한번 쉬었는데도 태백은 생각보다 멀었다.

이쪽으로 오니 갑자기 눈세상이 되었다. 차는 히터가 시원치 않다고 의자 시트를 키라고 한다.

거의 다 와 두문동재 지나는데 전화받는 새 차에서 갑자기 냄새와 연기가 난다.

오기 전 정비를 했다는데 차가 영 마음에 안 든단다.

차를 세우고 좀 식혀서인지 일단 시동은 걸려 천천히 태백 시내로 오니 마침 서비스 센터가 보인다.

집까지 가는데 문제는 없다고 한다. 휘발유가 좀 새는것 같다고....

 

주차장은 축제중이라 차를 진입 시키지 않고 셔틀버스로 이동 시킨다.

길가 임시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 버스로 이동. 석탁 박물관 근처까지 태우다 준다.

이젠 점심 먹고 가자고...

청국장으로 점심을 먹고 나니 12:30. 언제 가나.....

 

 

 

당골광장에는 눈 조각이 여기 저기 있다. 평일인데도 사람들이 제법 많다.

주말에는 정말이지 차 대는것 조차 힘들것 같다. 조각은 정교하진 않지만 그런대로 구경할만 한 수준.

떡메도 치고 음식 먹거리도 많고 소원지도 적고.... 어디나 다 비슷하다.

일단은 시간이 없는지라 산행 준비하고 출발하려는데 나무천사가 안 보인다.

전화도 안 받아 할 수 없이 우리끼리 출발.

 

 

 

 

 

 

 

 

 

 

 

 

 

원래는 유일사부터 올라오는데 차량 회수문제로 우린 당골에서 올라가 문수봉찍고 하산하기로 했다.

간간히 올라가는 사람들도 있지만 내려오는 사람들이 더 많은 이시간. 나무천사는 우리가 먼저 올라간줄 알고 올라갔다가 안 보이니 전화가 왔다. 기다리라고 했다.

하산 하는 사람들은 비닐 쪼가리 들고 엉덩이 썰매 탈 기회를 호시탐탐 노린다.

당골쪽 올라가는 길은 초장은 아주 완만하다.

다리 건너고 나니 비로소 나무 데크 계단이 보이면서 경사를 올려친다. 사람도 점점 많아진다.

이쪽길은 예전에 한번 겨울에 내려온 적은 있는데 전혀 기억이 나질 않는다.

 

망경사도 전혀 기억에 없다.

망경사는 절 추녀엔 앉지 못하게 금줄로 막아놓고 매점에서는 라면 등을 판다. 인심 참 사납다.

망경사에서 조금 더 오르막을 치고 나니 정상이 보인다.

우와~

한여름에는 몇번 와 봤지만 겨울에 보니 또 다른 느낌이다.

나무천사는 사진 찍느라고 보이지도 않는다.

우리끼리 정상 사진 찍고 있으니 나무천사 나타나 주목 군락지를 보고 가자 한다.

 

문수봉 반대편 주목 군락지에서 사진도 찍고 간식도 먹는데 이쪽은 바람이 장난이 아니게 차다.

벗었던 잠바도 입고 사진 찍는데 누가 날 부른다.

후미 언니다. 올 겨울엔 교과서 쓰느라 해외 산도 못가고 잡혀 있는데 오늘만 시간이 나 공주님 모시고 모처럼 산에 왔다고....

목소리 듣고 알았다고 웃는다. 사진 찍고 안부 인사 하고 헤어졌다.

 

 

 

 

 

 

 

 

 

 

 

걸음 느린 우리들먼저 출발하기로 했고 나무천사는 사진 찍고 온다고 처졌다.

문수봉까지도 거리가 제법 되는지라 거의 쉬지도 못하고 사진도 거의 안찍고 나름 쉬지않고 부지런히 문수봉 무사 도착.

강원 소방서 대원 두분이 혹시 처지는 사람 있으면 걷어 가려고 오셨다.

출석부 찍고 하산길은 당골보다 훨씬 좋다.

무사히 해 있을때 당골 도착.

 

 

 

 

눈조각에서 잠시 사진찍고 구경하고 근처 촌막국수집에서 막국수와 감자전으로 저녁 먹기.

태백 시내에서 네비가 또 엉뚱한 길을 알려줘 한바퀴 돌고 겨우 길로 진입.

헌데 고속도로에서 차가 흔들린다고 펑크 난것 같다고 해 휴게소에 들러 살펴보니 다행히 아니란다.

늦은 시간이어서인지 차 안 막히고 무사히 평촌 도착.

기사님 수고하셨다고 막걸리 한잔 하자 하니 마다 하지 않는다. ㅎㅎ

홍탁집에 들러 막걸리 딱 한잔씩 하고 집으로....

사실 태백산 가자고 해서 별 기대가 없었는데 막상 가 보니 태백은 여름엔 들꽃으로 어여쁘고 겨울엔 눈도 많고 시계도 좋아 기대 이상이었다.

이덕 저덕에 오늘도 보람찬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