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12 산행일기

아쉬움으로 지리를 떠나다 (장터목-대원사, 1/5)

산무수리 2012. 1. 7. 19:42

‘저녁에’-신용목(1974~ )

 

사선(斜線)으로 떨어지는 저녁, 옆구리에 볕의 장대를 걸치고

새가 운다


저녁 하늘은, 어둠이 갇힌 볕의 철창

 

저녁 새소리는,


허공에 무수히 매달린 자물통을 따느라

열쇠꾸러미 짤랑대는 소리


저녁 감나무에, 장대높이로 넘어가는 달 


11월은 불타는 노을도 잦아든 저녁 이미지, 이래저래 착잡한 심사일 텐데. 이 시의 저녁은 참 청정(淸靜)하다. 이제 막 내리고 있는 어둠 속에 아직 남아있는 빛살, 쇳소리 튕기는 듯하다. 저녁을 바라보는 마음 한번 허정(虛靜)하다. 각오의 성깔이나 상한 마음의 기미 어디에도 없다. 가만히 눈과 귀로 따라 읽으시며 허정 청정한 마음자락 추스르시라. <이경철·문학평론가>

 

5시 좀 지나 일어나 취사장에 가니 출발 준비 하는 팀, 밥 먹는팀 등으로 부산하다.

우리도 어제 남은 선밥을 끓여 대충 때우고 짐 챙겨 6시 25분 출발.

추우니 옷을 두껍게 입으라는데 생각보다 추운 날씨는 아닌것 같다.

부지런한 사람들은 벌써 출발했고 이샘은 추위에 떨고 싶지 않다고 일출에 연연해 하지 않겠다고 한다.

연연한다고 볼 수 있는 일출이 아닌데, 장터목에서 1박 하는게 쉽지도 않은데....

 

제석봉 지나면서 어둠 속에서도 하양게 눈을 뒤집어쓴 나무들의 모습이 환상이다.

사진으로 남길 수 없는 아쉬움을 마음으로 담아 가는데 무릉도원의 모습이 이런 모습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아무튼 황홀해 하면서 천왕봉을 올라가니 힘이 덜 든다. 바람도 아주 추운 편은 아니다.

 

 

 

 

 

 

 

 

 

 

 

 

 

 

 

 

 

 

 

 

 

 

 

 

해뜨기 전 무사하 천황봉 도착.

진작 올라온 나무천사와 고회장은 작품활동 하느라 여념이 없다.

드디어 해가 뜬다.

해만 뜨는게 아니다. 반대편에는 운해까지 펼쳐진다. 거기다 상고대까지 어울어지니 천왕봉 올라온 중 가장 멋진 경치인것 같다.

사진 찍는 분들은 신바람이 나 어쩔 줄을 모른다.

아무리 찍어도 싫증나지 않고 마음에 흡족하지 않은것 같다. 다들 행복한 일출을 보았고 황홀한 운해를 보았다.

오직해야 천왕봉 놓고 가기 아깝다는 생각까지 들었을까....

그래도 갈 길은 가야겠지?

이샘, 황홀한 경치 탓인지 지리산 기를 받은 덕분인지 대원사 콜을 외친다. 아싸~

 

 

 

 

 

 

 

 

 

 

 

 

 

 

 

러셀이 안 되어 있을까 염려를 했는데 다행히 몇명이 먼저 대원사로 출발한것 같다.

다행이다 여기며 중봉을 향해 가는데 이쪽 경치는 그야말로 황홀지경.

인적은 없고 눈은 많고....

행복해 하면서 우리를 잡은 천왕봉을 자꾸만 되돌아보며 진행.

 

헌데 앞서서 가던 사람들이 다들 주춤거려 결국 여기서도 우리팀이 앞서서 가게 되었다.

다행히 길 흔적이 아주 없지는 않고 나무천사가 러셀에는 일가견이 있는지라 행복해 하면서 뛰쫓아 가기.

날은 화창하고 기온도 올라갔는지 덥기까지 하다.

일단은 속 잠바는 벗었고 고글 착용.

고회장은 대원사쪽은 처음 가보는 곳이라고 흐뭇해 한다.

이샘은 지리산 3번 만에 동계 화대종주를 하고 천왕봉 기막힌 일출을 보았으니 3대가 덕을 쌓은 정도가 아니라 양가가 덕을 쌓은것 같다 놀렸다.

고회장은 이름 자체에 덕이 들어가 이미 덕이 있다나 뭐라나? ㅎㅎ

 

 

 

 

 

 

 

 

 

 

 

 

 

 

 

 

 

써리봉까지는 비교적 빨리 도착한것 같다.

헌데 여기서도 치밭목은 꽤 멀다. 중간 길을 잘못 들어 치고 나오는데 허리까지 눈에 빠져 기어 나와야 했다.

치밭목 무사히 도착.

여자가 와서 눈을 치워주신다고 주인장 웃기신다. ㅎㅎ

치밭목에서만 먹을 수 있는 원두커피를 주문해 마셨고 간식 먹고 쉬었다 출발.

아랫동네는 눈이 아이젠 하기 지랄맞은 정도로 왔다고 봐 가면서 빼라 하신다. 스패치는 계속 하고 가는게 좋을거라 하신다.

 

 

 

 

 

 

치밭목에서도 유평까지는 정말이지 멀다.

날은 팍 풀려 잠바도 벗어 치우고 장갑도 얆은 것으로 바꾸었다. 그리고 눈이 자꾸 아이젠에 달라 붙는걸 보니 아이젠 뺄 때가 된것 같아 빼니 날아갈것 같다.

식수보호구역이라는 푯말이 나오고서도 아주 한참만에 유평 도착.

군데군데 비때문에 계곡이 많이 망가진 모습들이 가슴 아팠다.

하절기에는 무릉도원에서 밥 먹고 봉고차 타고 버스정류장까지 가면 되는데 동절기에는 영업을 하는 집이 거의 안 보인다.

 

 

 

대원사로 몇번 하산하긴 했지만 처음으로 주차장까지 걸어 내려가 보았다. 쉬지 않고 걸었더니 40분 걸렸다.

대원사 계곡도 정말이지 많이 망가지고 집 한채는 흙더미가 치고 지나가 아직도 복구가 안된 모습이었다.

표 파는 식당에서 김치찌개와 파전으로 늦은 점심과 하산주를 마셨다.

이곳에서 서울, 인천 가는 차표까지 예매해 주어 편리했다.

급하게 점심 먹고 3:30 차 타고 원지로 갔다. 40분 정도 걸린다. 중산리보다 조금 가까운것 같다.

원지에 가보니 그새 간이매표소를 근사하게 지어 놓아 화장실, 대합실까지 생겨 아주 좋았다.

 

서울 버스가 4:20. 인천 버스가 4;40.

휴게소 한번 쉬고 남부터미널 도착하니 8시 정도.

고회장님 집에 전화했더니 지리산 간 사람이 벌써 서울에 왔다고 놀랜다고... ㅎㅎ

나무천사는 집에 오자마자 술 약속 있다고 부랴부랴 나간다.

3일동안 지리의 품에 있어 행복했다.

여산이 함께 못해 많이 아쉽다. 빨리 건강해져 함께 했으면 하는 소망이 있다.

 

사진 한장 찍지 않고 모델 노릇만 하는 산행이었다.

저작권이 있다고 주장하는 나무천사 사진을 무단으로 가져다 썼다.

사진뿐 아니라 무거운 짐 다 져다 주니 동계 화대종주를 맘 먹을 수 있었다.

사진 찍는다고 앞으로 뒤로 내달리면서 나름 열심히 찍은 사진인지라 내 사진 보다는 확실히 좋다.

지리산 종주가 생일선물이라 주장이다.

지리를 선물로 받았으니 너무 큰 선물인가?

 

-고회장 사진 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