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급열차를 타고 가다가 - 신경림(1935~ )
이렇게 서둘러 달려갈 일이 무언가
환한 봄 햇살 꽃그늘 속의 설렘도 보지 못하고
날아가듯 달려가 내가 할 일이 무언가
예순에 더 몇 해를 보아온 같은 풍경과 말들
종착역에서도 그것들이 기다리겠지
들판이 내려다보이는 산역에서 차를 버리자
그리고 걷자 발이 부르틀 때까지
복사꽃 숲 나오면 들어가 낮잠도 자고
소매 잡는 이 있으면 하룻밤쯤 술로 지새면서
이르지 못한들 어떠랴 이르고자 한 곳에
풀씨들 날아가다 떨어져 몸을 묻은
산은 파랗고 강물은 저리 반짝이는데
특급열차로 바삐 달려본 사람들은 순식간에 목적지까지 다다르는 속도에 감동하게 될까. 날아가듯 달려가 어느새 종착역에 닿아버리는 특급인생이라면 누구라도 짙은 회한에 휩싸일 것이다. 그리하여 탄탄대로라 해도 끝이 훤한 도정에 서 있다면 발이 부르트도록 힘들게 걸어야 하는 오솔길의 인생으로 건너뛰고만 싶어진다. 목적지에 이르지 못하더라도 유장한 산천에 파묻힐 터이니. <김명인·시인>
산행일: 2012.2.19 (일)
코스개관: 감상굴재-대각산-도장봉-생화산-밀재-추월산-가인연수원 (9:40~17:50)
날씨: 화창한 겨울날. 기온도 산행하기 딱 좋음.
멤버: 당나귀 15명
제법 쌀쌀한 날이다. 날씨가 너무 푹한 지난번 산행처럼 아이젠에 눈이 달라붙지는 않을거라 생각했다.
농수산시장에서 처음 뵙는 분이 탔고 버스를 타니 young한 청춘이 앉아 있고 몇번 못 본 까멜이 있어 반가운건 좋은데 상큼이는 결석.
그래서 오늘도 15명이라고...
회원들끼리 짜고 교대로 빠지는것 처럼 15명을 넘기지 못한다. 20명만 채우면 좋겠다는 동안총무의 소박한 바람은 이루어질 날이 과연 있으려는지....
버스타면 안면 깔고 길게 누워 이불까지 덮고 일단 잤다. 이인 휴게소에서 아침 해결을 하고 가는 길 나무에 눈이 쌓여 있다. 상고대 같지는 않고 어제 내린 눈인것 같다. 오늘도 눈을 밟게 되나보다.....
아이젠까지 하고 인증샷 찍고 바로 올라치는 경사가 제법 빡세다. 그래도 생각보다는 빨리 첫 봉우리는 대각산에 도착해 사진을 찍었다.
선두는 그저 내 달려 사진 찍을 때 이외에는 만나기도 힘들다. 더구나기온이 낮아 눈이 안 녹을줄 알았는데 햇살이 따뜻해서인지 침엽수잎이 눈과 범벅이 되어 아이젠에 달라붙으니 하이힐 신고 산행 하는것 같이 아주 불편하다. 눈을 떼 내면서 걸으려니 안 그래도 늦은 발걸음에 바로 후미가 되어 총무님 호위를 받고 산행 하게 된다.
오늘 처음 참석한 최강동안 (최연소자에 소년가장)에게 산행 자주 하냐고 하니 매주 하는 눈치다. 지난주 어느 산에 다녀왔냐고 물으니 수락-불암을 다녀왔다고 한다. 오산종주는 했냐고 하니 해 본 적이 있다고...
허걱, 이 청춘도 장학생 영순위다.
모처럼 나온 까멜은 아무데나 디카 들이댄다.
야, 아무리 인물본위라도 경치 좀 봐 가면서 찍어, 뭐 볼게 있다고....
대각산 지나고 길 한번 건너고 나오는 대숲.
분명히 앞에서 작가님이 숨어있다 대숲에서 사진을 찍었을거야 했더니만 동영상에 보니 맞다.
우리도 아쉬운대로 총무님과 한장씩 사진을 찍고 앞서가던 까멜을 겨우 잡았나보다 했더니 사람들이 모여있다.
뭐지? 그야말로 아주 잘 생긴 느티나무가 서 있다. 후미 백성끼리 사진 한장 찍고 도장봉을 향해서...
오늘 들길을 많이 걷고 눈이 자꾸 달라붙어 큰오빠가 아이젠을 빼고 가셔서 나도 뺐다. 훨씬 낫다.
도장봉부터는 담양이라는 이정표가 있고 여기서부터 점심 먹을 밀재까지는 5k 도 더 남았다고...
제법 가파른 오르막 쉬지도 않고 부지런히 올라가니 선두가 쉬고 있다. 안 그래도 배가 고팠는데....
큰오빠가 준 오곡쿠키를 2개 먹었고 과일도 있는대로 부지런히 먹었는데도 허기가 없어지지 않는다.
밀재까지는 정말 멀다. 강사장님이 모시고 온 새신자가 초장에 내 달리시더니 조금 지치신것 같다.
우리의 동안총무, 기다렸다는 듯 큰 보온병을 꺼내더니 더덕꿀차로 원기 충전을 해 준다. 역시나....
건더기까지 함께 먹으니 제법 든든하다. 그래도 밀재 얼마 안 남은줄 알았다.
밀재 가기 전 생여봉 올라가는 길을 정말이지 까끄막에 눈도 제법 쌓여있어 아이젠 없으니 그야말로 설설 기면서 겨우겨우 올라갔다. 내심 내리막도 급경사면 어쩌나 걱정 해 가면서...
다행히 내리막은 급경사가 아니었고 길도 눈, 흙길이 교대로 나타나 무사히 밀재 도착할 수 있었다.
밀재에는 밥자리를 어찌나 넓게 잡았는지 이대장조차 오늘 시산제였냐 했다고... ㅎㅎ
밥터는 햇살 따뜻하고 바람도 불지 않고 아주 좋았다. 이곳에 오손도손 둘러앉아 밥을 먹는데 여인 넷이 최강동안 밥 안싸온걸 가슴아파해 와서 밥 먹으라고 성화를 하니 다른 남정네들 삐진다고 웃긴다. ㅎㅎ
오늘은 오후구간은 훨씬 짧다고 한다. 내심 다행이다 하면서 밀재에서 추월산 올라가는 길은 눈이 녹다 못해 군데군데는 뻘밭 수준이다. 사람이 많이 다니는 산이라 눈이 더 빨리 녹았나보다 했는데 웬걸? 정상에 가까워오니 빙판이다.
겨우겨우 정상에 올라가 사진 찍고 내려가는 길도 눈이 쌓여있어 아이젠을 다시 신었다.
예전 추월산에 한번 온적 있는데 명산 등산로와 정맥 등산로는 정상 부분만 겹친다. 산은 같은 산이지만 코스는 완전히 다르다.
정상에서 가인연수원 가는 방향은 사람들이 거의 안 다니는지 눈이 제법 깊게 쌓여 있다.
큰오빠 따라 부지런히 쫓아가는데 어찌나 빨리 내 달리는지 쫓아가기 힘들다. 후미 사람들은 사진 찍느라 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하긴 이 코스는 앞, 뒤, 좌우가 다 조망이 좋고 곳곳에 멋진 나무들이 즐비하다.
후미 백성은 그냥 눈으로만 찍고 부저런히 쫓아가기도 벅차다.
가야봉에서 사진 찍고 이젠 정말 내리막만 남은것 같다.
이쪽 하산길이 제법 험하다는 총무님. 그래도 간간히 난간과 밧줄을 해 놓았고 눈이 적당히 쌓여있어 길이 순해졌다 좋아했다.
드디어 가인연수원 하산지점이 나타났다. 헌데 길이 제법 가파르다. 그래도 눈이 쌓여있어 넘어져봐도 아프지 않을 정도라 다행이다 싶었다.
멀리 연수원도 보여 곧 하산할줄 알았는데 웬걸?
이때부터 나타나는 암릉과 밧줄과 얼음구간. 그것도 한번이 아니고 서너군데나 되어 막판 정말이지 식은땀 났다.
겨우겨우 연수원 주차장 도착하니 꼬박 8시간도 지났다. 무사히 하산한 것만 해도 정말이지 다행이다 싶다.
오늘 산행속도가 어찌나 빠른지 정말이지 쫓아오기 힘들었다.
연수원 바로 아래의 '늘~'이라는 식당.
되비지가 주 메뉴인 줄 알았는데 조촐한 한정식과 찻집을 겸하는 집이었다. 그래서인지 술이 거의 없다고....
새신자 최강동안은 술을 입에도 못 댄다고 하니 아주 많이 안타까워 하는 이대장.
체력과 산행실력이 아주 우수해 집만 가까우면 총무가 딱인데 하며 아쉬워하는 동안총무.
어느새 계산은 정임씨가 해버렸다고...
3주 연속 의왕삼총사가 저녁을 쐈다.
아주 잘 먹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아마도 눈 산행은 오늘이 마지막이지 싶다.
곧 산에는 복수초, 노루귀가 피어나겠지?
-이작가님, 까멜, 수리산, 산사랑님 사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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