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외.../2012 일기

2012 엄홍길과 함께 하는 청소년 산악체험 학교 (6/9~10)

산무수리 2012. 6. 12. 22:16

나의 가난은 - 천상병(1930~1992)

오늘 아침은 다소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한 잔 커피와 갑 속의 두둑한 담배,

해장을 하고도 버스 값이 남았다는 것,

오늘 아침을 다소 서럽다고 생각하는 것도

잔돈 몇 푼이 조금도 부족이 없어도

내일 아침 일도 걱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난은 내 직업이지만

비쳐오는 이 햇빛에 떳떳할 수 있는 것은

이 햇빛에도 예금통장은 없을 테니까.

나의 과거와 미래

사랑하는 내 아들 딸들아,

내 무덤가 무성한 풀잎으로 때론 와…

괴로웠음 그런대로 산 인생 여기 잠들다라고,

씽씽 바람 불어라.


지상에서 가장 무능한 삶을 살았던, 그리하여 순백한 영혼의 소유자를 수장으로 받드는 나라가 있다면, 천상병 시인은 마땅히 그 수장 중의 한 분일 것이다. 한평생 무엇도 주장하지 않고 주어진 가난을 다만 그대로 살다 간 무능을 우리는 비웃어야 할까. 가난이 삶의 보람일 수는 없지만 주어지는 가난은 피할 수도 없는 것. ‘잔돈 몇 푼’에 과부족의 기쁨을 느끼는 이 무능한 자족은 삶이 소유에만 있지 않다는 것을 새삼 일깨운다. 한 시인의 티 없음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김명인·시인>

 

6/9 (토)

 

작년 퇴촌야영장에서 하던 엄대장 등산교실을 올해에는 축령산에서 실시 한다고 한다.

아침 약수역에서 버스를 타고 도착하니 우리보다 더 늦은 팀이 있다.

예전 수련원 들어서기 전 다녀갈때와는 완전히 달라진 축령산. 산 분위기는 전혀 나지 않고 뒤 키 큰 잣나무가 그나마 산에 있다는 실감이 난다.

수련원 정, 후문을 길로 사용하는 주민들의 차와 사람이 드나드는지라 주차장 주변은 조금은 어수선하다.

 

 

 

 

 

 

 

 

 

 

 

 

 

 

 

 

 

 

 

 

 

 

 

 

 

 

 

원래는 입소식 후 점심을 먹어야 하는데 버스 한대가 너무 늦어져 결국 점심부터 먹기로...

우리들도 이세프가 찬 차가 늦은지라 덩달리 늦은 점심을 먹게 되었다.

점심 먹고 오후 코스 체험을 두팀으로 나누어 하기.

난 통나무 위 걷는 캣위키와 통나무에서 뛰어 공중그네 잡기 라는 고도감 상당한 코스를 구경하는데 보는것만 해도 멀미 나는데 학생들은 몇몇 빼고는 비교절 잘 한다. 고등학생이 많아 그런가 보다.

 

코스 끝날 즈음 주방에 들러 보조 노릇 하고 저녁 준비하기.

여긴 먼곳이라 손님이 적을줄 알았는데 작년보다 오히려 늘어난 게스트들.

어찌나 사람이 많은지 밥을 해도 해도 끝도 없고 반찬 해 대는 이세프는 부식 계획에 차질이 있는것 같다.

저녁 먹고 엄대장 강연을 듣는 시간인데 저녁이 늦어지니 시간이 전체적으로 다 늦어져 결국 강연 후 하기로 한 야간산행이 취소 되었다.

 

만나면 좋은 사람들이니 자연 말소리도 커지고 먹을건 부족해 지고 그 틈을 타 학생들도 대부분 잘 생각을 하지 않는다.

한국산악회 행사는 늘 우리들끼리만 해서 조촐하다 못해 쓸쓸했는데 연맹 행사는 언제나 잔치 분위기.

위원장 인맥 덕분인것 같은데 감당하기엔 벅잘 정도인것 같다.

언제 끝날지도 모르겠고 마침 환자가 날 찾아와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다 배가 아파 몇번 화장실을 들락거리느라 잠을 설쳤다.

 

6/10 (일)

 

 

 

 

 

 

 

 

 

 

 

 

 

 

 

 

 

 

 

 

 

5시 일어나 화장실 다녀오니 이샘이 홀로 앉아 있다. 어제밤 나온 설것이가 한가득이다. 둘이 설겆이를 했다.

설겆이를 마치고 나니 설겆이 하러 나오셨다고 의료분과위원장이 나오신다. 함께 평상 걸레질을 하고 주변 정리를 했다.

문제는 이 많은 인원을 뭐 해서 먹이려는지. 어제 오늘 아침 국거리까지 다 먹어 치운것 같은데...

그래도 쌀은 남아 있어 밥 한솥 안쳤다.

세프가 일어나 국 양 키우기.

오전 모험놀이는 어제와 반대로 하는데 어제보다 더 쉬운 코스라 쉽게 2가지 체험을 마치고 와 보니 이른 점심으로 떡국을 한바탕 끓여 먹은것 같다.

 

학생들은 점심으로 간단히 먹을 수 있는 알파미 비빔밥을 나누어주고 엄대장 사인회를 실시하는데 대장님께서 뒤늦게 샤워 하신다고 또 시간이 지체.

결국 1시 예정인 폐회가 3시도 넘어 겨우 끝났다.

학생 태우러 온 버스 기사들은 점심도 못 먹었다고 아우성이다.

수료식 마치고 어제 밤 내려온 정샘 차를 타고 나가기로 했다. 남은 스탭들 냉면 먹고 간다고 함께 가자고 해 입구의 막국수집에서 늦은 점심을 먹고 밀리는 길 따라 정샘이 도농역에 내려주어 6시 전 무사 귀가.

제목은 산악체험인데 막상 산행도, 암벽도, 독도도 한게 없다.

텐트도 이미 쳐 있는지라 캠핑 체험도 밥 해 먹는것 외에는 할 게 없다.

중1~고3까지 학년도 수준도 너무 다향한데 코스가 너무 단조롭다.

이 좋은 측령산에 와 산행 한번 못하고 가는것도 많이 아쉬웠다.

청소년 위원 거의 모두가 참석 한것 같은데 다같이 기념촬영 못한것도 아쉽고 밀레 협찬에다 위원장이 개별적으로 내놓는 상품이 너무 많은것도 오히려 상품의 희소성을 감소시켜 교육 효과가 떨어지는 것도 아쉽다.

위원장과 총무님이 몇달 전부터 고생하고 섭외 해 치룬 대회인지라 할 말은 없지만 그래도 이왕 고생한거 보람까지 느낄 수 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유달리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