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차(無等茶)’-김현승(1913~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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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보다
차 끓이기 좋은 시절…
갈가마귀 울음에
산들 여위어 가고,
씀바귀 마른 잎에
바람이 지나는,
남쪽 11월의 긴 긴 밤을,
차 끓이며
끓이며
외로움도 향기인양 마음에 젖는다.
11월 끄트머리는 마른 잎 바람 스치는 소리에도 마음 졸아드는데. 씀바귀 마른 잎 지나온 바람은 얼마나 쓰디쓸까. 외로움 정갈하게 우려낸 씁쓰레한 향내일까. 호가 다형(茶兄)인 시인의 생전 사진도 차 마시는 모습 그윽한데. 11월의 긴긴 밤같이 무등산 긴 능선 떠올리며 외로움 삐죽삐죽 삐쳐나려는 마음 무등등 무등등 차 한 잔으로 가라앉히고 싶어라. <이경철·문학평론가>
7.30 (화) 맑음. 바람도 인색함 (연가리골-갈전곡봉-구룡령)
아침 일어나니 진환이 조는 밥 할 생각도 안하고 앉아 있다. 물어보니 오늘 밥 당번인 연우가 주, 부식은 물로 자기 밥그릇까지 몽땅 구룡령으로 보내 먹을게 없다고...
헐, 우리 남은 쌀, 다른 조 남은 반찬 등을 조달해 겨우 아침을 때운 4조. 연우는 그동안 코펠 뚜껑에다 밥을 먹었다고...
아침 먹고 짐 싸고 주변 쓰레기 줍고 아침 체조하고 8:30 출발.
출발 전 물을 점검했는데 어제 물 고생을 했는데도 오늘 물을 많이 안 챙기는 학생들. 후회 할텐데....
오늘 산행은 갈전곡봉을 넘어야 하므로 조금 힘드는데 설상가상으로 바람이 잘 불지 않는 날씨.
구룡령에서 조침령으로 내려갈 때는 잘 몰랐는데 이 길을 반대로 치고 올라가니 훨씬 힘이 든다. 오늘 후미 조는 주희, 연우, 진환, 유진. 그리고 산행 전 발을 다쳤던 남학생 몇 명이 후미에 쳐져서 온다.
후미그룹 진환이 왈, 선두는 충분히 쉴 수 있고 중간은 자기가 쉬고 싶은 만큼 쉴 수 있고 후미는 천천히 산행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나름 후미철학을 펼친다.
강사들도 오늘 점심은 라면인지라 어제보다 물이 더 필요하다. 그래서 더 챙겼는데도 불안하다.
갈전곡봉 가기 전 넓은 평지가 나와 후미도 기다릴 겸 점심 먹기. 대부분 학생들도 점심 메뉴가 라면인데도 물이 부족해 대부분 생라면이다. 우리들은 장이사와 주희 올때까지 기다리느라 점심이 늦어졌다. 그 새 류선생은 곰취를 잔뜩 뜯어왔다.
점심 먹고 출발하려는데 한 청춘이 지나간다. 1달 전 지리산에서 출발해 홀로 대간을 하는 중이라는데 집 나온지 오래된 것 치고는 너무 깨끗하다고 하니 마을을 만나면 쉬고 옷도 빨아 입고 부식도 보급해서 그렇다고... 서로 안부 전하고 출발.
드디어 갈전곡봉. 갈전곡봉만 오면 다 온 줄 알았다. 헌데 여기서도 구룡령은 생각보다 멀었고 계속 나타나는 기나긴 오르막은 정말이지 지친다. 학생들은 거의 다 물이 떨어졌는데 갈 길은 아직 멀기만 하다.
학생들에게 간식은 나누어 줄 수 있지만 물은 나누어 먹을게 없는게 문제.
구룡령 가기 전 샘이 있지만 막상 내려가보니 생각보다 멀어 선두조는 포기하고 구룡령으로 가서 1조 조장인 최선욱와 류선생이 물을 떠 가지고 올라오고 샘에는 장동욱 이사님만 내려가 물 한병 떠 물 부족한 학생들 허기를 면하게 했다고 한다.
난 그나마 나누어줄 물은 없지만 내가 먹을 물은 있어 겨우겨우 구룡령까지 가는데 정말이지 힘들었다. 선두가 하도 안 오니 홍선생 전화가 왔다. 아직 멀었냐고...
헌데 선두가 바로 보인다고 전화를 끊었다. 이 전화 받고도 거의 20여분 지나서 구룡령 내려서는 계단을 만났는데 이 계단도 급경사고 정말이지 힘 빠져 겨우 내려왔다.
길로 내려서니 차 몇 대가 보인다. 알고 보니 유진이와 진주 부모님이 대간 졸업 축하한다고 속초에서 닭강정 10박스에 콜라 10병을 사가지고 오셨다고... 강정집이 소문난 맛집이라 뒷사람 눈치 보며 1시간이나 걸려 사오셨다고...
구룡령 탐방센터에 도착해보니 수박과 시원한 음료수를 사다 놓고 기다리고 있다. 갈증 나던 차 먹는 수박 맛은 정말이지 일품이었다. 학생들도 소감문을 보니 이날 먹은 음료수와 수박이 제일 맛있었다고 한다.
오늘도 후미는 주희에 지친 진환이, 무릎 아픈 유진이.
장경순 이사는 자기 배낭 내려놓고 다시 가 진환이, 유진이 배낭을 지고 내려왔다. 주희 한명 데리고 오는 것도 많이 힘들 텐데...
두 장 이사님께서 이번 대간의 후미를 든든하게 지켜주셔서 오늘 산행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오늘 학생들은 산행도 길고 점심은 부실하고 간식, 물은 부족했던지라 저녁을 많이들 해서 배부르게 먹었다고.
구룡령 탐방센터는 샤워장도 있고 화장실도 있다. 그동안 잠 잔 곳에 비하면 오늘은 호텔이다. 남학생들은 넓은 강당에서 자기로 했고 여학생은 관리인 방을 빌려주셔서 방에 재우고 강사들은 홀에서 자기로 했다.
오늘 박태성 선생님이 양양으로 내려와 홍선생이 태워가지고 와 합류했다. 그제 퇴원해 내일 설악산 산행이라도 함께 한다고....
김태웅 선생님은 속초 병원 응급실까지 가셔서 주사 맞고 약 지어 드셨는데 집에 가는 차 안에서는 물론 그 이후 며칠 동안 내내 잠만 주무셨다고......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5회나 참석한 유진, 진주 등은 그동안 전국 지회를 따라 대간에 참석했다고 한다. 이번에도 어딜 갈까 고민하다 본회 청소년위원회 진행이 괜찮고 행선지가 구룡령이니 높지 않을거라고 쉬운 코스인줄 알고 이쪽으로 신청했다고....
그 덕(!)에 연우, 지환, 진주 등이 구룡령 구간으로 오게 되었다고...
학생들은 저녁 먹고 간식으로 닭강정에 콜라까지 받고 지붕 있는 집에서 자니 행복해 한다.
내일 설악산 산행이 남아 있지만 배낭이 무겁지 않으니 크게 어렵지 않을거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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