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露宿)’-김사인(1955~ )
헌 신문지 같은 옷가지들 벗기고
눅눅한 요 위에 너를 날 것으로 뉘고 내려다본다
생기 잃고 옹이진 손과 발이며
가는 팔다리 갈비뼈 자리들이 지쳐 보이는구나
미안하다
너를 부려 먹이를 얻고
여자를 안아 집을 이루었으나
남은 것은 진땀과 악몽의 길뿐이다
또다시 낯선 땅 후미진 구석에
순한 너를 뉘였으니
어찌하랴
좋은 날도 아주 없지는 않았다만
네 노고의 헐한 삯마저 치를 길 아득하다
차라리 이대로 너를 재워둔 채
가만히 떠날까도 싶어 네게 묻는다
어떤가 몸이여
마음이 몸 부리는 줄 알았는데, 아니 몸이 마음 부리는 줄 알았는데, 아니 마음과 몸 하나인 줄 알았는데. 그건 생의 좋은 날 호사스러운 생각이었나 보다. 낯선 땅 후미진 구석 헌 신문지 같은 비참의 절정, 한세월 버텨온 영육(靈肉)의 이 한갓진 독백 듣고 있노라면. <이경철·문학평론가>
7.29 (일) 맑음 (단목령-북암령-조침령)
아침 일찍 일어나 넷이 점봉산 다녀오기.
날이 흐려 아무것도 못보고 생각보다 거리가 멀어 정말이지 죽어라 올라갔다 늦을까봐 조바심 치며내려왔다.
내려와 보니 조별로 취사하고 식사가 거의 끝난 상태. 오늘 조침령까지 구간이 10K 정도. 텐트를 주차장 있는 곳까지 들어다 놓으면 차로 이동해 준다니 조장들이 일찍 텐트를 챙겨 차에 가져다 놓았다. 지고 산을 넘는 것 보다는 내려다 놓는게 훨씬 수월하겠지...
오늘 나온 쓰레기를 두 보따리 (학생들 정말이지 쓰레기 너무 많이 버린다) 홍선생이 지고 내려가고 나머지 강사 5명은 학생들과 준비 운동 후 8:30 산행 시작.
류문형 선생님이 선두에 서서 1조부터 순서대로 진행. 헌데 얼마 안 가 4조의 홍연우가 처지기 시작. 큰 페트병을 배낭에 꼽고 가는데 아무래도 힘겨워 보인다. 보다 못해 물병을 빼 줬다. 스틱도 하나 빌려줬다.
신승희 선생님이 앞서 가 4조 조장을 보냈나 보다. 진환이가 배낭을 받으러 왔다. 쉬면서 짐을 조금 덜어주고 스틱을 들고 와 쓰지 않는 학생이 있어 이 스틱을 빌려 주었다.
아버지와 산에 많이 다녔다는 연우. 작년엔 경기지부 팀을 따라 대간을 했는데 그때는 짐도 무겁지 않고 도시락도 싸 줬어도 자발적으로 참여한 건 아니라고...
그나마 오늘은 바람이 잘 불어주고 강원도의 서늘한 날씨 덕분에 크게 덥지는 않아도 제대로 된 산행 첫날이라 학생들은 힘들어 하는데도 선두 학생들은 너무나 잘 쫓아온다고...
북암령에서 점심메뉴인 라면을 조별로 끓여 먹기. 그리고 출발.
오전 산행이 힘들었는지 학생들 짐 버리기 시작. 그덕에 참치캔도 생기고 멸치볶음도 준다는 학생들.
이번 대간 참석 학생 중 제일 어린 중1 신원호. 체격도 작은데 생각보다 아주 잘 걷는다.
헌데 오전에 잘 가던 주희가 갑자기 제일 후미로 남았다. 연우는 안 보이는데....
주희는 힘이 빠진 것은 아닌 것 같고 가기 싫어 꾀를 부리는 것 같다. 어저께 까지만 해도 과묵하던 주희가 오늘은 말문이 터졌는지 계속 불평이고 안 간다고 버틴다.
제일 후미에서 가니 선두가 출발할 즈음에 겨우 도착하는 일이 반복된다. 보다 못한 장동욱 선생님이 되돌아 와 배낭을 조금 져 주신다.
주희는 계속 선풍기가 있었으면 좋겠다, 산에 에스컬레이터를 놔야 한다고 부르짖는다.
오늘 코스는 길지 않은데 앞에서 잘 가던 고2 여학생 유진이가 다리가 쥐가 나 쩔쩔맨다. 사혈 해 주고 천천히 진행하도록 하니 주희와 연우는 앞서서 가더니 결국 유진이한테 도로 잡혔다.
연우도 앞에 가 버리고 주희와 둘이 가는데 서울에서 오늘 내려오신 김태웅, 황병도 선생님이 마중을 나오셨다.
조침령은 나올 듯 나올 듯 나오지 않는다. 주희를 두 분 선생님께 맡기고 먼저 가려니 못가게 주희가 당기는데 힘이 어찌나 센지 넘어졌다. 기운이 없는 것 보다는 걷기 싫고 다리가 아파서 걸음이 늦는 것 같다.
조침령 도착하니 다른 조는 벌써 조별 사진을 다 찍고 주희가 속한 1조만 못 찍고 있었다.
두 선생님이 아이스크림을 사 와 하나씩 나누어주어 다들 행복해 한다.
조침령은 임도로 평평하고 넓고 쾌적하다. 단점은 물이 가까이 없다는 것.
남학생들은 걸어서 씻으러 내려갔고 여학생들은 홍선생 차를 타고 씻고 왔다.
물은 김태웅 선생님이 마실 물을 사오셨고 취사에 쓸 물은 홍선생이 비닐을 사서 종이 박스에 씌워 계곡 물을 퍼왔다고 한다.
항상 대간 할 때는 장경순 이사님이 한우를 사 가지고 오시는데 올해는 6명인데 7근이나 사와 어제 먹다 먹다 남겼다. 학생들도 삼겹살이 많이 남아 남은 고기를 홍선생이 얼음을 사서 채워놓아 오늘도 남은 한우 먹기. 번개탄을 피워 숯불구이를 하고 그 숯불에 꽁치까지 구어 주는 서비스를 하는 홍선생 덕분에 산에서 한우에 생선까지 먹는 호강을 했다.
학생들은 한쪽에 가지런히 텐트를 쳤고 우리들은 조침령 표지석 옆에 자리를 폈고 김태웅 선생님과 장동욱 이사님은 예전 조침령 표지석에 잠자리를 만드셨다고....
저녁 식사 후 수박 한통을 나누어 먹는데 학생들이 생각보다 많이 먹지 않아 먹다먹다 남겼다.
저녁 식사 후 학생들은 지구과학 전공자이신 김태웅 선생님 따라 별자리 관측하기. 오늘 따라 날이 어찌나 좋은지 하늘에는 별이 쏟아진다. 누워있으면 바람이 불며 구름이 흘러가며 별이 반짝이고 둥그런 보름달까지 점점 시야에 들어온다.
서울에서는 더워 잠자기 힘들었는데 여기 너무 시원하다고 좋아하는 황병도 선생님. 집에 가기 싫다고...
밤에 자기 텐트 이탈한 학생, 담배 소지하다 걸린 학생들 지도하고 취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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