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대’-이태극(1913∼2003)
하이얀 갈대들이
날개 젓는 언덕으로
바래진 나날들이
갈기갈기 찢기운다
어허남 요령도 아련히
푸른 하늘 높푸른데……
칡넝쿨 얼기설기
휘돌아 산다는 길
가마귀 석양을 넘듯
넘어나 가 봤으면
그 훗날 저 꽃 증언(證言) 삼아
다시 여기 서나 보게.
11월은 높푸른 하늘 아래 키 큰 갈대들 천지. 온몸 흔들어 추억들 불러 모으기도 하고 갈기갈기 찢기도 하고. 흔들리는 갈대꽃 한참 들여다보면 소리도 새어 나오는 듯. ‘어허넘 어허넘 어이가리 넘차 너화넘’ 요령 소리 따라 땅에서 하늘 오르는 하얀 꽃상여 소리 보이는 듯. 시조 이론도 정립하고 시조 전문지도 창간하고 단아한 창작으로 시조 짓기의 모범도 보이면서 해방 후 시조 중흥에 앞장선 월하(月河) 선생 구름에 달 가는 행보(行步)의 시조 두 수. <이경철·문학평론가>
8.1 (수) 맑음 (구룡령-오색-대청봉-희운각-설악동-구룡령)
오늘 산행을 많이 힘들어 하는 학생들은 설악동에서 시작할까도 생각했다. 오늘 산행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소문이 났나 보다. 안 간다는 학생들이 너무 많다.
내일 올라갈 버스를 하루 더 쓰기로 해서 서울에서 버스가 내려왔다. 버스 타고 오색으로 이동. 물은 산에서 뜰 수 있다고 해 대부분 빈 물통이다. 점심으로 김밥을 맞추려고 했으나 더운 여름이라 싸 준다는 식당이 없어 김밥 대신 빵을 2개씩 사고 우리가 없는 새 산악회에서 맡긴 자두와 바나나를 나누어 주었다.
9시 산행 시작.
등산로 초입에 물이 없어 걱정했는데 올라가다 보니 계곡을 만나 물을 뜰 수 있었다. 오늘 날씨는 어찌나 더운지 정말이지 올라가는데 죽을 것 같다. 학생이 문제가 아니라 이러다간 내가 환자가 될 것 같다 처지면 안 될 것 같아 남보다 덜 쉬고 한 발짝 먼저 출발.
오늘도 후미는 주희가 담당. 연우보고 후미에서 주희랑 함께 오라 했는데도 연우는 강단이 있는지 고집이 센 건지 선두를 죽어라 쫓아 올라 간다.
그래도 조금 올라가니 시야도 트이고 바람이 불어주기 시작해 처음 팍팍한 돌계단 길보다는 수월하다.
6조 조장 용희는 양쪽 발목이 다 안 좋다고 한다. 그래서 코반 밴드, 압박 붕대 등으로 견인 해 주었다.
정상도 가기 전 점심이 되 빵과 과일로 점심 해결하기. 오늘 저녁은 자장면 먹을 예정.
대청봉 정상에 도착하니 경치가 아주 그냥 죽여준다. 오색 길이 계단길이고 경사가 급해 나쁜줄만 알았는데 이렇게 짧게 정상을 만날 수 있는 즐거움.
학생들도 막상 정상에 올라오니 경치가 꽤 마음에 드는 것 같다. 이런 저런 사진을 찍는데 마다하는 학생이 없다.
정상 사진 찍고 한발 앞서 중청으로 내려오는 길에 핀 바람꽃과 금강초롱. 다른 곳에서는 만나기 어려운 두 꽃을 한꺼번에 보니 설악에 온 걸 실감하게 된다.
중청 대피소에는 조병옥 이사님이 평상에 앉아 계신다. 대구쪽 대간 팀과 마지막날 역시나 한계령에서 설악에 올라오는데 하도 느려 먼저 올라오셔서 1시간 넘게 기다리려니 추워 양지에 앉아 계신다고... 우리가 싸 가지고 온 닭강정을 나누어 드렸다.
닭강정은 넉넉해 학생들도 한, 두점 나누어 주었다.
헌데 박태성 선생님이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다리에 쥐가 난다고...
내가 뛰어 올라가 처치 해야 하지만 나도 하산할 길이 겁 나 홍석원 선생님에게 사혈침을 주고 올라가 사혈해 달라고 했다. 조금 나아져 겨우 중청에 내려오긴 했는데 컨디션이 좋아 보이지 않는다. 퇴원 후 바로 설악으로 온게 무리가 된 것 같다.
주희는 걸음이 느려 사실 대청봉에서 오색으로 다시 내려가기로 했었다. 헌데 생각보다 빨리 올라와 함께 설악동으로 내려간다고....
소청 내려서는 길에서 대구 팀과 만나 인사하고 소청에 오니 선두는 내려가 버렸는데 박선생이 못 내려온다. 쥐가 완전히 풀리지 않은 것 같다. 쥐가 날 때 아스피린을 먹는게 좋다는 생각이 갑자기 난다. 기다렸다 약 주고 간다고 하니 신선생이 자기가 기다렸다 준다고 약을 주고 내려가라고 한다.
나나 잘 가야 겠기에 먼저 하산하는데 학생 한명이 등산화 끈이 끊어졌다고 한다. 장경순 이사님이 응급처치 해 주었다. 주희는 힘은 들면서도 입은 살아있다. 느려서 그렇지 내려가는건 무리가 없을 것 같다.
희운각 거의 다 갈 즈음 한 사람이 설악산 지리를 잘 아냐고 한다. 뭔가 어려운걸 물어보면 어쩌나 했더니 대청 갔다 봉정암 갈림길을 놓친 것 같다. 이 시간에 되집어 올라가 봉정암에서 백담사로 하산해도 셔틀버스가 끊어질 시간이다. 웬만하면 설악동으로 하산해 택시 타고 차량 회수하는게 좋을 것 같다고 조언.
희운각에서 쉬고 물 부족한 학생은 희운각 마당의 수도꼭지에서 물 뜨고 (희운각 앞 계곡의 물은 거의 말라 있었다) 박선생은 약 먹고 쥐가 풀려 큰 무리 없이 내려왔다.
헌데 아주 잘 걷던 원호가 절룩거리고 있다. 물어보니 무릎이 아프다고 한다. 무릎 보호대와 스틱을 하라고 했는데도 자꾸 안 한다고 사양한다. 원호보다 형들도 힘들다며 강사들에게 스틱 빌려달라고 하는데 이 학생은 정말이지 너무 기특하다.
억지로 무릎보호대와 스틱을 한 짝 빌려주었다. 헌데 신선생도 자기 무릎보호대를 연우에게 빌려 주었는데 무릎을 아파한다. 남은 한 짝은 신선생에게 빌려주었다.
이 코스가 이렇게 긴줄 정말이지 오늘에서야 알았다. 양폭은 불이 나 철거 된 상태였다. 오늘 날씨는 가스가 많이 끼여 하산길 조망은 썩 좋지는 않다. 힘들어서인지 폭포도 덜 멋져 보인다. 학생들도 힘들어 하는 학생들이 많다.
귀면암 지나 계곡에서 잠시 물놀이를 하며 후미를 기다리는데 원호가 뛰듯이 내려온다. 이젠 다리 아프지 않다면서 스틱과 보호대를 풀러놓는다. 참 어린 학생이 대단하다.
걸음이 느린지라 먼저 출발. 이젠 정말이지 비선대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희망, 그리고 내려가면 저녁 하지 않아도 되고 자장면을 먹을 수 있다는 희망으로 학생들도 부지런히 따라 내려온다.
비선대 통과하고 와선대 지나고 신흥사 지나 드디어 설악동에 도착하니 선두가 기다리고 있다. 주희 빼 놓고 늦어도 다 도착해 버스 타고 중국집으로 이동.
우리가 다 먹을 즈음 장이사와 주희가 택시 타고 도착해 자장면 먹기.
주희가 하도 안 내려와 비선대에서 막걸리 한잔 먹고 있으려니 사람들 기다리는데 이렇게 앉아 있으면 어떻하냐고 주희가 빨리 내려가자 재촉했다고. 그러면서 설악동에서 기다리지 않고 다 가버렸다고 배신했다고 서운해 했다고.
처음 오색 출발할 때는 주희 끝까지 못 올 줄 알았는데 당일 설악산을 넘었다는 사실이 참 대단다고 대견하다.
시간이 맞이 늦어져 구룡령 도착하니 여긴 그새 두타청옥 구간 학생들이 2층은 접수한 상태. 이 구간 학생 중 몇몇은 작년 우리들과 함께 했던 낯익은 얼굴들. 여긴 고등학생이 거의 없고 대부분 중학생이고 강사들도 아주 젊은 청춘들이라 학생들 텐트 져 주느라 강사들이 많이 고생 했다고.... 이 팀은 내일 아침 일찍 철수 한다고 한다. 연일 산행이 힘들고 산행도 늦게 끝난지라 마지막 날인데도 학생들이 피곤해 비교적 일찍 잤다.
8.2 (목) 아침 한때 비 (구룡령-산악회)
아침 일찍 두타청옥 팀은 떠나고 우리들은 짐 정리하고 청소하기.
학생들이 버린 주, 부식이 많아 우리들은 부식이 오히려 늘어났다.
방은 물론 막힌 화장실까지 뚫는 홍선생. 여학생들도 여자 화장실 청소를 시켜보니 생각보다 청소를 잘 해 놀랐다.
아침에 출근한 관리인이 우리 같으면 얼마든지 환영 한다고...
관리인 아침 특강 20여분 하고 산림청장상 전수 차 운두령 경영 팀장께서 내방해 상장 전수.
학생들 수료증 나누어주고 소감문, 설문지 등을 이곳에서 작성하고 산악회에서는 바로 해산 시키기로 하고 출발.
구룡령은 비가 내렸는데 아래 동네는 화창하기만 하다.
차는 많이 막히지 않아 가평 휴게소에서 점심. 장동욱 이사님이 쏘셨다.
2시 경 산악회 도착.
봉사활동, 체험활동 확인서 나누어 주고 해산.
이번 산행에 여학생이 5명이나 되었는데 그중 고등학생이 3명이나 되니 이 정도면 여학생 조를 따로 편성하는 것도 좋을 뻔 했다.
학생들은 물론 강사들도 노후화 해 올해는 유난히 힘들었다. 내년부터는 젊은 피를 수혈 받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힘든 코스를 무사히 따라와 준 학생들에게 우선 고맙고, 큰 부상 없이 산행을 마쳐 기쁘고, 함께 수고해준 강사 선생님은 물론 서울에서 위문 공연 오신 선생님들 덕분에 올해 대간 행사도 무사히 끝났다. 이 자리를 빌어 감사를 표한다.
-류샘 사진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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