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12 산행일기

제천 패키지 산행 (신선봉, 9/7~9)

산무수리 2012. 9. 11. 22:35

분꽃이 피면/이문구(1941~2003)

우물가에 핀

분꽃을 보고

꼬부랑 할매

저녁 차비 하시네.

눈이 어두워

시계는 못 봐도

분꽃이 피면

해거름녘

쌀뜨물을 받아서

분꽃을 주시네.


이문구 하면 소설가로만 알고 있기 십상이지만 좋은 동시를 참 많이 썼다. 재주 없는 나 같은 사람은 되바라지게, 소설만 잘 쓰면 됐지 왜 동시까지 잘 쓰고 그래 하는 심정으로 은근한 질투심을 일으키기도 한다. 이렇게 정갈하게, 사람의 온기를 느끼게 할 수 있는가. 얼마 전, 벌초를 하러 고향에 들렀는데 가장 젊다는 형님이 이미 환갑을 훌쩍 넘겼다. 이만한 심성을 가진 분들이, 이만한 심성을 노래할 만한 분들이 없다는 것이 참으로 적막하다. 오늘, 분꽃을 보러 갈 만한, 분꽃을 보고 옛사람들의 삶을 떠올려 볼 만한 여유는 없기 십상이지만, 가만히 이 시 한 편을 느껴볼 일이다. 사람살이의 겸허를 느껴볼 일이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그것을 기대하기 전에, 누구에겐가 이만한 사람의 냄새를 느끼게 한 적이 있는지 되짚어 볼 일이다. 어쩌다 마주치게 되는, 서산에 붉게 떨어지는 해라도 멈춰 서서 오래 바라볼 일이다. [장철문·시인·순천대 교수]

 

 

9/7 (금)

 

원래 시작은 아직 제천ES 리조트를 못 와 본 이감탄을 위해 시작.

콘도도 예쁘니 가족들과 함께 오라 했는데 공주님들 시험이 임박해 말 난 김에 철사모에게 같이 가자 했지만 다들 공사 다망하다고 해 우리끼리 나서기로 했다.

남의편은 2박은 안 간다고 우기는데 잔말말고 함께 가자고 해 2박 예약.

헌데 주말 비소식이다. 취소해도 할수없다 싶었는데 다들 말이 없어 퇴근 후 평촌에서 만나 6시 출발.

집에 오는 길에 삼겹살, 해장국도 샀다.

차는 생각보다 막히지 않아 8시 조금 넘어 콘도 도착. 청풍이 빨리 왔다고 놀란다.

 

청풍 오기 전 부지런히 밥 하고 된장찌개 막 끓이니 도착.

대개는 30평을 빌렸는데 이번엔 멤버도 줄고 콘도 요금도 오른데다 주말 할증까지 생겼다고 해 20평대로 빌렸다.

작은 평수는 고성 부근이라 조망은 큰 평수보다 좋았다.

아무튼 밥 먹고 놀다 청풍 12시 귀가하고 우린 내일 날씨 봐 가면서 산행을 하던 놀던 결정하기로 했다.

 

9/8 (토)

 

맨날 저녁에는 천천히 출발하자고 하면서 막상 아침이면 제일 먼저 일어나 설치는 넘의 편.

방에서 잔 이감탄과 여산은 늦게까지 이야기 하느라 제대로 자지도 못한것 같은데....

어제 남은 밥은 퍼내고 새로 밥 하고 해장국 데워 아침 먹는데 이감탄이 해장국이 별로라고 남은 된장찌개를 먹는다.

밥 먹고 나서서 출발한 시간이 8:40. 우리 숙소 바로 위로 콘도 산책로 따라 가다보면 산길과 연결되는 편리한 곳.

 

코스개관: 이에스리조트-조가리봉-정방사 갈림길-미인봉-신선봉-갑오고개 (6시간반 정도)

날씨: 한 두차례 비가 내리다 그쳐주어 조망 좋은 곳에서는 시계가 나쁘지 않아 신선봉 산신령은 마음이 후덕하시다 했다.

 

 

 

 

 

 

 

 

 

 

 

 

 

 

 

 

 

 

 

 

 

 

 

 

 

 

 

 

 

 

 

오늘 가는 코스가 금수산 산악마라톤 코스.

남의편은 여러번 이 코스를 뛰었고 나도 15K 한번, 하프 2번을 뛴 코스다.

이 멋진 코스를 제대로 감상도 못하고 시간에 쫓겨 쉬지도 못화고 걸어 아쉬움이 참 많아 등산으로 제대로 한번 와 보고 싶었다.

제천쪽을 일찌감치 다녀 웬만한 곳은 여러본 와 본 여산도 이 코스는 초행이라 하고 이감탄은 이쪽 관광모드로만 와 봤지 산행은 처음이라고...

다들 나름 의미있는 산행인것 같다.

점심을 도시락도 없고 쌀 만한 반찬도 없어 삶은계란, 빵, 떡으로 요기하기로 했다. 내심 코스가 길지 않을거라 생각하면서...

 

명상의집을 거치 조가리봉 가는 길 조망터마다 찍사들은 사진 찍느라 지체되었지만 생각보다 빠르게 조가리봉 도착.

조기라봉 지나서부터 코스가 험해져 가는데 도대체 이 코스를 내가 어찌 쉬지도 않고 걸었나 새삼 신기하기만 하다.

더구나 미인봉까지의 거리는 왜 그리 멀었는지...

이건 나뿐만 아니라 남의편도 마친가지 인것 같다. 오늘 배낭도 안 지고 오고 지 카메라도 안 들고 와 내 디카 뺏어 사진 찍으면서도 새삼 놀란다.

그래도 2009년 마지막 뛸 때와는 달리 밧줄 구간 대부분에는 계단을 만들어 놓아 난이도가 좀 줄긴 했지만 거리는 정말이지 멀었다.

 

기암괴석, 고사목, 테라스같은 암반은 정말이지 일품이다.

미인봉까지는 어찌어찌 갔는데 미인봉에서 신선봉까지는 정말이지 힘들었다.

신선봉 지나서는 본격적으로 비가 내리는데 다행인건 이곳은 암릉이 별로 없다는것.

곧 하산길이 나올줄 알았는데 몇번의 오르내림이 나오는걸 본 여산이 질려 한다.

컨디션 회복이 안전히 안된것 맞다.

갑오고개에서 길을 만나니 어찌나 기쁘던지...

남의 편은 이 코스를 신선봉에서 콘도까지 백해서 가자는 말도 안되는 소리를 했었다.

 

 

 

 

 

 

 

문제는 콘도까지 가는 것. 조금 걸어내려가니 마을이 나오긴 하는데 버스도 없고 개인택시 전화해 보니 수산면에서 택시가 오는데 오는 거리는 멀고 태워주는 거리는 너무 짧다고 오고 싶어 하질 않는다.

할 수 없이 일단 가게가 나오는곳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그나마 길은 내리막인데 여기도 둘레길인지 '자드락길' 이라는 리본이 달려있다. 길은 인도가 따로 없는 곳인데...

전날 밤새 비가 많이 내렸는데 하산길 없던 게곡이 생겼었는데 그래서인지 전엔 차로 다녀서인지 계곡 있는 줄도 몰랐던 곳곳이 계곡이다.

그래서인지 유원지같이 주차장도 있고 치킨 배달 한다는 현수막도 있다.

학현마을 주민들이 운영한다는 팬션에서 차 섭외하던 중 성묘 온 고향방문단 주민이 흔쾌히 콘도까지 태워다 주셨다. 기름값도 받지 않으신다.

덕분에 편안하게 콘도까지 왔다.

 

원래 계획은 제천 시내 산골주막에서 오향 돼지갈비를 먹으려 했으나 전화 해 보니 옥자 누나가 심장병을 아산병원에 입원중이라 서울이라고...

할 수 없이 가게에서 막걸리, 참치 등을 사서 김치찌개로 검소한 저녁을 먹기로 했다.

그래도 과일도 지천이도 술 먹는 사람도 거의 없어 술도 남고 밥도 남고 과일도 남는다.

밥까지 먹고 하니 할 일이 없다.

여산 8시도 안되 자러 들어가니 이감탄도 8시에 잔다고 들어간다.

나만  TV 보다 재미없어 일찍 잤다.

내일은 차 막힌다고 일찍 올라가자고 한다. 2박 씩이나 하면서 산은 한개 밖에 못 가는게 조금 아깝다.

 

9/9 (일)

 

-정방사

 

 

 

 

 

 

 

이감탄을 빙자로 정방사 둘러보기.

이른 아침이라 호젓하고 조망도 좋다.

여기서 차 마시면 참 좋겠다 하는 이 김탄. 차 대신 석간수 한모금 마시고 출발.

 

-월영봉

 

 

희안한 바위가 있는 월영봉.

더 이상 개발은 안되고 간이 휴게소만 있다. 그래도 사람들이 여기 들려 사진을 찍는다.

우리도 점만 찍고 출발.

 

-배론성지

 

 

 

 

 

 

최경환 신부와 황석영 백서가 발견됐다는 배론성지.

성지보다는 주론산 들은 기억만 난다고 하니 배와 관련이 있는 곳이라고....

일요일이어서인지 성지순례 온 팀이 많아 복잡하다.

잠시 둘러보고 전직 우체국장님이신 해설사께서 미사에 곧 들어가야해 아쉬여 하며 신자가 아니라고 하니 관광팁을 니누어 주시고 다음에 꼭 오라 하신다.

소개해 준 식당에서 점심 먹기에는 시간이 이른지라 그분이 추천한 용소막 성당으로...

 

-용소막 성당

 

 

 

 

 

 

용소막 성당은 행정구역으로는 강원도 신림.

강원도에서 3번째 오래된 성당이라는데 그 앞의 느티나무가 일품이다.

미사가 끝나 성당은 조용하다.

잠시 성당 내부도 둘러보고 신림의 치악쌈밥에서 점심을 먹고 가기로 했는데 전화를 받지 않는다.

할 수 없어 치악휴게소에서 점심을 때우는데 쌈밥 집에서 전화가 왔다. 이미 밥 먹었는데 아깝다.

일찍 출발했는데도 중간 고장 차량으로 지체가 조금 있었는데 세사람은 다들 졸고 남의편도 졸려 죽을뻔 했다고....

3시 좀 넘어 평촌 입성.

2박3일 프로젝트를 비 거의 맞지 않고 잘 끝냈다.

다음엔 또 어디로? (사진은 여산표)


-남의편 사진 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