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12 산행일기

2012 청소년 백두대간 (조침령-연가리골, 7/29)

산무수리 2012. 9. 5. 23:35

나비효과 - 정시언(1959~ )

5백 년 전 공력 높은 스님이

등신공양 바라밀로

불현듯 온몸이 타올라

혼까지 타올랐다는 것이고

5백 년 후 시시한 사내 하나가

마파람에 헤벌쭉

성산읍 신풍리 내끼 올레길

밤도둑처럼 걷다가

온몸 타올라

동백꽃잎으로

녹아내린 것이어서,

인체자연발화현상

이것이 기이할 뿐이다


나비의 작은 날갯짓이 태풍을 일으킨다는 이 기상이론은 세계화시대 모든 분야에 원용되고 있는데. 최근 제주에 정착한 이 시인 태평양 건너온 남풍 맞으며 불꽃처럼 타오르고 있네요. 지금 제주에선 한창인 동백꽃처럼 붉게 피어오르다 지고 있네요. 500년의 너와 나 분간 너머 천지만물이 내 한 몸 안에서 자연발화돼 부르는 게 봄 아니던가요. <이경철·문학평론가>


7.29 (월) 맑음. 한때 소나기 (조침령-쇠나드리-연가리골)

 

오늘 김선생님과 황선생은 아침 1시간 산행 후 하산해 귀가 한다고 했다.

아침 해 먹고 치우고 짐을 싸는데 오늘은 산 속에서 1박을 하는지라 텐트를 져야 하고 물도 싸 가지고 가야 하니 짐이 많다.

신선생도 어제 산행으로 컨디션이 좋지 않다고 오늘은 홍선생 도와 보급조에 남기로 해 산행 강사는 4명으로 조촐하다. 자연 우리들 짐도 늘어났다.

 






9시출발. 바람이 잘 불긴 하지만 여름은 여름인지라 힘겹다. 오늘 주희는 장이사님이 후미에서 책임지고 데리고 오기로 했다.

쇠나드리 지나고 오르막 한번 올라치고 쉬는 곳이 완전히 더덕밭이다. 더덕 귀신인 황선생이 더덕을 찾으면 김태웅 선생님이 더덕을 캐는데 더덕 캐러 들어가시다 땅벌집을 건드리셨단다. 벌에 4방 팔, 다리 등에 쏘였다는게 어지럽고 눈앞이 뿌옇다고 하신다.

일단 안정하고 물도 마시게 하는데 팔, 다리 등에 두드러기가 막 올라온다. 숨도 답답하다 하시는데 그나마 맥박은 크게 나쁘지 않다.

항히스타민제가 있어 드시게 했는데도 영 컨디션이 좋아지지 않으신다. 땅바닥에 그냥 누우신다.

헌데 비가 내리기 시작. 학생들은 비옷 찾아 입느라 바쁘다. 비를 조금 맞으셔서인지 약 효과가 나타난건지 조금 나아지셨다. 홍선생에게 전화하고 쇠나드리로 하산하시는데 병원에 조금 일찍 갈 수 있을까 싶어 119에 전화를 하니 속초에서 출동을 해야 하 몇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그래서 황선생, 장동욱 이사님, 나 셋이 김태웅 선생님을 모시고 쇠나드리로 내려서는데 김태웅 선생님 컨디션이 나아지셨다고 우리보고는 되돌아 가라 하신다. 맥박을 짚어보니 많이 안정되고 규칙적이다. 황선생이 동행하고 곧 홍선생이 차로 모시러 오시니 걱정 하지 않고 장동욱 이사님과 난 쉬었던 곳에 내려놓은 배낭을 다시 매고 학생들을 뒤쫓아 가는데 어디 갔는지 보이지도 않는다.




걸음 빠른 장이사님을 앞서 가시게 하고 나도 뒤에서 쉬지도 않고 선두를 쫓아가니 정말이지 힘들었다.

점심 먹는 곳에서 학생들은 라면 끓여 먹고 우리들은 행동식으로 점심을 먹으려고 기다리고 있다. 오늘 산행이 길지 않아 충분히 쉬고 진행 한다고....

한참 쉬니 졸음까지 온다. 2시경 다시 출발.

 







몇 번 오르내리고 오늘 마지막 봉우리라는 곳을 지났다. 헌데 마지막이 아니었다. 앞에 더 놓은 봉우리가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학생들 대부분이 물도 떨어지고 간식도 부실한 것 같다. 작년 설욕전을 한다던 진환이는 오늘은 후미 조.

어제 다리에 쥐가 난 유진이는 오늘은 무릎 통증 때문에 빨리 걸을 수가 없다고 한다. 장동욱 이사님이 스틱 하나를 빌려주시긴 했는데 무릎 보호대까지 했는데도 아프다고 한다. 병원에서는 산에 가지 말라고 했다는데 올해 대간 졸업산행 인지라 참석 했다고....

진환이, 유진이 초코렛 하나씩 주고 물도 한 모금씩 나누어주고 겨우겨우 연가리골 도착. 주희는 언제 도착할지 기약이 없다.

 

오늘 자는 연가리골이 계곡이 길고 물도 제법 많고 좋은 것 같다. 내가 제일 먼저 계곡에 내려가 씻고 올라왔다.

곧 학생들도 물도 뜰 겸 내려가 씻고 물을 떠다 저녁밥 하기.

오늘은 화장실도 제대로 2개나 팠다고...

보급 조는 오늘 김태웅 선생님 병원 모시고 가고 하느라 많이 바빴다고 한다. 연가리골로 올라오다 길이 좋지 않고 시간이 늦어져 못 올지도 모른다고 연락이 와 전화가 잘 안터져 문자로 겨우 올라오지 말라 연락하고 넷이 조촐하게 저녁 먹기.

쉬는 와중에 류선생이 캔 더덕 맛보기.

 

학생들 잠자리는 평지가 아닌 조가 몇 있어 조금 불편하긴 했지만 바람도 잘 불고 아주 시원했다. 강사 넷이 김치찌개 끓여 조졸한 저녁을 먹고 그새 친해진 학생들은 잠을 안자고 텐트별로 모이고 텐트끼리 모이고 헤치고...

조용히 시켜놓고 잠자기. 짐 좀 줄이려고 침낭을 놓고 침낭커버만 들고 올라왔는데 추워서 여러 번 깼다. 침낭을 들고 왔다면 쾌적하게 잘 뻔 했는데 아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