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이성선(1941~2001)
다리를 건너는 한 사람이 보이네
가다가 서서 잠시 먼 산을 보고
가다가 쉬며 또 그러네
얼마 후 또 한 사람이 다리를 건너네
빠른 걸음으로 걸어서 어느새 자취도 없고
그가 지나고 난 다리만 혼자서 허전하게 남아 있네
다리를 빨리 지나가는 사람은 다리를 외롭게 하는 사람이네
김사인 시인은 이 시를 두고 “하느님/ 가령 이런 시는/ 다시 한번 공들여 적는 것만으로/ 새로 시 한 벌 지은 셈 쳐주실 수 없을까요”(‘다리를 외롭게 하는 사람’)라고 썼는데, 읽던 시집을 엎어놓고 내가 외롭게 한 사람들을 떠올려 본다. 떠올릴 수 있는 사람 중에 외롭게 하지 않은 사람 없다. 올 수 없는 곳으로, 알 수 없는 곳으로 죄다 가버려서, 미안하다고 말할 수도 없다. 더러는 뜬금없이 전화를 걸 수도 있겠지만, 입을 떼는 그 순간 이 세상에서 가장 큰 죄를 짓게 될 것 만 같다. 세탁기 문 여는 소리를 내는 아내와 거실에 엎드려 숙제를 하는 딸아이에게마저 뭐라고 말할 수 없다. 엎어놓은 시집마저 외롭게 하는 것만 같은, 이 막막한 시간. <장철문 시인·순천대 교수>
산행일 : 2012. 9. 16 (일)
코스개관 : 한치(895지방도)- 봇재 - 화죽사거리 - 411.2m봉 - 봉화산(476m) - 배각산(416.8m) - 임도삼거리 - 풍치재 - 기러기재(그럭재) , 약14.9km, 약 5시간 30분
날씨: 하루종일 비
멤버: 당나귀 10명
오늘도 역시나 태풍 부는데 산에 간다고 태클이 들어온다.
비가 오는날 산에 갈 만큼 산에 미친건 아니고 산에 가는 사람들과의 약속을 소중하게 여기기 때문에 가는거다.
혼자서야 이 비에 굳이 나설 필요는 없지 싶다.
아무튼 아침엔 비가 오지 않았는데 오수휴게소 도착 하기 전부터 비가 내린다.
요즘 두드러기가 나 약을 가끔씩 먹는데 오늘 아침 온몸에 두드러기가 나 화끈거리고 따갑다. 약을 먹으려는데 밥이 안 넘어간다. 먹다 말았다.
안 그래도 잘 자는잠 항히스타민제까지 먹었더니 거의 혼수상태로 자다 휴게소에서 순두부 얻어 먹고 떡도 얻어먹고 아무튼 이것 저것 계통없이 먹었더니 허기를 면하다 못해 배가 불러온다.
아직도 더 가야 한다고해 또 잤다.
11시도 훨씬 넘었는데 아직도 도착을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차가 알바를 한참 했다고 한다.
아무튼 비닐 발목에 묶고 넘들은 비무장으로 간다는데 불안해 배낭에 물, 구급약, 랜턴, 간식 등을 챙겼다.
11:40. 산행시작.
보라색 우비는 휴게소에서 산 사람들.
보라돌이가 여러명이다.
가을비는 맞으면 춥다. 우비를 입고도 전혀 덥지 않았다.
사진 찍는것 자체가 곤란하다. 나는 젖어도 되지만 디카는 물에 약하니까....
오늘 빗길이지만 길 자체는 순하다.
얼마 안가 녹차밭이 나오는데 꽤 예쁘다. 시계도 비 오는날 치고는 좋은편이다. 행복해 진다.
비가 오니 쉬지도 못하고 물도 안마시고 간식 먹을 시간도 없고...
군데군데 태풍의 흔적으로 부러지고 넘어진 곳이 많이 장애물 피해가기가 되었지만 지난번 산행은 거의 정글 수준이었다고...
어느덧 녹차밭이 보이더니 휴게소가 보이고 우리 버스도 보인다.
비 오는데 밥 먹기가 그렇다. 도시락은 저녁에 먹기로 하고 점심을 봇재가든에서 고막비빔밥으로 먹었다.
오후산행도 대부분 사람들이 비무장으로 간다고.
산행인지 둘레길인지....
오후 산길이 10K 정도라는데 오후길도 급경사는 없었던것 같다.
득량만 바다가 보여 좋다 했는데 빗발이 세지면서 시계가 제로가 된건 아쉽다.
봉화산 이정표를 따라 걸으며 이정표가 넘어진 곳도 있었고 기지국이 꺾인 곳도 지났다.
나무가 빽백한 곳이 더 많이 쓰러진걸 보니 나무끼리 의지가 되지 않는건가 싶기도 했다.
봉화산 봉수대에서 총무님표 산삼더덕슬러쉬도 먹었다.
신발이 젖어들어온것 빼고는 비가 큰 문제가 되지 않은 날이었다.
비는 내렸지만 예정된 산행을 무사히 마치고 나니 개운하다.
모처럼 예정 시간보다 일찍 도착. 바로 차로 고고씽.
여산휴게소에서 점심 도시락을 따끈한 국물에 먹으니 소풍 나온것 같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맛없는 휴게도 밥 먹지 않아도 되고, 도시락도 비우고, 과식 하지 않아도 되고 시간 절약도 되고....
천안 지나 막혔지만 11시 전 평촌 입성.
미리 추석~
-작가님 사진 , 동영상 추가
-까멜 사진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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