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외.../마라톤

뿌린게 없으니 거둘 것도 없어라 (춘마를 뛰고, 2012.10.28)

산무수리 2012. 10. 31. 20:09

시월 - 이시영


심심했던지 재두루미가 후다닥 튀어 올라

푸른 하늘을 느릿느릿 헤엄쳐간다

그 옆의 콩꼬투리가 배시시 웃다가 그만

잘 여문 콩알을 우수수 쏟아놓는다


그 밑의 미꾸라지들이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

봇도랑에 하얀 배를 마구 내놓고 통통거린다

먼 길을 가던 농부가 자기 논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고개를 갸웃거리며 가만히 들여다본다


어느 햇살 좋은 날 아버지와 함께 있었던 그 논이 생각난다. 그날 아버지와 함께 논에 있었다는 게 참 좋다. 나는 아버지가 논을 둘러 내놓은 물길에 알을 슬러 올라온 양구라지(어려서 ‘참종개’를 그렇게 불렀다)를 잡고 있었고, 아버지는 잠깐 일손을 놓고는 논둑에 서서 허리를 펴며 웃고 있었다. 그날 그 순간이 떠오르는 것이 행복하다. 눈을 감지 않아도 그날 아버지와 함께 있었던 그때가 눈에 선하다. 그때가 아마 여름걷이 임박한 때였을 것이다. 시인의 아버지라고 해도 그만인, 나의 아버지라도 해도 그만인 농부가 가을걷이를 시작하기 전 잠깐 일손이 빌 때, 그 가을에 대해 의젓해져서 어디 볼일을 보러 간다. 시 속의 재두루미와 콩꼬투리와 미꾸라지와 농부가 내게는 명사가 아니라 동사로 다가온다. 시를 회화에 비유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나는 그것이 그르다고 생각한다. 시는 시각적 평면에 멈춰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그것 자체로 막 살아 움직인다. 무슨 소리를 내고, 냄새를 피우고, 삶에 겹고, 먼 길을 간다. 시는 회화가 아니다. 회화가 단순한 색과 선이 아니듯이. <장철문·시인·순천대 교수>

 

10/27 (토)

 

고향인 춘천에 자리잡은 은계언니네에서 1박 하고 춘마를 뛰기로 했다. 모처럼 남의편도 춘마를 신청했다.

5시 청춘열차를 예약해 타고 춘천역에 내려 약국에 가니 7시가 좀 안 된 시간.

하루 종일 내리던 비가 좀 잦아들었다. 버스를 내려 걸어가는데 갓길이 없고 길은 젖어있어 좀 위험하다.

저녁 달라고 하니 아침, 점심, 저녁 다 준다고 걱정말고 오라신다.

갔더니 은비는 보이지 않고 새로운 고양이 2마리가 보이는데 한마리는 얼룰말 같은 무늬가 있는데 의자에 앉아 잠만 자고 잇고 흰 고양이는 귀 끝이 뒤로 젖혀진 희귀종이라고. 애기인데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고 부잡하다. 아무튼 무지 귀엽다.

등을 반짝 곤두세우고 펄쩍펄쩍 뛰는 모습은 처음 봐 신기하다.

곤드레나물밥 저녁 잘 먹고 놀다 내일을 위해 일찍 자기...

 

내일을 위해 일찍 자라고 건너가셨는데 TV 보는데 잠만 자던 놈이 다가와 냄새도 맡고 핧아보며 갸르릉 거린다.

불을 끄니 그제서야 조용해진다.

헌데 자려 하는데 눈이 이상하다. 부어 오르는 느낌이다. 항히스타민제를 찾다 못 찾고 그냥 자는데 방이 더워 찜질방 같다.

 

 

 









10/28 (일)




 

 

 

 

 

 

 

 

아침 6시 기상해 새벽에 약을 주셔서 알러지 약을 먹고 아침 거하게 차려주셔서 먹고 준비하고 7:30 출발.

대회장 근처는 벌써 교통 통제를 해 1K 떨어진 지점에 주차 후 출발장소로...

짐 맡기다 헤어지고 출발장소에서 내 그룹보다 뒷그룹 후미에서 9:20 출발 했는데도 계속 사람들이 추월해 간다.

날씨넌 어제 비가 왔다 오늘 좋아지면서 날이 화창하다. 아무래도 더울것 같다.

 

날씨는 단풍 들고 아주 멋지다. 20K 까지는 그래도 페이스를 유지하는데 남들이 너무 빨리 가는것 같다.

30K 지점 시간을 보니 페이스가 늦춰졌다. 4시간20분 패메는 진작에 다 지나갔고 내심 30분 이내는 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착각했는데 그야말로 착각이었다.

시간이 갈 수록 지쳐 앉아 있는 사람들 보면 앉고 있고 회수차 보면 타고 싶다.

하지만 한번 쉬면, 걸으면, 거기다 회수차를 타면 이 후회가 1년 내내 갈걸 알기에 어거지로 뛰려니 힘들다. 그나마 오른쪽 종아리가 좀 당기더니 그나마 쥐는 나지 않는걸 다행으로 여긴다.

약을 먹은 탓인지 계속 목이 마르다. 보통때 한컵만 먹던 물을 두컵씩 들이켰다. 먹는 동안은 쉴 수 있기도 해서....

 

35K 지점에서 먹은 파워겔 덕분인지 조금 힘이 나는것 같다. 그 힘으로 그나마 걷지 않고 겨우 골인 지점에 들어갈 수 있었다.

은계언니가 반겨주고 남의편은 골인 지점 지나 사진을 찍어준다.

언니는 10K 를 걷듯이 뛰는데 할머니 따라온 5학년 여자애가 같이 걷자고 해 걷다 골인 하기 쪽팔려 그냥 가려했더니 같이 골인 해야 한다고 해 골인까지 하셨다고...

전마협에서 주는 떡국을 얻어 드셨는데 맛이 아주 좋았다고...

 

남의편과 내 시간차가 1시간. 그리고 사부님 기다리는 동안 애주가 회원 몇 만났고 후미까지 완전히 도착했다고 한다. 인사하고 우리도 사부님이 5시간 좀 지나 골인하셔서 맡긴 물건 찾고 칩 반납 하고 메달 받고 차 있는 곳으로 이동.

오늘 뛰었던 길을 차로 가는데 생각보다 길다. 이 길을 우리가 뛰었다는 거지? 바둑 복기하는것 같은 기분이다.

올해로 마라톤 졸업 해야 겠다는 사부님. 헌데 하프만 뛰면 이야기거리가 없어 재미 없다는데 공감.

오늘의 아쉬움으로 내년 동아는 뛰어야 할것 같은 불길한 예감?

 

 


일단 집에 가니 고양이들이 주인을 보니 반가운지 다리를 휘감으며 아는체를 한다.

씻고 세월교 건너 오리집에 가 오리꼬치라는걸 처음 먹었다.

식당 직원께서 춘마를 뛰고 왔냐고 한다. 할인해주냐고 하니 그냥 웃는다.

오리 한마리 먹고 전골 먹으니 양이 딱 좋다.

집에 와 뒷뜰에서 달 보고 차 마시고 놀다 방에 들어와 길게 누워 고양이랑 놀고 TV 보며 놀기.

약국은 낮에 문 안 얼였다면서 짬짬히 손님이 드나든다.

9:40 차를 끊었는데 넉적하게 역에 도착해 보니 청량리행 8:40 차 2층에 좌석이 있어 표를 바꾸어 1시간 일찍 귀가.

기록만 좋았다면 금상첨화 였을텐데 욕심만으로 되는게 아닌게 마라톤인지라...

사부님 올해 은퇴하신다는데 은퇴하시면 춘마를 일부러 뛰러 와지진 않을것 같고 사부님이 내넨어 뛰신다면 한번 더 와 봐? ^^

 

성명
(Name)
참가번호
(Entry No)
5Km 10Km 15Km 20Km Net
time
성별
(Gender)
종목
(Distance)
25Km 30Km 35Km 40Km Pace
/Km
Gun
time
박정분 535 0:30:58 1:01:46 1:32:07 2:03:31 4:39:01
여(F) 42.195km 2:36:09 3:11:25 3:46:12 4:23:14 0:06:37 4:53:37

 

 

 

 

  

 

 

 

성명
(Name)
참가번호
(Entry No)
5Km 10Km 15Km 20Km Net
time
성별
(Gender)
종목
(Distance)
25Km 30Km 35Km 40Km Pace
/Km
Gun
time
정규환 2727 0:25:45 0:50:01 1:13:40 1:37:48 3:38:35
남(M) 42.195km 2:02:54 2:29:09 2:56:00 3:25:57 0:05:11 3:45: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