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외.../2012 일기

순한공주 명퇴 모임 (11/15)

산무수리 2012. 11. 19. 00:30

거짓말을 타전하다 - 안현미(1972~ )

여상을 졸업하고 더듬이가 긴 곤충들과 아현동 산동네에서 살았다 고아는 아니었지만 고아 같았다 사무원으로 산다는 건 한 달 치의 방과 한 달 치의 쌀이었다 그렇게 꽃다운 청춘을 팔면서 살았다 꽃다운 청춘을 팔면서도 슬프지 않았다 가끔 대학생이 된 친구들을 만나면 말을 더듬었지만 등록금이 없어 학교에 가지 못하던 날들은 이미 과거였다 고아는 아니었지만 고아 같았다 비키니 옷장 속에서 더듬이가 긴 곤충들이 출몰할 때도 말을 더듬었다 우우, 우, 우 일요일엔 산 아래 아현동 시장에서 혼자 순대국밥을 먹었다 순대국밥 아주머니는 왜 혼자냐고 한번도 묻지 않았다 그래서 고마웠다 고아는 아니었지만 고아 같았다

여상을 졸업하고 높은 빌딩으로 출근했지만 높은 건 내가 아니었다 높은 건 내가 아니라는 걸 깨닫는 데 꽃다운 청춘을 바쳤다 억울하진 않았다 불 꺼진 방에서 더듬이가 긴 곤충들이 나 대신 잘 살고 있었다 빛을 싫어하는 것 빼곤 더듬이가 긴 곤충들은 나와 비슷했다 가족은 아니었지만 가족같았다 불꺼진 방 번개탄을 피울때마다 눈이 시렸다 가끔 70년대처럼 연탄가스 중독으로 죽고 싶었지만 더듬더듬 더듬이가 긴 곤충들이 내 이마를 더듬었다 우우, 우, 우 가족은 아니었지만 가족 같았다 꽃다운 청춘이었지만 벌레 같았다 벌레가 된 사내를 아현동 헌책방에서 만난건 생의 꼭 한번은 있다는 행운 같았다 그 후로 나는 더듬이가 긴 곤충들과 진짜 가족이 되었다 꽃다운 청춘을 바쳐 벌레가 되었다 불 꺼진 방에서 우우,우,우 거짓말을 타전하기 시작했다 더듬더듬, 거짓말 같은 시를!


이 시를 찬찬히 세 번만 읽어보자(생략된 곳까지 읽고 싶다면, 인터넷이나 스마트폰도 쓸모가 있으리라). 행간에 어깨가 처진 누이가 보이거든 사람 좋은 이웃처럼 넌지시 이렇게 말을 건네자. 괜찮지? 머뭇거림만 있고 대답이 오지 않는다면, 기다려주자. 그러는 사이, 그 누이가 당신 자신과 오버랩된다면, 어깨를 토닥이듯 이렇게 말해주자. 괜찮아, 잘해왔잖아. 그러고는 돌아서자. 멈칫멈칫 한마디 더 건넬 듯 돌아보지 말자. 차라리 수줍게 핀 상사화를 바라보듯, 꼭지가 떨어질 때까지 간혹 가서 바라보듯 그 영상이 사라질 때까지 바라보자. 유약해질 것 같은가? 그래서 두려운가? 그렇지 않다. 그것은 4번이나 5번 척추에 무리를 주는 하이힐의 도도함보다 훨씬 힘이 세다. 안현미 시인을 처음 만난 것이 10여 년 전 인사동에서였는데, 술이 한 잔 되어서는, 어수룩한 촌년이 막 서울역을 나와 그 순진한 의욕을 숨기지 못하고 인사성을 과도하게 발휘하는 꼭 그 짝이었다. 그 사이 안현미도 산전수전 다 겪었다. 이제 거울 앞에 선 누이다. (장철문·시인·순천대 교수)


 

 

 

 

 

 

 

 

 

8월 명퇴 한 순한공주. 퇴임 위로연을 하려고 해도 여의치 않아 미루다 리사 빠지고 문라이트 동참해 넷이 만났다.

압구정동 '강가' 라는 인도 음식점.

인도에 갔을때도 잘 먹지 않던 인도음식을 먹는데 생각보다 가격이 쎄다. 있을 때 미리 먹어 둘걸...

탄두리 치킨, 커리, 난 등을 주문해 먹었는데 커리가 밥과 나오지 않아 조금은 이상했다.

맛은 좋았는데 양이 많지 않고 가격도 비싼편.

 

선물로 금을 달라고 하는 순한공주.

금 1돈짜리 열쇠가 있는줄 이번에 처음 알았다. 얇게 펴니 조금은 커 보인다.

몇년 만에 만난 문라이트. 이덕 저덕에 이렇게 만나게 된다.

저녁이 되니 졸립다는 하늘.

노는것도 젊어서 놀아야 한다는 말에 공감.

아무튼 오래오래 아프지 말고 행복하게 살자~

 

'산 이외... > 2012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결혼식 (12/8)  (0) 2012.12.10
한산 송년모임 (11/16)  (0) 2012.11.19
생일 파리와 음악회 (9.25)  (0) 2012.09.29
심판강습 보수교육 (9/1~2)  (0) 2012.09.05
비내리던 날 (8/30)  (0) 2012.0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