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12 산행일기

화기애애 당나귀 송년산행 (호남정맥, 주랫재-청능마을, 12/16)

산무수리 2012. 12. 19. 20:48

숲으로 간다 - 백무산(1955~ )

높은 산에 올라 구름 아래 마을을 보면

사람과 마을들이 저리 하찮다

그러나 산을 처음 올라본 사람이 아니라면

이런 결론에 고개 끄덕이지 않는다

저것이 저리 하찮은 게 아니라

천지가 저리도 크다

우리가 살다 가는 곳이 티끌보다 작고 짧으나

그것도 한 세상 천지의 조각도 천지

마음의 넓은 자리에 올라서 보면

삶이나 역사나 인간의 능력이 저리 하찮다

그러나 처음 내려다본 사람이 아니라면

영원의 조각도 영원이라는 것을 알리라

다만 티끌만큼 작은 세상에 사는 내가

산 위에 사는 나에게 나날이 들키며 산다

그 일도 지겨워

숲으로 나는 간다


아주 오래전, 운무에 싸인 산 위에 신선이 살 것 같은 느낌에 빠지곤 하던 때가 있었다. 폭풍우 속에서 그 운무에 싸인 산정에 서 보았는데, 오한과, 한 발 앞에 대한 공포에 떨다가 서둘러 내려왔다. 맑게 갠 봄날의 지리산에 올랐다가 복숭아꽃 살구꽃 핀 마을을 내려다본 적 있다. 심산한 마음에 결행한 산행이었던 탓인지, 그 마을이, 그 마을에 산다는 일이 참 하찮았다. 그러나, 내려와 살다보면, 또 세상살이에 휘둘려 다시 다스리러 가야 한다. 합칠 수 없는 그 두 자리에 선 마음이 서로에게 들키며 산다. 그 서로 들키며 일어나고 사라지는 두 마음을 다스리기 쉽지 않고, 또 그 반복이 지겹다. 그 두 자리를 떠난 ‘숲’, 그곳은 어디일까? 그곳에서는 모든 것이 위이되 아래이고, 하나이되 여럿이고, 나이되 너일까? 그 숲에서는 메트로놈처럼 끝없이 다른 쪽으로 기울어가는 마음이 균형을 얻을까? 마지막 한 행으로 처리된 그곳에 또 마음이 기운다. [장철문·시인·순천대교수]

 


산행일: 2012.12.16 (일)

코스개관: 주릿재-한국통신-존제산-무남이재-주월산-배거리재-청능마을 (10:40~16:40)

멤버: 흐뭇한 당나귀 14명

날씨: 곧 봄이 올것 같은 화창한 겨울날


송년산행이서인지 모처럼 버스 안이 허전하지 않다.

부회장님, 성사장, 박연씨 등이 오랫만에 나오셨고 까멜도 한달 만이다.

고정멤버 현숙씨가 빠졌는데도 14명.

교통사고로 지난 산행에 못 오셨던 큰오빠도 오늘 나오셨다. 정말이지 반갑고 기쁘고....

금일봉까지 하사하셨다고..

일단 타면 다 쓰러지는 당나귀는 새벽잠 자고 오수 휴게소에서 아침 먹고 다시 1시간을 더 달려 신년 산행에 마쳤던 구간부터 올라간다고....














시내를 통과 해 산행 기점으로 오는데 온 동네가 꼬막집이다. 오늘 저녁 메뉴 역시 꼬막이니 아예 여기서 기다리면 안되냐는 동안총무.

그럼 우리가 올 때까지 계속 먹고 있어야 한다는 회장님.

문학비 앞에서 사진 찍고 올라가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임도길이다. 오른쪽 능선길도 있는것 같은데 선두가 가니 뒤쫓아 갈 수 밖에....

지루한 임도길을 가는데 반대편에서 오는 분들도 있다.

중간 Kt 송전탑은 주요 멤버들만 찍으러 가고 나머지 사람들은 공군부대를 향해서 계속 고고씽~








철거된 공군부대. 못 들어오게 한다고 손사장이 문을 닫고 웃긴다.

여기서 바로 우측 능선으로 올라가야 존제산 정상이었다는데 우리는 계속 찻길을 따라 가다보니 이미 지나쳤다고...

폐가가 된 군부대에서 밥 먹기 싫다고 능선으로 올라가는데 그곳이 정상인줄 알았다.










철조망을 몇번 지나는데 폐사지의 느낌의 분위기는 사진 찍는데는 아주 그만이다.

서로 들이대며 사진 찍고 올라가 정상석인줄 안건 알고 보니 군견묘. 군대에서 군견묘 자리가 대부분 제일 높은 곳이라고...

속았다, 속았어....








헌데 군견묘 주변이 온통 진달래다. 피크일때는 정말이지 장관일것 같다.

마음의 눈으로 보니 진달래 만개할때 모습이 그려진다.

반대편에서 몇분이 올라오는데 알고보니 출판인 산악회란다. 박연씨보고 배신 때렸다고 웃는다.

오늘은 웬일인지 회장님이 밥 먹고가자 외치시는데 선두가 내 달려 동물이동통로까지 가야 했다.

이쪽 도로는 완공은 된것 같은데 어찌된 일인지 차는 다니지 않는것 같다.

오늘 우리 먹이려고 부회장님과 성사장이 김치찌개를 준배해 오셨다. 덕분에 따뜻한 국물로 몸도 마음도 따뜻해 졌다.

헌데 까멜이 밥 잘 먹고 나더니 속이 영 편치 않은것 같다.

일단 소화제 하나 줬다.






















 


까멜 증상이 영 나아지지 않아 사혈도 했는데도 완전히 꽉 막힌것 같다.

아침부터 멀미가 났었단다. 진작 말을 하지....

부회장님도 속이 좋지 않으셨는데 소화제 먹고 나아지신것 같다.

오늘도 탈출조는 역시나 탈출을 한다고... 무넘이재에서 길을 만나 이곳에서 까멜까지 탈출 하기로 했다.

여기서 촐무님표 더덕꿀차로 원기회복을 했고 탈출도 보내고 선두 잡으로 주월산을 향해 출발.


 










주월산  정상에는 활공장이 있어 조망이 아주 훌륭했다. 그리고 한팀이 활공중이라 덕분에 멋진 경치를 볼 수 있었다.

새처럼 나르는 모습을 보니 한번 해 보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 한참 구경하고 사진도 찍고 선두조 더덕꿀차도 먹고 출발.

경림씨는 혼자 최선두에서 끝까지 만나지 못했다.






지난번 방장산에서 하산했던 청능마을 갈림길인 배거리재가 주월산 정상에서 멀지 않았다.

하산길은 아는 길이라 수월한데 지난번보다 더 짧게 가는 길로 잡아 일찍 하산할 수 있었다.

차에 가 보니 탈출조늗 걸어 내려왔다면 아직도 못 내려왔을 거란다. 다행히 부회장님이 트럭을 섭외 해 짐칸에서 타고 무사히 내려왔다고....

까멜은 이제 살아난것 같다. 다행이다.





고려회관 꼬막정식집에서 반찬 몇번이나 리필해 가면서 꼬막 무침과 꼬막정식으로 푸짐한 저녁으로 조촐한 송년회를 했다.

까멜도 완전히 회복되었는지 밥 한그릇을 뚝딱 해치운다.

올 한해도 큰 사고 없이 무사히 산행을 마쳤다고...

원래 계획은 오늘 호남정맥이 끝나는 날인데 무박3구간을 당일로 바꾸고 중간 땅끝구간인 월출산을 가 밀렸다고 한다.

나머지 호남 구간은 꽃피는 봄에 하고 다음 구간부터는 땅끝부터 한다고.

땅끝은 다른 산악회에서 7개 구간으로 나누어 저질체력으로 쫓아 다니느라 힘들었지만 겨울에 시작해 꽃피는 봄날 끝난 행복한 기맥이다.

그 길을 또 걸을 수 있다니 기대된다.


올 한해 감사했고 내년 한해도 잘 부탁 드립니다.

제발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피치못한 사정 없는한 1,3주 일요일은 무조건 당나귀로 고고씽 하기로 딱 정한겁니다~

당나귀 여러분, 애정합니다.

미리 크리스마수 해피 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