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 한 포대 - 박후기(1968~ )
천일염 한 포대, 베란다에 들여놓았습니다. 날이 갈수록, 누런 간수 포대 끝에서 졸졸 흘러내립니다. 오뉴월 염밭 땡볕 아래 살 태우며 부질없는 거품 모두 버리고 결정(結晶)만 그러모았거늘, 아직도 버릴 것이 남아있나 봅니다.
치매 걸린 노모, 요양원에 들여놓았습니다. 날이 갈수록, 멀쩡하던 몸 물먹은 소금처럼 녹아내립니다. 간수 같은 누런 오줌 가랑이 사이로 줄줄 흘러내립니다. 염천 아래 등 터지며 그러모은 자식들 뒷짐 지고 먼 산 바라볼 때, 입 빼뚤어진 소금 한 포대 울다가 웃었습니다.
이 헐수할수없는 시간을 어찌해야 할지. 시인도, 나도, 우리 모두 모른다. 그러나 마음에 한 번 인화된 뒤에는 지워지지 않는 화인을 삼킬 수 없어서 그대로 받아 적어보기라도 하는 것으로 견뎌보는 것이다. 그러나 그 화인이 끝없이 연기를 피우며 타 들어가는 바람에 한 포대의 소금에 대해 말해 보는 것이다. 소금은 쓰라린 것이고, 또 역설적이게도 이 몸에 없어서는 안 될 것이다. 삶의 잔혹성이 거기에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자꾸만 일어나다가 쓰러지는 어머니.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벌써 몇 년째 그런 당신을 받아들일 수 없는 어머니. 안방에 계시면서, 베란다로 나가버린 것 같은 어머니. 총기도, 기력도, 여자도 다 빠져나가 버렸으나, 아직 남은 어머니. 어머니. [장철문·시인·순천대교수]
산행일: 2012.12.15 (토)
코스개관: 계원대-모락산 터널-절터약수터-백운산정상-왕곡동
날씨: 집에 있으면 속 쓰릴뻔한 날
거의 매주 만나던 쫀누나를 쫀누나가 참선 졸업하고 각자 전근가고 어쩌고 저쩌고 하고 아니 얼굴 보기가 정말 힘들다.
산에 한번 가려면 사정사정 해야 하는데 오늘도 가자 하니 망설이다가 콜 해 함께 가는 길.
원래 오늘 한산 송년산행으로 대둔산 가기로 했는데 다들 사정이 여의치 않아 성원이 되지 않았다.
집 앞에서 만나 하하호호 이야기 해 가며 간다.
눈은 많이 녹아 오르막은 아이젠 없어도 큰 어려움은 없다. 쌍지팡이니까....
오늘은 모락산 정상이 아닌 좌회길로 절터 약수터에서 백운산 넘어가기로 했다.
헌데 남의편 전화. 어디냐고....
부지런히 가는데 남의편이 쫓아온다. 무지 심심했나 보다.
잘 오던 쫀누나 막판 백운산 정상 까끄막에서 조금 힘들어 한다.
무사히 정상 찍고 잠시 앉아 있으려니 오늘도 여긴 새떼들이 겁대가리 상실하고 사람들에게 달려든다.
버릇 나빠질까봐 먹을것 주지 않았다.
정상 막걸리가 값이 올라 3천원이라는데 4천원 밖에 없어 한잔 반을 사 마셨는데 거의 2잔이었다고 두사람 흐뭇해 한다.
속이 얼마나 뜨뜻한지 모른다고 놀린다.
정상 바로아래 팥빙수 길만 아이젠 하고 나머지 길은 눈이 없어 큰 어려움 없이 내려올 수 있었다.
이쪽 왕공독 하산길은 처음이라는 남의편. 이쪽 능선도 제법 길다.
5시간 산행 하고 이곳 유명한 명가에서 만두전골 먹기.
1인분에 7천원인데 셋이 2인분 시켜도 아주 배가 부르다. 포장은 5천원.
다들 2인분씩 포장하고 남의편은 먼저 시댁 만두배달 하러 가고 나와 쫀누나는 레자미로...
헌데 오늘 정애씨 아파 집에 있고 공주님 둘이 가게를 지키고 있다.
예쁜 공주님들 찍고 싶은데 차마 못 들이대고 그냥 나왔다.
다음부터는 뻐기지 않을테니 산에 가자 불러달란다.
그려, 나도 같이 산에 갈 사람이 없어. 같이 놀아줘야 해..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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