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탄 두 장 막걸리 세 병 - 곽효환(1967~ )
대대로 같은 성씨들이 모여 살았다는
이제는 어린아이 소리 들어본 지 오래인
여남은 가구 남은 집성촌 마을회관 어귀
낡은 흑백사진에서나 본 듯한
간판 없는 구멍가게에 들렀네
낯선 힘에 저항하는 미닫이문을
우격다짐하여 열고 들어선 가게
먼지 자욱한 엉성한 진열품 너머 회벽에 걸린 낡은 흑판
동네 사람들 살림살이 고스란히 담고 있네
삐뚤빼뚤 엉성한 글씨로 쓴 외상 장부
곽병호……
곽효환/연탄 두 장 막걸리 세 병
…… 목장갑 네 켤레
발음하기도 쓰기도 어려운
깨알 같은 글씨 가득한 한 뼘들이 전화번호부에도 인명록에도
꼭 하나뿐이던 내 이름.
수십 가구 작은 마을에
연탄 두 장 막걸리 세 병으로 존재하네
그것이 허세 없는 내 이름값이려니
외부의 사물을 통해서 내 삶의 면목을 들여다보게 될 때가 있다. 내어다보는 것, 그것이 곧 들여다보는 것이 되는. 스무 살 무렵, 내게 그것은 개펄이었다. 변산반도 어름의 국도를 군내버스를 타고 가다 본 바다 쪽, 썰물이 수평선까지 물러간 거기, 삶의 면목이 누워 있었다. 그건 바다나 개펄이 아니라, 삶이었다. 그 낯선 것에서 낯익은 것을 발견했을 때 재를 한 움큼 입에 털어 넣은 것 같은 기분, 그 인상은 오래 지워지지 않았다. 곽효환 시인은 “두 장 막걸리 세 병/ ……목장갑 네 켤레”라고 적힌 외상 장부에서 그것을 경험했을까? 그것이 ‘허세 없는 이름값’이라지만, 우리가 허세를 부려봐야 얼마나 부렸겠는가. 이 시 속의 곽효환은, 아무래도, 광화문의 어느 건물에서 월급쟁이 노릇 하는 내 친구 곽효환하고 똑 닮았다. (장철문·시인·순천대교수)
산행일: 2012.12.1 (토) 10:00 경복궁역 1번 출구
코스개관: 사직공원-서대문쪽 산책로-인왕산 정상-기차바위-자하문-인왕산길-수성동계곡-경복궁역
멤버: 6명 (고천사 뒷풇이 합류)
뒷풀이: 체부동잔치집
영랑산악회 박총무가 연락이 왔다.
그동안 발목 부상으로 산에 못 다녔는데 이제는 다닐 수 있다고 이번엔 꼭 참석하겠다고 산에 가자 한다.
선약도 없는지라 날을 잡고 어딜 갈까 고민했는데 멀리 가지 말고 가까운 인왕산-안산을 가자 하니 인왕산과 백사실을 가자 한다.
고천사도 발목 부상이 낫지 않아 산행이 힘들다고 하고 장공주도 팔이 완전히 낫지 않아 널널 산행을 가기로 했다.
모처럼 약속 없는 쫀누나 뻐기다가 함께 가기로 해 둘이 만나 출발.
경복궁 역에 도착하니 라오빠만 10분 늦었다.
회장님은 비무장. 아니 왜? 오늘 대충 걷다 점심 먹는줄 알았다고...
인왕산 만만하게 보면 안된다고 겁주는 박총무. 회장님은 장공주 배낭을 들어다 주는 봉사하기.
이쪽 바운더리에 전근온 박총무가 오늘 로칼 가이드.
사직공원 통과해 단군께 인사 드리고 늘 가던 길이 아닌 왼쪽 길로 올라서니 서대문에서 올라오던 길과 만난다. 이쪽 조망도 좋고 해 꼭 다시 오고 싶었는데...
이쪽에서 정상 가는 길도 공사가 끝나 길이 개방 되었다.
길은 성곽을 쌓고 길을 계단을 너무 복잡하게 만들어 놔 썩 맘에 들지는 않는다. 그래도 오늘 보니 이쪽에서 선바위로 넘어가는 길이 열려 있다.
낮지만 인왕산도 산인지라 정상 주변에는 눈이 살짝 덮여 있다. 그래서인지 앞팀이 한 여인이 와장항 넘어진다.
역시나 걷기 팀들이 많이 인왕산도 붐빈다. 정상도 바귀어 성곽을 넓혀 쌓고 군인 초소가 새로 생기고 벤취는 없어졌다.
장공주표 하트 백설기로 요기를 했다. 수제 백설기라고...
정상 인증샷 하고 북한산 배경으로 사진도 찍고 기차바위로 하산해 자하문 방향으로 하산 완료.
이게 끝인줄 알았더니 여기서 로칼가이드 안내 인왕산 길과 수송동 계곡을 간다고...
윤동주 언덕을 지나 인왕산 길은 현지 주민들이 애용하는 길로 출렁다리도 있고 제법 운치가 있다.
수송동계곡은 새로 조성한 공원으로 겸재 정선의 작품을 복원한 거라 한다. 비가 내리면 제법 운치가 좋을것 같다.
바삐 하산해 골목 시작 '체부동 잔치집'에서 고천사를 만났다.
굴전, 파전, 굴무침, 들깨 수제비, 짬봉 맛이 나는 얼큰 수제비. 모든 반찬을 즉석에서 해 주어서인지 맛이 좋고 신선하다.
배부르고 등따습게 잘 먹었다. 회비 남은거에 부족분은 자기 구역에 왔다면서 박총무가 쐈다.
2차는 일본 여행 다녀온 고천사가 쏜다고 한다.
총무가 저렴한 찻집을 소개해 차와 비스켓으로 화기애애한 2차를 갖고 주립대 장학생 두 남자는 3차로 가고 여인 넷은 근처 찻집에서 블루베리 라시로 오랫만에 만나 이런 저런 이바구 나누고 헤어졌다.
오늘 송년산행을 했으니 1월엔 신년 산행을 가잔다.
그래, 가자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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