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13산행일기

북한산 맛보기 산행 1 (숨은벽을 찾아서, 3/23)

산무수리 2013. 3. 24. 19:44

백년 묵은 꽃숭어리 -정끝별(1964~ )

반백년하고 반의 반백년을 묵은

늘어진 뱃가죽이 첩첩이 접혀지는 수평선

엄마는 한 손으로 수평선 한자락을 처억 들어올려

초록 이태리타올로 쓰윽쓰윽 문지른다

처억 맨 밑자락을 들어올리면

흰 거품에 뒤덮인 꽃무리

밑에 밑자락까지 사태져 튼 살들


제 나온 배에게서 제 들어갈 배에게로

누가 펼쳐놓았을까 저리 소스라치게

여자라는 처억 깊은 수평선에

우리를 태우고 왔던 백년 묵어가는 배 위에

물비늘진 바람의 희디흰 흉터들

은어떼였을까 거슬러가고 움푹 발자국들

벗어놓고 깜빡 잊은 속치마처럼

배꼽에서부터 피어나는

아직 더운 사방연속의 상형문자들

백년 묵은 누런 꽃숭어리의 저 주술

목욕탕에 나란히 앉아 딸은 늙은 엄마의 첩첩이 접혀지는 뱃가죽이 만든 수평선을 보고 있다. 반백년하고 반의 반백년을 살아온 세월이 첩첩이 쌓은 흔적. 오랜 세월 동안 쌓인 층층의 수평선을 가진 엄마는 아무렇지도 않게 맨 밑자락의 살을 들어올려 문지르는데 삶의 흔적은 흰 비누거품에 뒤덮인 가운데도 예외 없이 밑자락까지 사태져 있다. 시인은 자신을 태우고 온 백년을 묵어가는 배 위에 그려진 ‘여자라는 처억 깊은 수평선’ 위에 희디흰 흉터들을 모천으로 회귀하는 반짝이는 은어떼라고, 배꼽을 중심으로 첩첩 쌓인 살가죽들이 이룬 수평선을 ‘아직 더운 사방연속의 상형문자’라고, 그리고 ‘백년 묵은 누런 꽃숭어리’의 주술이라고 부른다. 늙은 노모의 처지고 겹겹이 쌓인 백년을 묵어가는 뱃가죽을 많은 꽃송이가 달려 있는 덩어리로 바꿔내는 유쾌한 말부림이, 그 시선이 반짝인다. [곽효환·시인·대산문화재단 사무국장]

 

만나는곳: 2013.3.23 (토) 10:00 불광역 5번 출구

코스개관: 밤골-국사당-숨은벽-효자비 후 보너스 인왕산(경복궁역-자하문)

멤버: 미녀3총사

 

원래 이번주 장샘 따라 통영을 염두에 두었으나 여옥언니네 손님이 오신단다.

그럼 서울로 오시지요? 숨은벽 갑시다.

금욜 저녁 장수샘도 함께 오신다고. 그럼 더 반갑다고.

잠은 불편하지만 우리 집에 와서 주무시기로 했다.

 

아침 불광역은 화장실부터 남녀 다 줄이 길다.

시외버스 터미널 가니 역시나 긴 줄. 그래도 서서지만 무사히 첫번째 버스 타고 이동하는데 이렇게 불편하게 모시게 되 황송타.

자리가 나 흐뭇해 하다 하마트면 못 내릴뻔.

국사당 입구에도 승용차가 거의 빈 공간 없이 세워져 있다. 헌데도 산길에는 사람이 많지 않다고 신기해 하는 두 언니.

아직은 이곳은 2반 코스라고 볼 수 있지요.
 

 

 

 

 

 

 

 

 

 

 

 

 

 

 

 

 

 

 

사람이 많지는 않지만 뒤에서 사람들이 오면 아낌없이 양보해 가며 계곡 좋은 곳에서 차도 마시고 조망 좋은 곳에서는 조망도 하고 무리하지 않게 진행.

염려했던 슬랩성 길을 두언니 잘 올라간다. 이런 길을 무서워하지 않고 재미있단다.

생각보다 빨리 테라스에 섰다.

사진에서만 보던 경치를 여기 오기도 전 감탄하던 언니들 감탄의 극치.

흐믓해 하면서 일단 밥 대신 약식과 커피, 과일로 요기.

가볍게 몸만 오시라니 바리바리 싸 가지고 오니 배낭이 제법 무겁다.

아무튼 잘 먹고 숨은벽 대슬랩으로 이동하며 타이타익도 찍고 다 좋았는데 막판 올라서는 곳에서 신력이 딸린 장샘 때문에 우회하다 보니 정작 대슬랩을 정면에서 보는 기회를 놓친게 아쉽다.

여기서 호랑이굴쪽으로 넘어갈까 했지만 무리하지 않기로 해 하산하는 길은 역시나 길다.

헌데도 행복해 하는 언니들 덕분에 덩달아 행복해 진다.

 

 

하산해 점포정리 하는 장비점에서 코펠, 모자 등을 사고 버스타고 역으로 오는데 다행히 앉아서 왔다.

오늘도 이른 저녁을 경복궁역 앞 시장 체부동잔치집에서 굴전, 녹두전, 잔치, 비빔국수로 배부르게 먹었다.

농담 반 진담 반 여기서 인왕산 가까운데 들렸다 가실래요?

예상 외의 답변, 가자신다. 헐~

 

 

 

 

 

 

 

 

 

 

 

 

 

시장 골목 끼고 올라가다 배화여대 앞에서 왼쪽으로 가다보니 황학정 등산로는 폐쇄했다고 그 앞 계단에 인왕산 안내표시가 되어 있다.

올라가니 인왕산 산책로가 나오는데 계단으로 올라가보니 산수유가 막 피기 시작하고 길을 잘 닦아 놓았다.

개 4마리 끌고 올라가는 부녀. 아예 똥 치우는 삽을 들고 올라간다. ㅎㅎ

전망대에서 사진 찍고 인왕산으로 올라가는 길은 정비 한지 얼마 안되 삭막한 성곽. 한 20년 지나면 더께가 쌓이려나?

정상에서 사진 찍고 기차바위로 내려가는데 한강에 비치는 석양빛이 곱다.

기차바위 찍고 자하문으로 하산하는 길은 정말이지 호젓하다.

무사히 하산해 버스타고 전철타고 집으로 오는 길. 오는 내내 서서 온 장샘.

집에 오는 길 뭔가를 사가야 한다고 우기는 두 언니들에 져 빵에 과일에 아이스크림까지 바리바리 사들고 왔다.

씻고 좁은 건너방에서 주무신다는 두 언니에게 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