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소리 - 박형준(1966~ )
내가 잠든 사이 울면서
창문을 두드리다 돌아간
여자처럼
어느 술집
한 구석진 자리에 앉아서
거의 단 한마디 말도 하지 않은 채
술잔을 손으로 만지기만 하던
그 여자처럼
투명한 소주잔에 비친 지문처럼
창문에 반짝이는
저 밤 빗소리
밤에는 편지를 쓰지 말라고 했던가. 차마 부칠 수 없는 감정의 잔해들 때문이리라. 밤늦게까지 부스럭대다 깜박 잠든 사이 다녀간 당신이 있다. 그 밤, 울면서 창문을 두드리다 뒤돌아서 간 당신 대신 오늘 밤 창문을 두드리는 빗소리를 듣는다. 세월이 지나면 누구나 그런 사람 하나 가슴에 묻고 있을 것이다. 그래야 청춘을 통과한 것이다. 술집 한구석에 말없이 술잔을 만지작거리기만 하던, 어렵게 말을 건네면 희미하게 웃으며 머리를 쓸어 올리기만 하던, 하얀 손가락 끝에서 놀던 투명한 소주잔에 남은 지문같이 아련하게 지워지지 않는 사람. 비 오는 날 밤의 일렁이는 감정을 이렇게 투명하게 추스를 수도 있구나. 느리지만 담담한 따뜻함이 묻어나는 말씨를 가진 박형준 시인을 빼닮은 시이다. 오늘 밤 오랜만에 그에게 안부 전화라도 한 통 넣어야겠다. 그리고 짓궂게 물어야겠다. 비 오는 날 밤 창문에 반짝이는 빗소리로 다녀가신 이 누구냐고. (곽효환·시인·대산문화재단 사무국장)
하늘 관계자 덕분에 멋진 재즈 공연을 보게 되었다.
천숙샘을 아주 오랫만에 만나니 정말이지 서로 못 알아볼 지경.
샤프하던 인상에서 우아한 여인으로 변했지만 또 다른 분위기의 멋스러움이 보인다.
5시반 이태원역에서 만나 맛있는 만두를 종류별로 먹고 한강진역까지 걷기.
생각보다 거리가 가깝다.
삼성의 블루스퀘어라는 콘테이너 방식의 특이한 인테리어.
하늘의 관계자를 망라한것 같은 오늘. 퇴직하면 방송국 방청객 모으는 알바하면 대박날듯 싶다 웃었다.
지하3층이라는 특이한 구조의 홀에서 멋진 연주를 보는데 재즈는 즐기는것 같은데 관객 분위기가 업되지 않아 다소 아쉬웠다.
헌데 재즈와 아무 상관없는 한 출연자 때분에 분위기가 엉망이 되어 마지막 보컬리스트가 열창을 했음에도 분위기가 업되지 않는다.
결국 끝난줄도 모르게 끝나 버렸고 앵콜도 하지 않았는데 앵콜곡을 한다 나오는 이상한 해프닝.
관객이 너무 점잖아 공연이 정말 힘들었다고...
아무튼 공연은 두곡 빼고는 아주 멋졌다.
10살만 젊었어도 훨씬 즐길 수 있었을 텐데.
이덕 저덕에 요즘 문화생활을 자주 한다.
고마우이 칭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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