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13산행일기

혹서기 산행이 납량 특집 될뻔 (영춘기맥, 가락재-박달재, 8/4)

산무수리 2013. 8. 8. 23:36

몸살 - 이기인(1967~ )


늦봄과 초여름 사이 찾아온 감기가 좀 나아질 무렵

하루 세 번 챙겨먹은 약봉지가 식탁위에 덩그러니 남아 있다

부스럭부스럭 찾아오신 어머니가 감기를 가지고서 고구마 줄기처럼 고향으로 내려가셨다

감기가 좀 나았다는 소식을 듣고서 소나기가 좀 억세게 오는 것 같다

윗목에 앉아 억세게 비를 맞고 계신 큰 잎사귀의 몸살을 본다

자취생의 원칙. 첫째, 친구를 들이지 말 것. 허전한 마음을 다잡으려면 머물고 간 시간의 곱절이 요구됨. 둘째, 혼자 있는 게 힘들 땐 산책을 할 것. 셋째, 음악을 듣되, 건조한 클래식이나 록 혹은 메탈일 것. 김광석이나 이소라는 절대 피할 것. 미칠 수도 있으며 아무 일도 손에 잡히지 않음(가슴이 찢어진 경우도 실제 있었다고 전해짐). 넷째, 가급적 부모님과 통화하지 않을 것. 끊고 나면 내가 뭘 하고 있나 한탄하며 아무 일에도 집중하기 어려워짐. 반찬을 들고 시골서 올라오신 어머니에게 도서관 간다며 내빼고서, 하루 종일 놀다 돌아온 나를 기다리는 건, 말끔해진 방과 깨끗이 빨아 차곡차곡 개어진 빨래들. <조재룡·문학평론가·고려대 교수>

 

산행일: 2013. 8.4 (일)

코스개관: 가락재 터널 - 가락재 -  임도 - 709.4m봉 - 가지울고개 - 751m봉 - 776.9m봉 - 대룡산( 899m) - 사격장 -  735m봉 - 712m봉 - 박달재 - 북방리  (9;10~ 17:30)

날씨: 흐린 시간이 더 많았고 막판 소나기

멤버: 당나귀 10명

 

5박6일 청소년 백두대간 생태탐방을 다녀왔고 오자마자 친구들과의 1박여행 그리고 오늘.

백두대간 마지막 날 설악산 산행인데 아침부터 갑자기 어지러움에 설악을 포기했었다.

헌데 오늘 그날 보다는 경미하지만 약간의 어지러움이 느껴진다. 불안해 진다.

아침 일찍 카풀 하러 와 준 총무님. 까멜이 못 온다고 해 시간이 당겨졌다고....

버스를 타니 불안감이 현실로. 달랑 10명. 어쩔 수 없이 누워 가지만 마음은 편치 않다.

버스는 휴게소도 쉬지 않고 내처 달리더니 산행 출발지점에 내려놓는다.

날씨 때문에 코스를 두번 변경했고 오늘 코스도 좀 쉽게 하고자 역으로 진행한다고...

지도에는 짧다지만 경험상 진짜 봐 준 경우는 거의 없었다.

 

 

 

 

 

 

염려는 현실이 되 버렸다.

오늘은 산행 기점 조차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기사님 차에 있는 낫으로 길을 뚫고 가던 총무님이 되돌아 나오신다. 땡벌집이 있다고... 나중에 보니 손등에 물려 손이 퉁퉁 부었다.

조금 더 올라간 지점을 기사님이 낫으로 길을 뚫어 겨우겨우 산에 붙었다.

겨우겨우 능선에 붙는데 저질 컨디션은 나만 그런게 아니고 미경씨는 심장이 오그라 드는 느낌으로 힘들다고.....

임도가 나왔다. 주저 앉아 무조건 쉬어 주기.

 

 

 

 

 

 

 

 

 

오늘 날씨도 흐리고 강원도여서인지 기온도 안양에 비하면 시원한데도 힘들다.

이대장은 속이 안 좋다고 후미에서 헤맨다. 회장님도 아직 정상 컨디션이 아니라고....

지난번과 달리 이번 산길은 태풍 피해가 제법 많은것 같다. 나무 쓰러진 곳이 제법 많다.

힘들어하는 후미를 알뜰히 챙겨주는 신천씨. 오라버니 노릇 제대로 해 준다. 늘 고맙다.

헝클어진 나무 사이를 뚫고 겨우겨우 가 보니 큰 나무 쓰러진 곳에 앉아 후미를 기다려 준다. 엎어진 김에 쉬어 간다고.....

이곳에서 무거운 미경씨 과일을 나누어 먹었다. 늘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와 힘들어 하면서 간식을 바리바리 싸온다.

난 오늘 내 몸만 해도 무거운지라 다 빼놓고 밥과 물만 달랑 싸왔는데.....

 

 

 

 

 

 

 

 

 

 

 

 

미경씨 탈출한다던 가지울 고개는 어느새 지나 버린것 같다.

헐, 이젠 어쩔 수 없이 끝까지 가야 하는것 같다.

가지울을 지났으면 정상은 그만큼 가까워 지렸다? 아싸~

대룡산 가기 전 암릉성 길이 보이는데 우회를 해서인지 큰 문제는 되지 않는걸?

정상 가기 전 바위에 앉아 기다리시는 작가님.

그 자리에 서서 우리가 온 길을 내려다보니 경치가 장난이 아니다. 우와 멋지다....

 

 

 

 

 

 

송전탑 지나고 정상 가기 전 멋진 조망터가 있다고 해 그곳까지 가서 점심 먹자는 회장님.

헌데 송전탑 지난 오르막이 은근히 힘이 든다. 후미 백성들은 더 그런것 같다.

정상 가 밥 먹다간 탈진할것 같다. 대충 자리 잡고 후미 오길 기다렸다 점심 먹기.

다들 힘 빠지고 멤버도 줄어 반찬이 지난번보다 부실하다. 그나마 미경씨표 냉커피를 마실 수 있어 다행이다.

배낭도 조금 가벼워졌으니 다시 출발 해야지?

 

 

 

 

 

 

 

 

 

 

 

 

 

 

밥 먹은 자리에서 20여분 더 가니 보이는 조망터는 조망은 좋은데 땡볕이다. 이곳에서 멀리 보이는 곳이 홍천 가리산이라고....

헌데 이곳에서 만난 사람들은 구두에 쓰레빠네?

방송국 송신탑이 몇개 보이고 조금 더 진행하니 보이는 대룡산 정상석. 그리고 정상석 바로 아래 전망 데크. 그리고 보이는 임도와 차량들.

정상 인증샷 하고 데크에서 모처럼 10명이 함께 사진 찍고 출발.

 

 

 

 

 

 

 

 

 

 

대룡산 정상 지나 우측으로 보이는 임도. 한팀은 아예 처음부터 임도로 가고 우리는 산길을 따라 걷다 임도에서 만났다.

산길로 계속 가면 공군본부라고 한다. 임도는 군데군데 무너져 있다. 수해가 많았나 보다.

한참 걸어가니 보이는 사격장. 사격장은 지나가야 하나보다.

 

 

 

 

 

 

 

 

 

 

 

사격장 찾아 올라가는데 계곡이 거의 휩쓸려 나간 모양이다. 우리가 갈 길도 겨우 찾아 장애물을 피해서 겨우 이어가기.

군데군데 철조망이 쳐 있고 지뢰 경계 표지도 보이고 길은 아주 그지같고....

그래도 한참 올라가니 보여주는 멋진 조망. 여기서 보이는 능선이 연엽산이라는데 박달재에 이어서 갈 곳이라고.....

 

 

 

 

 

 

헌데 조망터를 지나고 나서 보이는 낭떠러지 성 길. 설상가상으로 비까지 내리기 시작하는데 지뢰까지 하나 보인다.

헐~ 미끄러지면 그대로 부상으로 이어질 길인지라 온몸 굼벵이 모드로 거의 기어가기. 어느 정도 안전 지대에 오니 비가 굵어진다. 잠시 내리는 비 피했다 다시 출발.

여기서도 길은 잘못 하면 알바 하기 딱 좋은길을 지나고 비로소 안전지대에 겨우 진입. 휴~ 조금만 더 가면 박달재라고.....

 

 

 

 

 

 

마음의 여유가 좀 생기는것 같다. 후미 기다렸다 간식도 먹고 조금 더 내려오니 보이는 박달재.

아싸. 여기서 길이 양갈래인데 왼쪽으로 내려서야지 오른쪽으로 내려서면 차가 없다고....

헌데 비가 제대로 내리기 시작한다. 잠시 기다리니 조금 가늘어 져 출발.

 

 

 

 

 

 

박달재까지만 오면 곧 끝인줄 알았다.

계곡을 만났다. 길이 조금 헝클어졌지만 염려하지 않았다. 헌데 내려올 수록 길이 점점 더 험해지고 계곡은 엉클어져 내려설 수가 없다.

어쩔 수 없이 계곡을 피해 능선으로 붙는데 정상 등산로가 아니어서 군데군데 살 떨리는 길이 자꾸 나온다.

만약 정상적으로 이쪽에서 시작했다면 산행을 제대로 했을까 싶게 길이 엉망이다. 그럼 이 길 다음에 또 와야 하는거야?

다음에도 하산인데 그땐 물이 줄어들어 좀 수월하지 않겠냐는 총무님.

아무튼 총무님이 앞에서 길을 찾으면서 힘들게 꼬박 1시간을 내려와 안전지대에 겨우 내려섰다. 휴~ 죽을뻔 했네.....

 

 

 

 

곧 보이는 민가도 수해 피해로 축사 오물이 밖으로 밀려 나와 있고 계곡 아래쪽도 아주 멋졌을것 같은데 거의 망가졌다.

남자들은 대부분 위 계곡에서 씻고 여자들은 차 세워놓은 마을회관 앞 수돗가에서 씻기.

어느 한 남자만 수돗가에서 반 누드로 씻었다던가?

젖은 옷 갈아입고 출발.

 

 

 

 

춘천과 홍천 시계에세 출발했는데 끝난 곳은 홍천 북방리.

나름 유명하다는 홍천민물매운탕집에서 잡어 매운탕으로 저녁 먹기.

7시30분 경 출발. 염려대로 피서 피크인지라 길은 어마어마하게 막혀 가까운 곳 산행임에도 집에 늦게 귀가 하니 아우성이다.

힘든 하루였다....

 

 -이작가님 사진, 동영상 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