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행성을 지나는 늙은 선로공 - 황병승(1970~ )
하늘은 맑고 시원한 바람이 나뭇가지를 흔드는 오후
빛바랜 작업복 차림의 한 늙은 선로공이
보수를 마치고 선로를 따라 걷고 있다
앙상한 그의 어깨 너머로
끝내 만날 수 없는 운명처럼 이어진 은빛 선로
그러나 언제였던가, 아득한 저 멀리로
화살표의 끝처럼 애틋한 키스를 나누던 기억
보수를 마친 한 늙은 선로공이
커다란 공구를 흔들며 선로를 따라 걷고 있다.
철로의 매력은 아주 드물게 서로 교차한다는 데 있다. 당신과 나도 그랬으면 좋겠다. 일정한 거리를 두고 서로 마주본다면, 일정한 거리에서 서로 말을 주고받는다면, 일정한 거리만큼 무관심하거나 관심을 갖는다면 좋겠다. 끝내 하나가 될 수 없는 운명이라도, 아주 가끔씩 교차하고, 아주 가끔 무너지고, 아주 조금 속 얘기를 털어놓고, 아주 작은 약점을 서로에게 보여준다면, 그래서 잠시 선로에서, 일상에서, 삶에서 이탈할 수 있다면 좋겠다. 타인은 일정한 간격을 두고 나란히 함께 갈 때만 반짝거리는 항성이 되는가. <조재룡·문학평론가·고려대 교수>
산행일: 2013. 8.7 (수)
코스개관: 백무동-세석-장터목-천왕봉-장터목-중산리 (4:00~ 1:30)
날씨: 화창한 여름
멤버: 둘
백두대간 행사 하고 짬짬히 공적 출장 빼고 지리에 가고 싶어 벽소령 1박 예약 했다. 헌데 작년에 이어 올해도 멤버 구성이 힘들다.
남의편은 1박은 절대로 안 간다고 해 할 수 없이 기차표도 취소하고 대피소도 포기하고 무박으로 짧게 다녀오기로 했다.
자정 출발하는 백무동 행 버스를 타고 4시 도착. 헌데 홀로 온 여인 배낭이 없어졌다고... 미리 내린 사람들이 잘못 들고 간것 같다. 헐~
10여명 내린 중 장터목으로 올라가고 세석은 우리 이외 2명이 우리를 앞질러 휘리릭 가버렸다.
이쪽 길은 히대장 따라 올라간게 전부. 길은 장터목 길보다 순하다. 보이진 않지만 계곡 물소리가 아주 시원하다. 보이면 더 멋질텐데 아쉽다.
5시 반이 되니 서서히 보이고 랜턴을 켜지 않아도 된다. 계곡 물소리가 시끄럽다.
예전에 비해 등산로가 많이 정비된것 같다. 나무 데크를 많이 깔아놓아 조금은 수월해 졌다.
오늘 배낭, 당일 산행보다도 가벼운것 같다. 최소한의 것만 챙겼고 그나마 무거운건 넘의편 배낭에 들어있다.
마지막 폭포인 한신폭포에서 앞서 갔던 두사람을 우리가 따라 잡았다.
이젠 1K 정도 남은것 같은데 마지막 1K가 기운을 빼 가도가도 거리가 줄지 않는다.
세석에서 하산하는 사람들이 드디어 보이기 시작. 한 사람은 다리가 불편해 보인다. 파스라도 준다고 하니 무릎 통증으로 파스가 별 효과 없는것 같다고 사양.
노무무가 내려가도 젊은 처자 둘이 내려가는데 스틱을 꼽고 내려가며 날보고 얼마나 걸렸냐고 물어보며 빠르다고...
스틱 왜 안쓰냐 하니 누군가 바위 산에서 스틱 잘못 쓰면 다친다고 했다고...
헐, 이런 하산길 무릎 보호를 위해 써야 하는데? 그래요?
기운없어 하는 날 보고 얼마 안 남았다고 힘내란다. 헌데 힘이 안난다.
죽을 힘을 다해 가니 세석 갈림길이 나왔다. 휴~
세석에 들려 물도 보충하고 아침 먹고 가자는데도 그냥 올라가잔다.
올라가 전망 데크에서 사 온 김밥을 먹는데 다 못 먹고 남겼다.
지리는 어제 비가 많이 내렸단다. 그래서인지 오늘 날씨 그 어느때보다 맑고 깨끗하다.
길은 간간히 질긴 하지만 산행에 장애가 될 정도는 아니다.
세석에서 장터목은 비교적 수월하고 짧은 구간인데도 오늘 그길도 만만치 않았다.
남의편 작품 활동 하는 동안 부지런히 장터목을 향해 가는데 이길도 멀었다. 종주 포기하길 잘한것 같다.
장터목에 도착하니 여긴 공사판이다. 대피소를 중축 하는것 같아 머물고 싶지 않게 어수선 하다.
간식 하나 먹고 얼른 출발.
제석봉 올라가는 곳도 얼지 않았는데도 힘들었다.
그래도 여름산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야생화가 흐들어진 지리, 지리에서만 맛볼 수 있는 경치인것 같다.
제석봉 지나고 통천문 지나고 마지막 천왕봉 올라가는데 체력이 바닥이 나 정말이지 기다시피 올라갔다.
늘 마지막 1K가 문제인것 같다. 갑상선 기능 저하가 문제 되는 건가? 그나마 어지럽지 않아 다행이다.
정상에는 사람이 많지 않아서인지 한팀이 여러장의 사진을 찍어내 사진 찍기는 더 나쁘다. 정상 사진 찍는걸 포기하고 오늘은 계곡으로 하산하기로....
다시 장터목으로 내려와 물 보충하고 계곡길 내려가는데 이 계곡길 내려가는데 정말 힘들다.
오른쪽 무릎에서 신호가 와 올라가는것 못지 않게 힘들고 거리도 줄지 않는다. 날씨는 한낮이라 지리인데도 덥다.
내려가는 사람도 거의 없다.
이 길 자주 오진 않았지만 그래도 몇번 와 본 길인데 생각보다 멀었다.
여기도 역시나 수해를 입은 곳이라 길이 많이 변했고 나무 데크를 많이 깔아놓아 길은 조금 순해진 느낌.
헌데 길이도 늘어난것 같다. 전에 왔던 계곡과는 전혀 다른 느낌.
마지막 폭포 보고 거의 다 온 줄 알았는데도 아직 멀기만 하고 법계사 능선길과 만나는 칼바위가 이렇게 먼줄 정말이지 예전이 미처 몰랐다.
드디어 능선길과 만나는 다리가 이렇게 반가울 수가......
능선길과 만나고 나서도 30분 꼬박 내려가니 산행 종점이 나온다.
휴~ 그나마 무릎은 뻣벗하긴 해도 아프지 않아 무사히 내려올 수 있었다.
버스 시간을 보니 애매하다. 원지 나가도 목욕탕도 여름이라 안할것 같고 어째야 하나....
일단 버스 타는곳 까지 걸어 내려가는데 택시 한대가 진주까지 3만원을 부른다. 우린 원지까지 간다고 하니 2만원에 해 준다고...
힘들어 택시 타고 도중 진주 가는 사람들 만원씩 받기로 하고 편안하게 원지까지 나갔다.
혹시나 해 목욕탕 가 보니 역시나 21일까지 휴업한다고....
작년 가을 여산과 셋이 왔단 경호강 어탕집에 가서 늦은 점심 시켜놓고 버스로 3:20 차 예약 해 놓고 화장실에서 세수하고 발 닦고 옷 갈아입고 밥 잘 먹고 아이스크림도 먹고 버스 타고 출발.
버스 타기 전 날이 어찌나 더운지 정말이지 죽을 지경이다.
차는 조금 막혔지만 서울 근교산보다 집에 더 빨리 귀가.
여름 행사로 하던 지리산 종주는 이젠 물 건너간건가?
그나마 가벼운 배낭과 넘의 편 덕분에 이렇게라도 지리를 다녀올 수 있어 아쉬움을 달래야 하는 건가?
-남의편의 내사진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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