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노트에서 - 장석남(1965~)

그때 내 품에는
얼마나 많은 빛들이 있었던가
바람이 풀밭을 스치면
풀밭의 그 수런댐으로 나는
이 세계 바깥까지
얼마나 길게 투명한 개울을
만들 수 있었던가
물 위에 뜨던 그 많은 빛들,
좇아서
긴 시간을 견디어 여기까지 내려와
지금은 앵두가 익을 무렵
그리고 간신히 아무도 그립지 않을 무렵
그때는 내 품에 또한
얼마나 많은 그리움의 모서리들이
옹색하게 살았던가
지금은 앵두가 익을 무렵
그래 그 옆에서 숨죽일 무렵
간신히, 아주 간신히, 마음의 평정을 얻게 되었더라도, 상태를 유지하는 건 쉽지 않다. 죽을힘 다해 노력해서 누군가를 향한 그리움을 단속하게 되었다. 달아나려는 감정의 가닥들을 한 곳에 쑤셔 넣은 후, 도망가지 못하게 꿰매놓았다. 그래 봤자 거개가 헛수고였음을 젊은 날의 경험이 아니어도 잘 안다. 조금이라도 방심하는 순간, 봉합해놓은 부분이 부풀어 오르고 이내 걷잡을 수 없이 터져버리기 때문이다. ‘간신히 아무도 그립지 않을 무렵’을 그래서 나 같은 범인은 상상조차 할 수 없나 보다. 시인은 단연코 인내의 챔피언이다. 앵두 한 알에 그러쥔 그리움을 담고 또 그 앵두를 만지작거리면서 살아왔다고 한다. 그 세월이 어떠했는지, 앵두의 색깔이 얼마나 붉을지 나는 짐작할 수조차 없다. 아니 누가 그 앵두를 맛이나 보려 하겠는가? <조재룡·문학평론가·고려대 교수>
뜨란채아파트-봉수대-고은초등학교
모처럼 하늘과 함께 걸은 안산.
순한공주와 리사는 공사 다망해 아쉬운대로 둘이 갔다.
공사중인 곳이 많아 불편하긴 했지만 서대문쪽 데크길은 아주 환상이다.
내친 김에 인왕산까지 염두에 두었으나 데크 거의 끝까지 가다보니 홍제동. 너무 멀리 왔다.
아쉬움들 뒤로 하고 버스로 경복궁역으로 와 체부동잔치집에서 잔치국수와 수제비로 늦은 점저를 먹고 민석카페라는 책을 인테리어로 쌓은 찻집에서 맛좋은 케잌과 커피로 마시고 몸에 이은 마음의 힐링까지 하고 집으로~
'산행기 > 2013산행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을지리2 (10/3) (0) | 2013.10.05 |
---|---|
가을지리1 (10/2~3) (0) | 2013.10.05 |
연휴 끝도 산행으로 마무리? (백운-광교산, 9/22) (0) | 2013.09.22 |
연일 북한산으로 출근? (9/21) (0) | 2013.09.22 |
영랑산악회 번개산행 (북한산, 9/20) (0) | 2013.09.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