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13산행일기

가을지리2 (10/3)

산무수리 2013. 10. 5. 21:14

어깨 너머의 삶 - 장이지(1976~ )


그는 보잘것없는 사람이다.

그에게는 소매 끝이 닳은 양복이 한 벌 있을 따름이다.

그 양복을 입고 딸아이의 혼인식을 치른 사람이다.

그는 평생 개미처럼 일했으며

비좁은 임대 아파트로 남은 사람이다.

아침에 일어나 신문을 보는 굽은 등

투박한 손을 들키는 사람이다.

그는 그 거대한 손으로만 말을 할 줄 알았다.

언젠가 그가 소중하게 내민 손 안에는

산새 둥지에서 막 꺼내온 헐벗은 새끼 새가

눈도 뜨지 못한 채 새근대고 있었다.

푸른 숨을 쉬고 있었다.

그때 어두움의 음습한 숲에서

홀로 빛나던 새는 지금 어느 하늘을 꿰뚫고 있을까.

(…)

닳아빠진 양복을 입고 선술집에 앉아

그는 술잔을 앞에 둔 채 어깨 너머에서 묵묵했다.

그 초라한 어깨 너머를 보고 싶은데

차마 볼 수 없는, 엄두가 나지 않는

그는 어깨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던

그런 사람이다.

시가 승자에게 건넬 말은 별로 없다. 찬란한 승리에는 삶에서 연민을 도려내고 마는 무자비한 칼날이 숨어 있다. 시는 월계관을 쓴 광장 한복판의 동상을 닮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을 위한 자리를 마련하지 않는다. 시는 연약함과 남루함, 투박함과 비루함에서 양분을 취해오고, 보잘것없는 존재들에게서 순결한 정신을 길어 올린다. 사칭이나 기만을 통해서는 획득될 수 없는 무언가를 소유한 사람들은, 설령 삶에서 낙오한 것처럼 보일지라도, 결코 보잘것없는 존재가 아니다. 시인은 삶을 온몸으로 견디며 살아온 사람만이 삶을 사랑할 자격이 있다는 사실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안다. <조재룡·문학평론가·고려대 교수>

 

 

 

 

 

 

 

 

 

 

 

 

 

 

 

 

 

 

 

 

 

 

 

 

 

 

 

 

 

 

 

 

 

 

 

 

 

 

 

 

 

 

 

 

 

 

 

 

 

 

 

 

 

 

 

 


 

 

 

 

 

 

 

 

 

 

 

 

 

 

 

 

 

 

 

 

 

3시가 좀 넘으니 부지런한 사람들은 벌써 차비를 하고 나선다.

언제 출발할지 몰라 4시반경 마루에 나와 기다리는데 남의편이 안 나온다.

5시 다 되 나온다. 12시부터 잠이 깨 자다 깨다 했단다.

세석에서 장터목이 제일 경치 좋은 곳인데 이곳을 해 없을때 보면 아깝다고 아침 먹고 가자 했다.

라면 하나, 햇반 하나로 아침을 때우고 물 조금만 채우고 6시 출발.

촛대봉에 올라가니 일출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다. 해는 구름 사이에 가리긴 했지만 아무튼 떴다.

해 뜨고 나서도 촛대봉 뒷쪽을 잠시 보고 가자고 한다.

이쪽이 단풍도 곱지만 작년에 걸었던 삼신봉 능선길이 아름답다. 한참 남의편 작품활동 하고 7시 출발.

 

어제보다 오늘은 구절초가 곱다.

장터목 가는길 단풍이 자주 보여 자주자주 멈춰 사진 찍고 가기.

장터목 가까워질 수록 멋져지는 경치.

장터목에 오니 사람도 많은데다 공사중이라 공사판이라 어수선하다. 이곳에서 아침 안먹길 잘했다 싶다.

공사용 자재 나르는 헬기가 계속 뜬다고 먼지 조심하라는 방송이 나와 빨리 출발해 제석봉 데크에 올라가 쉬며 간식 먹기.

 

제석봉에서 천왕봉 가는 길은 역시나 힘이 들었다. 더구나 오늘은 휴일이라 사람들도 점점 많아지더니 정상에 가니 정상석을 에워싼 사람들로 정상석이 보이지도 않는다.

사진 찍기를 포기하고 남의편은 중봉 단풍 찍고 온다고 해 혼자 천왕봉 정상 바람 안부는 햇살 따뜻한 곳에서 앉아 기다리려니 중산리에서 올라온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더니 급기야 정상에는 사진 찍기위한 줄까지 생겼다. 헐~

오늘 날씨도 좋고 구름도 멋지다.

30여분 만에 남의편이 되돌아와 하산하는 이 길은 작년보다 단풍색이 고와 덜 힘들다.

이 길로 올라서는 사람들은 오늘 날씨가 더워져 힘들어보인다.

그래도 이 길을 내려서는 길은 힘들다. 무릎을 보호하고자 팔과 다리에 힘을 주다보니 허벅지와 종아리는 물론 팔까지 뻐근하다.

끊임없어 올라오던 사람들이 법계사 가니 소강상태를 보인다.

 

법계사도 들렸는데 여기는 불사가 한창이라 조금은 어수선하다.

로타리 휴게소에서 쉬며 간식 먹고 내려가는 계단길은 정말이지 지루하고 가고 싶지 않은 길이다.

이 길을 올라서는 사람들은 정말이지 죽을 맛일것 같다.

무사히 계곡과 만나는 길과 만나고 여기서도 한참만에 산행 끝.

대간때 설악을 못가 이젠 정말 저질체력이 된건가 걱정했는데 무사히 종주하게 되 정말 기뻤다.

원지 나가는 버스시간이 3시40분. 40여분 여유가 있어 부지런히 걸어 내려가 화장실에서 세수하고 발 닦고 옷 갈아입고 출발.

전화로 4;20 버스 예약하고 어탕국수집에 가니 문을 닫았다. 동네 분들이 단골 어탕국수집을 알려주어 이곳에서 늦은 점심을 먹고 버스 타고 집으로~

가을 지리에 들 수 있어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