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14 산행

징하게 길었던 영춘기맥 (전재-황곡,1/19)

산무수리 2014. 1. 21. 23:19

흙은 사각형의 기억을 갖고 있다
- 송찬호(1959~ )

장지의 사람들이 땅을 열고 그를 봉해 버린다 간단한

외과수술처럼 여기 그가 잠들다

가끔씩 얼굴을 가린 사람들이

그곳에 심겨진 비명을 읽고 있다

흙은 사각형의 기억을 갖고 있다

단단한 장미의 외곽을 두드려 깨는 은은한 포성의 향기와

냉장고 속 냉동된 각진 고기덩어리의 식은 욕망과

망각을 빨아들이는 사각의 검은 잉크병과

책을 지우는 사각의 고무지우개들

오래 구르던 둥근 바퀴가 사각의 바퀴로 멈추어지듯

죽음은 삶의 형식을 완성하는 것이다

미래를 예언하듯 그의 땅에 꽃을 던진다

미래는 죽었다 산 자들은 결코 미래에 도달할 수 없다

그러나 산다는 것은 얼마나 찬란한 한계인가

(하략)

집 마당에 소박하니 작은 밭이 있어 이것저것 키우는 재미를 알게 된 올여름이었습니다. 고추 매운 거 알고, 가지 보라인 거 알고, 방울토마토 동글하다는 거 앎으로써 이 모든 생명의 신비쯤이야 모를 게 뭐람, 잘난 척해온 것도 사실인데요. 그 앞에서 무릎 탁 꿇게 된 게 고추 꽃이 가지 꽃이 방울토마토 꽃이 어쩜 그리 예쁘던지 열매는 영 뒷전이더라고요. 내년엔 더 다양한 꽃을 보자. 겨울을 앞두고 집을 찾은 아빠가 그 밭을 갈아엎고 났을 때 평평하고 반듯한 직사각형의 네모로 흙이 다져져 있었어요. 딱 관 누일 자리만큼요. 무슨 연유에서인지 아빠가 밭 한가운데에 삽을 꽂아놓고 갔더라고요. 삽의 그 꽂힌 모양새가 순간 아빠의 등뼈같이 보였던 건 왜일까요. 당분간 삽을 뽑지 않을 참이에요. 소복소복 눈도 맞게 할 참이에요. 헛질일 때 삽질이라 다시는 말하지 않을 참이에요.<김민정·시인>

 

산행일: 2014.1.19 (일)

코스개관: 전재-메화산-어령재-치악산 비로봉-입석사-황곡 (9:10~18:30)

날씨: 추웠던 날씨가 풀리는 화창한 겨울날

멤버: 당나귀 12명

 

1월 신녀산행을 아프리카 대륙에 다녀오느라 부득이 빠지고 모처럼 참석하는 당나귀 산행.

코스안내가 문자로만 왔고 홈피에는 올리지 않는다고.. (비법정 탐방로라지?)

치악산 구간, 기대도 되지만 끊을 곳이 없어 길다는 이야기를 들은지라 기냐고 하니 길지는 않고 조금 굵다는 총무님 답변.

아무튼 오랫만에 긴장된 마음으로 참석.

새신자도 보이지만 동상들이 안 보인다. 오늘 코스 미경씨 못 온다고 얼른 잡은 코스란다. 조금 걱정된다.

일단 잤고 새말 휴게소에서 잠시 쉬는데 관광버스가 장난이 아니다. 다들 어디로 가니?

난 오늘 디카도 사무실 서랍에 놓고 온지라 아쉬운대로 스마트폰으로 찍으려니 손도 시렵고 시간도 오래걸리고 햇살이 비치면 화면이 제대로 안 보인다.

아무튼 인증샷 찍고 출발.

 

 

 

 

 

 

 

 

 

스패치 혹시나 해 찼는데 그래도 강원도라서인지 눈이 거의 안 왔다는데도 눈이 제법 많다.

초장 철조망 비껴 들어가더니 길은 비교적 순탄한데 선두가 쉬지도 않고 내 달리니 죽을 맛이다.

설상가상으로 바람이 차 잠바를 입고 가니 더워 못 가겠다. 그래 잠바도 벗고 죽어라 쫓아가는데 쉴 줄을 모른다.

좀 쉬었다 가자구요?

헬기장이 나오니 그제서야 쉰다. 킬리만자로 가는것 보다 더 힘들다. 휴~

모처럼 회장님 배낭의 과일이 제일 먼저 나왔다. 먹고 다시 출발.

 

 

 

 

 

2시간 여 만에 매화산 정상. 여기도 1000이 넘는데 오늘 이런 봉우리를 5개 넘어야 하고 그중 최고봉이 비로봉이라고....

오늘 산행, 오르막에 눈을 밟으면 다져지는게 아니라 부서져 내린다. 자연 자꾸 밀리니 뭔가를 붙잡고 힘써야 겨우 올라설 수 있다.

자연 시간이 오래걸리고 다리에 힘도 팍팍 들어간다.

새신자께서는 옷을 따뜻하게 입고 힘겹게 가신다. 감기가 걸렸고 배낭에 막걸리가 들어 무겁다고 하신다.

회장님 지인이시라고 해 회장님게 책임 지시라 하니 이대장 매화산에서 막걸리 먹자 한다.

막걸리 한잔 한 새신자께는 좀 힘이 난다고 좋아하신다. 역시나 장학생?

매화산 정상에서 내려가자마자 정임씨 와장창 넘어지는걸 보고 다들 놀래 아이젠을 찼다.

 

 

 

 

 

 

얼마 가지 않았는데 햇살 따뜻하고 바람 안 부는 밥 먹기 좋은 자리가 있다고 밥 먹고 가자고 선두가 기다리고 있다.

12시도 아직 멀었는데, 오늘 산행도 길다는데. 헌데 회장님 국민이 원하는데 어찌 거부하냐고 결재가 났다.

아싸, 나도 오늘 배낭이 무겁게 느껴지는데 잘 됐다 싶다.

오늘 생일이라고 잘 먹고 잘 살려고 미역국, 나물, 잡채를 한지라 나물, 잡채를 싸왔다. 아무튼 배부르게 먹고 총무님 더덕차까지 후식으로 먹었다.

겨울인데 웬 더덕이냐고 하니 마지막 더덕이라고... 지난 신년산행에도 마지막이라고 들고 왔다는데 또 마지막?

마음도 몸도 훈훈하고 배낭은 조금 가벼워져 즐거운 마음으로 출발.

 

 

 

 

 

 

2번째 봉우리인 천지봉에 도착.

하니조는 사진도 안 찍고 내달려 보이지도 않는다. 러셀도 제대로 안 된 산길을 두 여인이 헤치고 간다. 참으로 천하장사가 따로 없다.

오늘 스패츠 안하고 고어 신발 아닌 사람들은 신발이 젖어들어오나보다.

여기서 4시간 정도 더 가야 비로봉이라는데....

 

 

 

 

 

 

 

 

 

 

 

 

 

 

 

 

 

 

 

 

 

 

 

 

 

 

 

 

 

 

여기서 비로봉까지 가는길 정말이지 멀었고 눈은 많이 쌓여 있어 길 찾기도 쉽지 않았고 후미의 새신자는 보이지도 않고...

중간 그룹도 이렇게 힘든데 후미는 얼마나 힘들까 정말이지 내내 걱정 된다.

오늘 점심도 일찍 먹어서 시간이 지나니 출출해지는데 배부른 간식이 별로 없는것 같다.

일단 빵이 있어 나누어 먹었다. 겨울인데도 물이 떨어진 사람도 있었다.

정신 없이 나오느라 아이젠 안 가져온 사람도 있고 헤드랜턴도 없는 사람도 있고....

아무튼 갈 길은 멀고 비로봉은 멀리 보이더니 그래도 죽을둥 살둥가니 점점 가까워지긴 한다.

중간 잠시 길을 잃을뻔 했는데 다행히 길은 잘 찾았는데 곧 도착할것 같던 비로봉이 몇 구비 돌아돌아 가니 겨우 나온다.

선두는 기다리다 얼어죽을 지경인가보다. 시간은 벌써 5시.

후미를 기다릴 수 없고 곧 해도 지는지라 이대장, 총무님이 후미 기다리기로 하고 우리들은 먼저 출발.

 

 

 

 

 

 

그나마 다행인건 비로봉에서 입석사 가는 길은 우리가 온 길에 비하면 탄탄대로고 눈도 잘 다져져 있다는 것.

해지기 전에 내려가느라 각자 내 달린다.

구룡사 방향과 함께 가다 갈림길에서 왼쪽길이 입석사 가는길이다.

처음엔 길이 거의 평지 수준이더니 입석사 800m 지점부터는 경사도 급해지고 눈도 거의 없은 팍팍한 계단길이 나온다.

왜 이리 안 나타나는지....

아무튼 해 꼴딱 졌지만 랜턴 켜지 않고 1시간 만에 비로봉에서 입석사 무사히 도착.

입석사에서 황곡까지는 포장도로라 랜턴 없어도 가는데 지장은 없다.

입석사에서 30분 걸어 내려가니 차량 통제지점인 주차장이 나온다. 여기서 더 20분 정도 걸어 내려가는데 선두가 우리차를 타고 올라오고 있다.

주차장에서 거의 1시간 정도 기다리니 후미까지 무사히 도착. 휴~

 

원래 오늘 산행이 7시간 정도 걸린다고 한다. 헌데 눈 때문에 산행 시간이 엄청 길어졌다.

이젠 6시간 넘는 산행은 힘에 부친다.

날씨, 계절을 고려해 길이를 적절하게 조절했으면 좋겠다.

 

 

 

작가님이 추천한 새말 ic 앞 네덜란드라는 꿩만두집에서 꿩만두국과 물만두로 허기진 배 채우고 8시반 출발.

생일 선물로 치악산을 받은지라 기쁜 마음으로 저녁을 쐈다.

한숨 자는새 도착했다고 내릴 준비하라 깨운다. 2시간도 안 걸렸다.

치악산을 앞으로 2번 더 가야 한다는데 곧 경방인지라 따뜻한 봄날에나 올 수 있을것 같다.

2월 첫 산행은 구정과 겹쳐 한번 쉰다고... (휴, 다행이다. 깜빡하고 일욜 약속을 잡았는데...)

당나귀 가족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2월 3주에 뵙겠습니다.


-이작가님 사진 동영상 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