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14 산행

지리를 떠나다

산무수리 2014. 2. 13. 22:21

눈 오는 저녁의 시 -김일연(1955~ )

어둠에 손을 씻던 맑은 날들을 길어

내 언제 저렇도록
맹목을 위하여만

저무는 너의 유리창에 부서질 수 있을까

무섭지도 않느냐 어리고 가벼운 것이

내 정녕 어둠 속에
깨끗한 한 줄 시로만

즐겁게 뛰어내리며 무너질 수 있을까


어둑한 저녁에 내리는 하얀 눈발처럼 참 깨끗하고 명징한 시이다. 시조라는 단아한 구조에 담긴 그리움과 깨끗한 의지가 절명시(絶命詩)처럼 순정하다. 우린 언제 한번 저 내리는 눈발처럼 맹목으로 하얗게 스러지는 순정인 적 있었던가. 시와 시조를 함께 읽고 골라 평하다 보면 시조 쪽에서 좋은 시가 많이 눈에 들어온다. 3장6구의 안정된 구조와 짧은 길이의 정형(定型), 우리말에서 자연스레 울려나오는 운율로 해 다시금 보고 읊조리게 하는 게 시조이다. 무엇보다 정형의 그 정해진 틀로 인해 인간의 정체성을 개결하게 담아내고 있는 현대시 한 장르가 시조이다. 급변하는 첨단문명의 속도 따라가기 힘들어서인가. 자아분열이 장황하게 노출되는 자유시들 속에서 민족의 정통시가인 시조는 ‘정녕 어둠 속에 깨끗한 한 줄 시’로 오늘도 이리 정갈하게 쓰이며 현대시를 이끌고 있는 것을. <이경철·문학평론가>

 

디카가 킬리만자로 하산길에 말썽을 부리더니 줌에 문제가 있으면서 찍히지 않는다.

뭐야...

밤새 뒤척거리며 자다 깨다 하면서도 잤고 대피소 안은 따뜻하진 않아도 저녁보다는 낫다.

대부분 일찍 나갔고 우리들은 오늘 연하천까지만 가면 되니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아 가급적 천천히 나가려고 했으나 7;30 경 되니 방 빼라고 담요를 회수하러 온다.

고민하는 우릴 본 남양주에서 홀로 온 사람이 오늘 노고단 가서 자지 그러냐고 한다.

그럴까?

푸르름에게 연하천 취소되면 해 주고 노고단 예약을 해 달라고 했다.

어제 남은 알파미와 미역국으로 아침을 먹고 출발하니 8:10.

새벽녘은 추웠다는데 날은 생각보다 춥지 않아 잠바를 벗었다.

 

 

 

 

 

 

 

 

 

 

 

 

 

 

 

 

 

 

 

벽소령 오는 길 햇살이 비치며 환상적인 경치를 보여준다.

우와~ 아쉬운대로 스마트폰으로 찍으려니 장갑을 벗었다 꼈다 번거롭고 화면도 뿌옇고 눈에 잘 안 보여 대충 감으로 찍으니 아쉽다.

연하천 예약 취소가 안되 노고단 예약이 안되 전화를 해 취소하고 노고단 예약에 입금까지 했다는 푸르름.

앗, 그냥 오늘 하산하기로 했는데....

결국 자지도 않을 대피소를 2곳이나 예약 해 위약금을 이중으로 물게 되었다. 상황판단을 잘못해 벌어진 시츄에이션.

대피소 예약을 하지 않으면 하산 시킨다는 취지 자체는 나쁘지 않은데 상황에 따라 대피소끼리 연동해 변경해 주면 좋겠다.

어제 다친 부부도 다쳐서 재워는 주는데 예약한 곳 위약금은 다 받고 세석에 돈은 돈대로 다 내야 하는건 아무래도 대피소 편의만 생각하고 부당이익을 얻는것 같다.

액수가 많지는 않지만 그런 사람이 한 두 명도 아닐텐데 사설기관도 아니고 국립공원이 대피소 이용에 너무 고자세인것 같다.

담요도 그대로이면서 값만 2000원으로 두배나 인상한 것도 역시나 맘에 안든다.

 

벽소령까지 어찌나 빨리 왔는지 선비샘도 빨리 나타났고 벽소령도 일찍 도착.

오면서 운해도 보고 상고대도 멋지고 아무튼 동계 지리중 두번째로 좋은 경치인것 같다.

벽소령에서 잠시 쉬면서 간식 먹고 출발하며 한팀이 와 사진 찍어 달라고 하니 폰 설정이 너무 어둡게 되어 컴컴하다며 고쳐주니 잘 보인다.

그러면서 서비스로 파노라마까지 찍어준다. ㅎㅎ

 

 

 

 

 

 

 

 

 

 

 

 

 

벽소령까지는 예상보다 수월하게 왔는데 연하천 가는 길이 이렇게 오르막이 많았나 싶다.

날이 풀리면서 나무의 눈이 떨어지는 경치까지 보여준다.

아무튼 생각보다 힘겹게 연하천 도착.

이곳에서 오늘 저녁 먹기로 했던 오뎅국 끓이고 국 끓이며 햇반 데우고 하나 남은 스팸과 야채를 구워 먹으니 든든하다.

우리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오던 형제팀은 동생이 한쪽 아이젠을 잃어버려 불안한 걸음으로 오더니 연하천에서 밥 안 먹고 행동식 먹고 가나보다.

오늘 성삼재로 하산한다고....

우리도 지리산에서 가장 푸짐한 식사를 하고 출발.

 

 

 

 

 

 

 

 

연하천에서 화개재까지 2시간이나 걸렸다.

토끼봉 올라가는 길은 연하천 오는길 못지 않게 힘들었다.

화개재에서 인증샷 하고 뱀사골로 출발하는데 반선까지 거리가 9k가 넘는다. 언제 가나.....

 

 

 

 

 

 

 

 

 

반선까지 거의 쉬지도 않고 빨리 걸었더니 다리가 얼얼하다.

내리막이고 눈이 많지 않아 내려오니 아이젠이 걸리적 거려 중간 즈음에서 빼니 훨씬 낫다.

계곡은 아래로 내려올 수록 경치가 좋지만 역시나 길긴 길었다.

꼬박 2시간 걸어 등산로 출구에 무사히 도착.

이곳에서 반선까지의 길도 1K 가 훨씬 넘는데 작년 둘레길로 갔다 너무 길고 미끄러워 고생한지라 오늘은 찻길로 걸어가는데 군데군데 눈도 남아있고 빙판도 있어 조심스럽다.

헌데 트럭 한대가 와 태워달라고 하니 흔쾌히 태워주신다. 고로쇠 채취작업 하고 내려오신다.

서울 가는 제일 좋은 방법을 물어보니 택시 타고 함양 나가는게 제일 빠를거라고 한다.

이왕이면 택시까지 알아봐 달라하니 즉석에서 전화를 걸어주어 택시를 불렀다.

 

 

우릴 태워준 마음씨 좋은 분이 신한국관 사장님.

택시가 인월에서 오는데 30분 정도 걸린다고 해 요기를 할 수 있나 물어보니 주인장이 외출해 식사가 안 된다고 하시면서 커피에 에이스 크래카까지 먹으라고 주신다.

얻어 먹는 김에 식탁 위에 고구마 튀김까지 얻어 먹었다. ㅎㅎ

사실 어제 세석에서 과자가 너무 먹고 싶어 에이스 1500원이나 주고 사 먹었던 과자라 한참 웃었다.

곧 택시가 와 감사 인사 드리고 택시 타고 나가는데 이 기사님이 또 재미 있으시다.

이혜진 기사님으로 (010-3680-5123) 아들이 경찰공무원으로 합격해 서울에 방 구해야 한다며 은근히 자랑질이시다.

작은 아들 사진을 보여주는데 연예인 포스가 난다 했더니 역시나 연예인 지망생이라고....

택시비는 33000원.

5:40 함양 터미널 도착하니 6시 차가 있어 끊었다. 막차는 7시다.

바로 옆 분식집에서 제일 빨리 되는 메뉴는 김밥이라고 해 1500원 짜리 김밥 두줄로 허기를 면했다.

나중 차시간을 보니 인월까지만 나오면 백무동에서 나오는 동서울 가는 버스를 충분히 탈 수 있는 시간이다.

차는 3시간10분 만에 터미널 도착.

회비를 계산해보니 위약금 두번이나 물었는데도 먹는데 돈을 안써서인지 78000원 정도 들었다.

신샘 10만원 넘는줄 알았는데 조금밖에 안 나왔다며 그 돈으로 택시 타고 간단다. ㅎㅎ

나도 광역버스타고 편안하게 앉아 집에 오니 10시가 조금 넘으니 벌써 왔냐고 깜짝 놀란다.

하루를 번 덕분에 수욜에 난 미모관리 하고 신샘은 은행 볼일 잘 봤을거다.

도우미 산행이 졸지에 훈련산행이 되었지만 둘이 호흡도 잘 맞았고 눈도 때마침 내려주어 2월 지리에서 이만하면 대박 날씨였던것 같다.

함께 해준 신샘. 생큐~ 알라뷰~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