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14 산행

다운이 더 많은데 왜 이리 힘든지 (영춘기맥, 6번도로-칠송고개, 2/16)

산무수리 2014. 2. 18. 15:04

피운다는 것은 -송지은(1964~ )

문은 좀처럼 열리지 않았다
어둠이 찰지게 들어있는 방에서 꽃은
게으른 손목에 잡혀 나오지 못하고 있다
물이 스민 계절은 부풀고
어디에도 합류하지 못한 이력서 같은
천리향 나무 잎사귀 몇 장이
형광등 불빛에 말라 떨어지고 있다
손톱만한 잎사귀의 먼지를 닦아내면
바람이 지나간 흔적이 있다
목마름을 견디며 버틴 푸른 힘줄이 보인다
비정규직 자리에 새 흙을 끌어와 분갈이를 한다
온도가 상승하면서 나무에 물이 오르면
꽃잎 하나가 어둠을 빠져나와
봄의 이마에 붉은 웃음을 낙점하고 확대한다
살아있는 동안은
누구에게나 꽃피울 자리는 있다


2014년도 영남일보문학상 당선 시 앞부분이다. 새해 정초의 신춘문예 당선작들은 당대의 삶과 사회의 속내를 여실히 드러내는 현상지이면서 문화의 수준과 건강 정도를 확인할 수 있는 리트머스 시험지. 올 당선작들엔 청년실업과 비정규직, 독거노인과 소통불능 등 글로벌·사이버·신유목 시대 뿌리 뽑힌 삶과 사회가 아프게 드러난 작품이 많았다.

‘피운다는 것은’은 ‘비정규직’으로 대표되는 우리 시대의 어두운 면을 환기시키고 있다. 그러면서도 우리네 인생의 끝 간 데 없는 깊이, 끝내는 허무일지라도 푸른 힘줄처럼 매 순간의 삶을 꽃피우는 힘이 있다. 우리네 아픔을 가슴에서 가슴으로 전하는 감동, 진정성의 힘이 있다. 이런 시들이 수만, 수십만 편씩 응모되고 당선돼 속속 시인으로 나오는 우리 사회는 아직 건강하다. <이경철·문학평론가>

 

산행일: 2014.2,16 (일) 10:00~17:20

코스개관: 6번도로-푯대봉-상마암도로-하마암도로-누릅재-칠송고개

멤버: 당나귀 12명

날씨: 겨울 속에 봄기운을 느끼던 날

 

2월 첫주가 구정 연휴라 한번 빠지고 나니 1달 만에 당나귀 식구들을 만나나 보다.

오늘도 총무님 뒷자리는 텅 비었다. 까멜, 혜련씨 왜 안오는거야? ㅠㅠ

신천씨가 연락도 없이 안와 연락을 했나보다. 지금 일어났다고 뛰쳐 나오나보다. 그래서 조금 기다려 출발이 조금 늦었다.

상금씨 공주님이 만든 맛있는 브라우니를 회원들에게 다 나누어준다. '발렌타이 데이'라고....

역시나 청춘은 좋다. 이런것도 챙겨주고....

처음 쉬는 횡계 (맞나?) 휴게소에서 신천씨 김밥 사고 출발해 등산로 입구 찾는데 주소를 잘못 찍었는지 잘못 왔다고 되돌아 나와 조금 헤매다보니 10시.

오늘 점심을 차를 만나 먹는다고 한다. 오늘 산길은 어디서건 10분이면 길과 만나는 길이라고 한다.

미경씨 힘들고 민폐백성 되기 싫다고 안 나왔단다. 상금씨도 고민 많이 하다 왔다고 한다.

그래서 다음부터는 산행 안내 문자 보낼 때 난이도도 표시해 달라 했다.

오늘은 태기산 다음 구간이라는데 차로 거의 정상까지 올라와 내려가는 산행이라고 한다. 그래서 크게 힘들지 않을거라고.....

거기다가 오늘 대부분 배낭을 놓고 비무장 산행을 한다고.

이대장은 왼쪽 어깨가 고장나 수욜 수술 예약이 되어 있다고...

그것도 모르고 맨날 한쪽 어깨에 배낭을 매 껌 좀 씹은 사람처럼 폼인줄 알았는데....

길거리에 길게 늘어서 인증샷 찍고 출발. 

 

 

 

 

 

 

 

 

 

 

 

 

 

 

 

 

 

 

 

 

 

 

 

 

 

 

 

 

 

 

 

 

임도 조금 올라가더니 진짜 내리막인데 제법 급경사다.

아이젠을 처음부터 했는데 조금 더 가니 흙길이 반이고 눈도 날이 풀려 달라 붙는다.

아이젠 닳는게 아까워 초장에 아이젠을 빼니 눈길이 간간히 나오지만 크게 불편한 정도는 아니다.

아무튼 오늘 산길은 내리막이 오르막보다 훨씬 많아 숨은 차지 않는데도 힘든건 마찬가지고 다리는 더 뻣뻣해 지는 느낌.

길이 내리막이 많아서인지 선두가 내 달리니 후미도 내리막인데도 숨 찰 지경이다.

임도 몇번 가로지르고 포장도로가 나와 잠시 쉬니 여기서 30분이면 점심 먹는 장소에 도착한다고...

really? 장 지지는거 한번 봐?

이 말에 꼬리 내리는 이대장.

곧 푯대봉 정상이 나왔고 여기서 생각보다 길게 내려가니 길과 만나고 차를 만나 하우스 뒷편 묘지 앞에서 점심 먹기.

 

 

 

 

 

지난번 치악산에서 고생하신 새신자께서는 오늘 안 오실줄 알았는데 오셔서 반가운데 오늘은 발바닥이 아프시다고....

따땃한 햇살 받으며 기사님도 함께 식사하고 출발.

 

 

 

 

 

 

 

 

 

 

 

 

 

 

 

 

 

 

 

 

 

 

 

 

 

 

 

 

 

 

오후산행도 오르막보다는 내리막이 많았고 눈도 아이젠 하자니 그렇고 안 하자니 그런길. 대부분은 오전에 아이젠을 빼 그냥 들고 가는 모드.

오후에도 몇명은 비무장으로 진행.

오후산행이 오전보다 조금 더 길다고 한다. 오늘 조망도 없고 볼만한 경치도 없는 정말이지 심심한 뒷동산 연계 산행.

오후 탈출한다던 상금씨는 후미대장 신천씨가 길을 잘 모르는 덕분에 2번의 탈출 기회를 놓쳐 결국 본의아니게 완등하게 되었다. ㅎㅎ

재미없는 산길을 무사히 마치고 나니 아직 해가 많이 남았다. 해가 길어진게 실감 난다.

저녁은 둔내에서 먹기로....

 

 

 

 

 

 

둔내 ic 직전 두부집이 있는데 불이 안 켜있어 밥 되냐고 총무님 물어봤다 혼났다고....

식당에 밥이 안되면 뭐가 되냐고 했다나?

아무튼 선택의 여지가 없어 들어간 식당은 의외로 반찬도 깔끔하고 가격도 비싸지 않고 맛 좋았다.

이경림 요리연구가께서 두부부침을 맛있게 해 주시고 두부전골을 먹으니 몸이 녹고 아주 좋다.

이작가님이 저녁 협찬해 주셨다. 잘 먹었습니다.

 

 

2시간도 채 안걸려 농수산시장에 도착하니 보름에 미처 못 본 보름달이 성당 옆에 떠 있다.

이대장님 수술 성공적으로 잘 마치고 빨리 산길로 복귀하시길 바라고 따뜻한 봄날에는 까멜, 블랙커피, 헤련씨 모습도 볼 수 있으면 좋겠다.

다들 감고사~

 

-이작가님 사진, 동영상 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