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신(入神) - 백이운(1955~ )
내 안에 신을 모시는 줄 알았더니
내 안에 계신 신을 깨우는 줄 알았더니
천만(千萬)의 그대를 향해 나를 바쳐 가는 거.
나를 죽여 받은 또 하나의 몸이라면
돌 섶에 핀 야생초엔들 오체투지 못하리
아득한 차마고도(茶馬古道)를 넘어서 간 그림자여.
어릴 적 친구 한 명이 갑자기 무속인이 되었습니다. 너무도 평범했던 일상에 신이 찾아온 것입니다. 가끔씩 종교인의 절실한 기도 속으로 찾아오기도 한다는 ‘입신’ 정도가 아니었던 거지요. 그녀는 온몸으로 거부했지만 강력하기로는 레전드 격(?)인 신에게 무릎을 꿇지 않을 수 없었고, 결국 자신을 죽여 그 몸을 신에게 내주고 말았지요. 그 후 그녀에게는 춥고 외롭고 어두운 곳에 있는 사람들이 하나 둘 찾아왔습니다. 신이 보낸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녀가 해야 하는 일은 그 사람들의 찬 발을 감싸 안는 것이었습니다. 그들을 위해 작두 위에 올라가는 것이었습니다. 그 위에서 그 사람들의 고통을 다 잘라내는 세상에서 가장 날카로운 춤을 추는 것이었습니다. 신은 그녀에게 존재하고 군림하러 온 게 아니었습니다. 이 시조 속의 신도 가장 낮은 곳으로 가서 그곳에 낭자한 눈물을 닦아주라 합니다. ‘천만의 그대를 향해’ 자신을 바치라 합니다. ‘돌 섶에 핀 야생초’에도 ‘오체투지’하라 합니다. 성스러운 기운이 뿜어져 나옵니다. <강현덕·시조시인>
산행일: 2014.8.17 (일)
코스개관: 운두령-계방산-주왕지맥 시작점-가리치 (9;45~16;15)
날씨: 흐렸던 날씨가 비가 내리기 시작해 개일듯 하더니 산행 끝나니 비가 그침
멤버: 당나귀 12명
발칸반도 여행에서 14일 돌아와 사실 19~20 지리를 꿈꾸었다. 토욜 동창산행 후 당나귀 산행까지 하면 몸이 피곤해 결석을 염두에 두었으나 지리에 함께 가기로 한 여산이 덕유산을 가 봤는데 컨디션이 너무 안좋아 삼공리로 하산했다고 못 간다고 하고 이 말 들은 남의편은 기다렸다는 듯 비온다고 안 간단다. 대학 선배랑 둘이 가기도 그래 결국 포기하려니 속도 쓰리고 대피소 위약금은 성수기라고 반 밖에 안 준다고....
이래저래 김샌다. 그나마 당나귀 산행이 위로가 되는 날 같다.
총무님 차를 타고 가는데 벌써 비가 내린다. 오늘은 회장님도 사정상 결석이시라는데 그나마 12명 남녀 6;6 이라고....
맨 앞자리 앉아 일단은 잤다. 횡성 휴게소에 쉬고 운두령 가는데 고속도로에서 강원도 쪽은 비가 안 온다. 내심 쾌재를 부르며 산행 끝날 때 까지 비가 오지 않았으면 했다.
오늘 산행은 남한에서 5번째로 높은 계방산도 어프로치 구간이란다. 헐~
그 어느 산행보다 어프로치가 길다는 뜻. 막상 주왕지맥 구간은 7K도 안된다고....
주왕지맥이라 주왕산까지 가는건줄 알았더니 그 주왕산이 아니라 가리왕산 옆에 있는 강원도 산이라고....
대간, 정맥 한 인간들이 자꾸 지도에서 금을 구어 지맥을 만든다고 한다. 이 코스는 특히 한강기맥과 교차하는 지점이라고 한다.
운두령에 오니 바람도 시원하고 날씨도 흐려 산행 하기 좋은 날씨라고 좋아했다.
눈 없는 계방산은 참으로 낯선데 의외로 야생화가 많고 길도 잘 닦여 있어 처음엔 좋았는데 차차 급경사 오르막이 나온다.
쫓아가기 힘들어 사진도 찍을 엄두도 못내는데 산행 1시간 만에 비가 내리기 시작하는데 맞을 비는 아닌것 같아 얼른 비옷을 꺼내 입었다.
울오빠께서는 휴게소에서 비옷을 안 사고 수건을 사더니 비가 내린다. 어쩌나.....
계방산 가기 전 조망이 트이는 곳에서 쉬면서 간식 먹기. 비가 오면서 운해가 보인다. 올 여름 처음 보는 운해인것 같다.
계방산 가기 전 꽃밭에서 꽃보다 남자, 꽃보다 여자 찍고 계방산 올라가기.
정상에 가니 한 팀이 이른 점심을 먹고 있다. 우리도 비 더 오기 전 회장님도 안 계시니 밥 먹자 해서 밥을 후다닥 먹어 치웠다.
밥 먹고 나니 사방이 트인 조망이 우리를 행복하게 한다.
우와~ 이쪽 저쪽 사진을 찍고 정상석 뒷쪽 자동차야영장 방향으로 출발.
초장에 비도 좀 소강상태인것 같고 조망도 좋아 행복했는데 숲 안으로 들어가니 역시 숲에 가려 조망이 안 보인다.
이쪽에 주목이 간간히 있다. 계방산 눈 쌓여 있을때만 와서 주목이 이렇게 많은줄 몰랐다.
조금 내려가니 금줄이 나온다. 이곳이 오대산 권역으로 금줄 안쪽을 산행 한다고....
비는 그치는줄 알았는데 본격적을 내리기 시작한다. 카메라를 아예 비닐에 넣어 버렸다.
중간 갈림길이 하나 나와 주왕지맥 갈림길 인줄 알았는데 조금 더 내려가야 한단다.
비가 내려 안 그래도 미끄러운 길이 더 미끄러워져 한참 버벅대며 누군가는 넘어져 가며 식은땀 흘리며 한참 더 내려가니 주왕지맥 갈림길이 나온다.
누군가 자작나무에 매직으로 주왕지맥 화살표를 해 놓았다.
그 반대편은 한강기맥길. 이쪽은 이정표도 잘 되어 있다.
주왕지맥 가는글 순탄하다는 이대장. 역시나 초행이면서 뭘 믿고?
처음엔 길이 순탄해 좋았다. 헌데 조금 있으니 역시나 미끄러운 비탈길이 나온다. 다들 넘어지지 않으려고 내려가는데 총무님 왈 이 길이 아닌것 같다고....
GPS롤 보더니 조금만 치고 가면 주 능선과 만날 수 있다고 해 백하지 않고 사면을 치고 올라가 곧 주능선과 만났다.
거리는 길지 않다는데 비도 오고 미끄러워 쉬지도 못하고 가는데 생각보다 멀다.
정말이지 이젠 그만가고 싶다고 싫증나고 나니 겨우 끝이 보이고 저 아래 우리 버스가 보인다. 어느새 비가 그쳤다.
내려와보니 물이 없다. 이미 옷도 신발도 다 젖고 신발이 엉망진창인데 씻을 곳이 없다.
차 안에서 밖에서 일단 옷을 갈아입고 조금 내려가니 물 흐르는 곳에 와 발과 신발이라도 깨끗이 닦았다.
총무님이 추천하는 막국수집은 벌써 영업이 끝났다고 해 진부 시내 골목의 황금식당에 가서 묵은지찌개를 먹기로....
양념한 돼지갈비를 넣고 끓인 묵은지찜은 오늘같이 비 맞고 서늘한 날에 딱 맞는 메뉴.
옥수수 막걸리와 묵은지찜으로 배부르게 밥 먹고 출발. 시간이 많이 늦어질줄 알았는데 잠든 새 안양에 입성.
많이 늦지 않고 무사히 귀가.
또 새로운 길로 접어들게 되었다. 좋은건지 나쁜건지.....
-이작가님 사진 동영산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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