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은 자랑이 될 수 있다
- 박준(1983~ )
철봉에 오래 매달리는 일은
이제 자랑이 되지 않는다
폐가 아픈 일도
이제 자랑이 되지 않는다
눈이 작은 일도
눈물이 많은 일도
자랑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작은 눈에서
그 많은 눈물을 흘렸던
당신의 슬픔은 아직 자랑이 될 수 있다
나는 좋지 않은 세상에서
당신의 슬픔을 생각한다
좋지 않은 세상에서
당신의 슬픔을 생각하는 것은
땅이 집을 잃어가고
집이 사람을 잃어가는 일처럼
아득하다
철봉을 잡는 즉시 떨어짐으로 해서 기록되는 0초, 중고등학교 시절 체력장 때마다 제가 보유한 점수는 그러했습니다. 사실 그 단단한 쇳덩어리에 찰싹, 우리가 엿도 아닌 주제에 들러붙어 있기란 그리 간단치만은 않지요. 온몸을 던져야 하는 일이거든요. 특히나 흠모하던 체육 선생님 앞에서 대롱대롱 매달린다고 할 때의 부끄러움, 아 치욕이 따로 없지요. 사춘기 여중고생이란 술 안 먹고도 만취의 객기를 부릴 수 있는 나이라 할 때 말입니다. 독해야 할 순간에 그 독함을 포기하면 푹 삶은 무맛 같은 순함이 남습니다. 다행히 그 순한 맛을 무기로 삼을 수 있는 곳이 내 노는 시 동네라 하루가 멀다 하고 슬픔을 자랑으로 팔아먹고는 있지만 자주 눈물이 솟는 걸 보니 멀리 당신의 아픔이 내게도 전해지는 모양입니다. 아무래도 이 가을, 자주 이 악물게 생겼습니다. <김민정·시인>
7.30 (수) 한계령-중청-대청-오색
날씨: 흐렸다 개었다 하던 더운 여름날
6시 전 오늘 아침메뉴인 김밥 싼다고 황샘 일찍 일어나 밥을 한다. 정샘도 함께 도와 근사한 김밥이 되었다. 밥 먹고 학생들에게 오늘 점심으로 빵, 치킨, 피자, 복숭아, 자두 등을 나누어 주고 출발하니 8시가 조금 지났다.
1시간 이상 걸려 한계령에 도착했는데 신샘이 누군가를 보더니 아주 반가워 한다.
우리 멤버였더 오기수샘이 딸과 친구들과 피서 가는길에 들렸는데 여기서 딱 만났다. 정말이지 이런 우연이....
반가워하며 사진 찍어주고 함께 찍고 산행 시작.
아침 상현이가 무릎이 아프다고 해 파스, 테이핑 등을 해 주었다. 오늘 아이들 속도가 빨라 등산객들을 추월해 거침없이 올라간다. 날이 무지하게 더운데 오늘도 정샘은 속이 또 좋지 않은가보다. 후미에 처져 겨우겨우 올라가다 정샘 급기야 약도 먹고 사혈을 또 했다.
한별이는 이제 처지지 않고 잘 올라간다. 나랑 정샘이 오늘 후미 담당인 것 같다. 이렇게 헤매는 우리 둘을 장이사님이 챙겨서 올라가신다. 애들 아프면 치료해야 할 우리둘이 이렇게 헤매다니....
그래도 능선에 서니 바람도 시원하고 조망도 좋아지니 정샘은 점점 기운이 나나보다. 나는 급기야 바위 틈에 발이 끼어 나오질 않는다. 결국 신발 벗고 발 먼저 꺼내고 장이사님이 내 신발을 겨우 꺼냈다.
선두는 애들이 너무 잘 쫓아와 쉬지도 못하고 올라온다고 웃긴다.
끝청에서도 애들을 못보고 조금 더 지나 기다리고 있는데 상현이가 아무래도 무릎 때문에 못 올라가겠다고 되돌아가야할 것 같단다.
장이사님이 본인 무릎보호대도 빌려주시고 압박 붕대를 해 주었는데도 결국은 백 하기로 해 홍샘이 상현이 데리고 되돌아가니 속도는 더 빨라진다.
그나마 길이 조금은 순해지고 날이 맑진 않지만 중청과 대청이 보이기 시작하니 없던 기운이 되살아 난다.
드디어 중청이다. 바람이 시원하고 사람도 많다.
한참 쉬고 간식도 먹고 중청과 대청 배경으로 사진도 찍고 이젠 대청 찍으러 올라가자~
대청 가는 길 바람꽃, 금강초롱이 아주 예쁘게 피어있다. 특히나 모데미풀을 군락을 이루어 장관이다.
드디어 정상. 작년에 어지러워 못 올라와 아쉬웠는데 올해는 저질 체력이지만 정상에 무사히 올라오니 정말이지 좋았다.
단체 사진, 조별 사진, 개인 사진을 충분히 찍고 하산하기.
올라올 때 빠른 학생들이니 하산할 땐 그야말로 보이지 않고 사라졌다. 후미에 처져 천천히 쉬지않고 내려오는데 날이 개어 이젠 땡볕이다.
그래도 올라올 때와는 또 다른 경치가 멋지다.
설악폭포에서 겨우 선두를 만났다. 이렇게 쉬지도 않고 내려오면 어쩌라고?
헌데 힘든건 나만은 아닌 것 같다. 학생들도 무릎 아픈 학생, 발바닥에 불나는 학생들이 오색에 가까워올수록 그지같은 계단길에서 몇몇이 처져 후미를 여기서 겨우 면했다.
거의 다 내려왔다보다. 상현이 데리고 무사히 하산한 홍샘이 상현이 온천까지 시키고 내려와 뒤집어 올라와 만났다. 계곡 입구에 음료수를 담가 놓았다고 내려가 마시라고 한다. 예상보다 빨리 내려와 환할 때 내려오니 참 좋았다.
불나는 발을 식히고 음료수로 속도 식히고 차를 만나 양양으로 나갔다.
홍샘이 인터넷으로 알아놓은 양양 시장 근처의 청궁(033-671-4747)에 찾아갔다.
값은 좀 비싸지만 깨끗하고 양 많고 맛도 좋았다. 서비스도 좋아 학생들 군만두와 음료수까지 서비스 해 준다.
배부르게 밥 먹고 환할 때 출발해 숙소에 오니 초승달이 떠 있다.
헌데 화요일 귀가하신 김태웅 샘이 또 오셨다고? 아니 왜?
사모님과 피서 오셨는데 팬션이 너무 후져 양양으로 넘어가는 길에 들리셨다고....
그러지 말고 주무시고 가시라 붙잡아 사모님은 방에서 주무시고 태웅샘은 밖에서 선생님들과 비박 하신다고...
별자리 강의가 좋았는지 오늘도 학생들은 별자리 본다고 나가고 태웅샘도 기꺼이 오늘도 강의를 해 주셨다. 학생들이 전에 해준 내용을 거의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다고 기특해 하신다.
오늘이 마지막 날이라고 우리도 학생들도 조금 늦게 취침
7.31 (목) 구룡령-산악회, 쨍하게 더운 날
아침 대청소를 하고 짐정리 다 하고 신샘과 홍샘은 화장실 막힌것까지 뚫고 청소까지 깨끗하게 하고 학생들은 강당에 모여 소감문 쓰고 출발하니 10시.
비몽사봉 하는 새 가평 휴게소 도착. 이곳에서 이른 점심과 차 한잔 마시고 산악회 도착하니 2시. 설문지 작성하고 수료증과 봉사확인서 발급하고 해산.
날씨가 도와주어 큰 어려움 없이 행사를 끝낼 수 있어 다행인데 숙영지 때문에 산행이 쉬워져서 감동은 확실히 적은게 조금은 아쉽다. 앞으로 해결해야할 숙제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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